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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한 바람을 동반한 태풍이 내습하면서 벼의 습기를 흡수해 버린데다 염분이 섞인 바람의 영향으로 벼가 정상적으로 영글지 못하고 쭉정이가 되어 가고 있다. | 제15호 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논에 벼가 하얗게 말라 죽는‘백수(白穗)’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농민들의 깊은 한숨만 늘어간다.
백수현상은 강풍으로 인해 벼가 마르면서 이삭이 피지 않고 쭉정이만 남는 것이 특징이다. 피해 규모가 갈수록 늘어난 것도, 바람을 맞은 뒤 1주일 정도 지나야만 확인되기 때문이다.
또한, 백수현상은 벼에서 발생하는 도열병이나 벼애멸구처럼 사전 방제를 통해 미연에 방지하고 피해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마땅한 방제 등의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지역 농민들 대부분이 농업재해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돼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주로 해안가에 인접해 있는 지역에서 백수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건조한 바람을 동반한 태풍이 내습하면서 벼의 습기를 흡수해 버린데다 염분이 섞인 바람의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완도읍 농민 A모씨는 “최근 쌀값하락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점에서 이 같은 태풍피해로 인해 제 수확량을 수확하지 못하면 빚만 늘어난다. 농사만 짓는 아록 산 우리들에겐 살아갈 의지마저 꺾어놓았다. 정부든 지자체든 간에 살아갈 방도를 세워주었으면 좋겠다”고 지원책을 촉구했다.
이어 “이렇게까지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 본적이 없다. 벼가 알곡이 절반도 안 차 완전히 맹탕이다. 올 농사는 망쳤다. 수확이고 뭐고 완전히 갈아 엎어 버리고 싶은 마음뿐이다”며 자포자기한 심정을 내비쳤다.
또다른 농민은 “벼는 이삭이 나온 다음 꽃이 피고 1주일 정도의 수정 기간을 거쳐 알이 여물기 시작하는데 꽃이 핀 상태에서 강한 바람을 맞아 수정불량으로 인한 쭉정이 발생 가능성이 높다. 또 그동안 큰 피해가 일어나지 않아 대부분 농가가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봄 가뭄에 겨우 모내기를 했고 한여름 뙤약볕에 애지중지 키웠는데, 연이은 태풍에 올 농사를 망쳤다. 논을 둘러보다 차마 눈 뜨고 못했다. 벼알의 수분이 빠져나가서 수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벼알이 여물지 못했다. 사실상 알곡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허탈해했다.
완도군 관계자는 “이번 태풍으로 인해 논과 밭에서 생산되고 있는 모든 작물 대부분이 백수현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2000ha 정도가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정확한 피해를 위해 현장을 중심으로 조사하고 있는 만큼 피해 규모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