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1일 천주의 모친 성모 마리아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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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1.mp3
< 올 한 해 아버지의 아들로>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새해가 되었다 해도 그리 설레지 않고,
새해의 꿈이나 소망을 얘기하는 것도 그리 달갑지 않은 것 말입니다.
올해도 공동체가 같이 하는 바람에 자다가 일어나서 하긴 했는데
솔직히 저 혼자라면 새해맞이를 굳이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꿈이라고 하면 '부푼 꿈'이어야 하는데
아무리 부픈 꿈을 꾸려고 해도 나이 먹을수록 이 세상 꿈은 부풀지 않고
쭈그러들기만 하여 이제 이 세상 꿈은 더이상 꾸지 말고
꾼다면 다른 꿈을 꾸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른 꿈이라면 어떤 꿈이겠습니까?
이 세상 살면서 이 세상 꿈이 아닌 다른 꿈이 있을 수 있고,
이 세상 살면서 그런 꿈을 꾸어도 되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신앙인은 꿈도 달라야 하고 그래서 받고 싶은 복도 달라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오늘 독서에 나와 있는 대로
바로 "하느님의 자녀 되는 자격"을 얻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올해 꾸어야 할 꿈은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꿈이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받아야 할 복도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복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것도 실은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가
아니었던 적이 없으니 내내 하느님의 자녀였지만 탕자의 비유에서
집 나갔다가 돌아온 아들처럼 아버지 집을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거지요.
그러나 사실은 이것도 우리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사실 작년 한 해 나는 한 번도 하느님의 집에서 떠난 적이 없고,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고 아버지의 이름을 불렀으며
오늘 독서가 얘기하듯 늘 "아빠, 아버지"라고 불렀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 또한 몸뚱이가 아버지의 집을 떠나고,
입에서 아버지의 이름이 떠난 적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마음이 아버지의 집을 떠나거나
사랑 없이 아버지를 불렀던 적이 많았음을 말하는 것이라고 해야겠습니다.
그래서 오늘 독서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진정 여러분이 자녀이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당신 아드님의 영을 우리 마음 안에 보내 주셨습니다.
그 영께서 “아빠! 아버지!” 하고 외치고 계십니다."
오늘 독서의 말씀처럼 우리는 "진정 하느님의 자녀이기 때문에"
예수님의 영을 우리 마음 안에 지니고 예수님처럼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불러야 합니다.
그러므로 제가 하느님을 이렇게 부르는 것을
애교 섞인 호칭이라고 해도 좋을지 모르지만,
또 그런 애교가 제게 있을 것 같지도 않지만
아무튼, 무뚝뚝할지라도 정말 마음의 사랑을 입술에도 담아
하느님을 올해는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고 싶기는 합니다.
이렇게 우리가 하느님을 부를 때 하느님은 우리를 외면하지 않고
오늘 민수기의 말씀처럼 당신 얼굴을 우리에게 돌리시고,
당신의 얼굴을 우리에게 비추시며
올 한 해 우리를 지켜 주시고, 은혜 베푸시고, 평화 베푸시겠답니다.
◆ 출처: 원글보기; ▶ 작은형제회 김 찬선 레오나르도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