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트로닉 변속기(Tiptronic transmission)
1990년에 나온 964 시리즈의 까레라 2가 팁트로닉 변속기를 채택한 최초의 911입니다. 이것은 완전한 자동 변속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팁트로닉은 완벽한 수동 변속 장치이기도 합니다. 이의 장점은 완전한 수동 모우드에서도 엔진 속도가 허용된 최고도에 다르면 자동으로 한 단 올라가고, 또 속도가 충분히 떨어지면 자동으로 내려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차가 정지하면 자동으로 변속기는 2단으로 떨어져서 부드럽게 출발할 준비를 하게 됩니다. 빠르게 출발을 하고 나면 운전자는 가볍게 팁트로닉을 올려서(+) 1단 기어를 넣으면 됩니다.
- 964가 채택한 최초의 팁트로닉 장치.
이 팁트로닉 장치는 유명한 독일의 ZF 사의 제품입니다. 그래서 팁트로닉 변속기는 "Porsche-ZF adaptive 4 or 5 speed Tiptronic Transmission"식으로 표현되는 것입니다. 최초에는 팁트로닉 4 speed였지만, 나중에는 5 speed의 팁트로닉 S가 나왔습니다. 후자는 뉴 911과 Boxster에 채택되었지요.
- 대부분 스틱 옆에 있는 +/-를 보면서 그것이 팁트로닉이라 착각하는 분들도 많은데, 실은 이 기어박스가 바로 팁트로닉의 실체이다.
팁트로닉의 변속기(gearbox)는 최초에 수동 6단 기어, 자동 4단 기어로 나왔으며, 이는 벨트 구동식이 아닌 기계적인 구동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팁트로닉의 기어 비는 최대 변환치가 1:1.98인데, 1단 기어는 2.479, 2단 1.479, 3단 1.000, 4단이 0.028입니다. 중간 샤프트는 1.100이고, 파이널 드라이브에서는 3.667에 달합니다.
그리고 1995년에 이르러서야 팁트로닉 선택기(selector) 외에 변속을 손가락으로 조절하는 핑거팁 컨트롤(fingertip control) 장치가 나왔습니다.(까레라 4에 채택됨. 이 핑거팁 컨트롤 장치는 "라커/rocker 스위치"라고도 불림.) 이것은 F1 레이스 카에서처럼 운전대의 살(스포우크)에 두 개의 스위치로 장착되었습니다.
- 최초의 팁트로닉 핑거팁 컨트롤(fingertip control/손가락 조절기).
최초에는 자동 변속기 스틱의 오른쪽에 +/-로 팁트로닉 선택기가 있었지만, 손가락 조절기가 출현한 이후에는 자동 변속기의 스틱 왼편에 표시된 M(Manual의 약자)에 레버(lever/stick)를 놓고, 손가락으로만 변속을 하면 됩니다. 변속의 속도는 약 0.2초입니다. 이는 수동으로 처리하는 것과 거의 차이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기존의 자동 변속기들 보다, 혹은 기존의 수동 변속보다 약 두 배 빠른 작동 시간인 것입니다.
- New 911, Boxster를 위한 팁트로닉 S용의 핑거팁 컨트롤.
실제로 팁트로닉 장치는 3사의 합작품입니다. 기어박스는 ZF 사의 제품이고, 컴퓨터에 의해 조절되는 전기 장치는 보쉬(Bosch) 사의 제품이며, 이 모두를 통합하고, 외형 디자인을 한 것은 포르쉐 사입니다.
- 팁트로닉 S용의 M or D? 수동 혹은 자동을 가리키는 문자.
팁트로닉은 내부적으로 다섯 개의 프로그램 모우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코노미(Economy) 프로그램(모우드/mode)은 일반적인 드라이빙 시에 사용하는 것이고, 스포츠(Sport) 모우드는 경제성과는 관계없이 강한 성능을 위주로 컨트롤하는 모우드이며, 이 모우드는 빠른(fast) 모우드와 연동됩니다.(이 때문에 굳이 킥다운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겨울(Winter) 모우드란 것도 있지요. 또 웝업(Warmup) 모우드가 있어서, 이것이 콜드 스타인지, 웜 스타트인 지를 구분하고, 그에 따라 작동합니다. 모두 그 각자의 상황에 맞는 특성 곡선을 미리 프로그래밍해 둔 것입니다. 말하자면 자동으로 팁트로닉이 작동할 때도 곡선 주로(코너링)에서 기어가 올라가는 법은 없게 해 두는 등의 안전 장치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입니다.(반대로 기어비를 수동으로 낮추는 것은 당연히 가능합니다.) 아주 복잡한, 운전 시의 각종 상황을 모두 미리 프로그래밍한(pre programmed) 컨트롤 회로가 팁트로닉의 전기 장치에 꾸며 넣어진 것입니다.(이렇게 선 프로그램된 특성을 가리켜서 "맵/map"이라하고, 이런 작동을 하도록 해 놓은 것을 "매핑/mapping"해 놓았다고 표현합니다. "다섯 개의 프로그램, 다섯 개의 모우드, 다섯 개의 맵, 다섯 개의 패턴"이 다 같은 얘기라는 말씀입니다.^^)
위의 다섯 가지 패턴을 결정하는 요소는 당연히 쓰로틀(throttle) 위치, 자동차와 엔진의 각각의 속도, 가속(acceleration)의 정도, 그리고 코너링에 있어서 차에 가해지는 힘, 차체의 균형 유지 상태, 엔진의 웜업 상태 등입니다. 팁트로닉은 단지 변속의 기능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운전자가 감지 못 하거나, 실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수동 모우드에서건, 자동 모우드에서건 사전에 예방한다는 것이 중요한 기능이라고 하겠습니다.
팁트로닉 S는 강한 브레이킹을 하면 기어를 한 단 떨어뜨림으로써 브레이킹 능력을 향상 시킵니다. 바퀴의 미끄러짐이 일어나면 겨울 모우드가 자동 선택되어 기어비가 높은 쪽을 택하여, 미끄러짐을 방지합니다. 또 경사로를 오르는 것을 감지기가 감지하고 나면 낮은 기어가 선택됩니다. 이는 모두 전기 장치(컴퓨터)에 미리 패턴(pattern)으로 인식되어 있으며, 이들 모우드는 상호 연결되어 매우 복잡하게 작동하는 것입니다. 인간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복잡한 작동 체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팁트로닉에 의한 변속기의 움직임은 다이내믹 토크 컨버터 락업(dynamic torque converter rockup) 장치가 곁들여 있고, 또 급격한 가속 시에는 모트로닉이 순간적으로 점화 장치를 컨트롤하는 등의 작용으로, 변속과 관련된 모든 장치가 매우 부드럽게 작동됩니다. -> 이는 실은 모트로닉 엔진 조절 시스템의 역할이기는 하지만...
- New 911과 박스터에서 사용된 자동 5단 팁트로닉 S. 2000년까지는 세계 유일의 스포츠 모우드의 5단 변속 장치였음.
팁트로닉 S의 수동 모우드(M position)는 완전히 F1 차량의 변속기와 같이 작동합니다. 하지만 클러치(clutch)가 없다는 것이 큰 차이입니다. 클러치가 없다는 것과 핑거팁 컨트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드라이빙을 하면서 핸들의 움직임을 중단시키는 요소가 없다는 것이고, 이 때문에 기어를 바꾸는 게 빠르고도 더 안전하게 됩니다. 손을 핸들에서 뗄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자동 모우드에서도 핑거팁 컨트롤(라커 스위치)이 작동되면, 변속기는 8초 동안 수동 모우드로 작동합니다. 그리하여 엔진 브레이킹, 경사로 내려가기, 그리고 고속에서의 코너링(cornering) 등을 안전하면서도, 보다 손쉬운 컨트롤을 통해 운전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 때문에 신형 팁트로닉 S를 두고도 수동 전용의 변속기를 채택하겠다는 보수주의자들의 고집은 대개 미련한 짓으로 치부되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포르쉐를 사랑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이 팁트로닉(특히 S)에 있기도 합니다.^^ 이 팁트로닉이 저의 시원치 않은 운전 실력을 커버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운전에서 변속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생각하면, 변속에 따르는 모든 걱정과 수고를 덜어주는 이 장치가 얼마나 대단한 것입니까? 전 굳이 매뉴얼의 스포츠성을 고집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가끔 매뉴얼의 맛을 보고 싶을 때가 있고, 그때는 매뉴얼로 운전합니다. 손가락 두 개로...
마지막으로 팁트로닉이란 이름.
Tiptronic=fin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