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으로 만성적인 근섬유통증에서 벗어나다
마빈(lovisred_)
- 블로그에 쓴 글을 복사해서 말이 짧네요.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채식으로 식습관을 바꾸고 만성적인 근섬유통증에서 해방되었습니다. -
채식에 관심을 갖게 된건 대략 2008년 정도부터다. 직접적인 동기는 엘 고어의 <불편한 진실>을 읽고 나서 환경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자연히 공장식 목축업의 현실을 알게 되었고 고기를 덜 먹어야 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 다른 동기는 친정아버지이다. 내 친정아버지는 2002년도 심근경색증으로 팔의 혈관을 떼어내어 심장의 관상동맥에 이어주는 대수술을 받으셨다. 이후 병의 재발을 막고 고혈압을 조절하고 위해 건강에 많은 관심을 가지셨다. 이리저리 공부를 하시다가 결국 채식과 걷기운동으로 정착이 되셨고, 현재는 고혈압약을 복용하지 않으시고 체중도 15킬로그램 감량된 상태로 좀 마르긴 하지만 건강한 몸을 유지하며 지내고 계신다.
나는 2008년에 고혈압 약을 먹고 있었다. 둘째를 출산하고 일년정도 됐을때인데 그때는 목디스크로 수술도 했고, 임신성고혈압이 출산후에도 지속되어 혈압약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2008년 환경문제, 채식에 대한 이야기들을 접했을 때는 참 생소하게 느꼈다. 그리고 그때 잠깐 현미밥과 채식위주의 식사를 한두달 해보기도 했던것 같다. 그러나 지속하지는 못했다. 이미 너무 많은 맛들에 길들여져 있었고, 워킹맘으로 나 혼자 채식을 하기도 참 어려웠다. 어떻게 하다보니 흐지부지... 다시 평소의 식습관대로 살고 있었다. 아침에는 토스트와 우유 커피를 마시고, 점심에는 직장의 식당에서 밥을 먹고, 저녁에는 식구들과 맛있는 것을 찾아 외식하거나, 식사가 부실하다고 여겨진 날의 밤에는 피자와 치킨으로 야식을 하던 그런 날들이 이어졌다. 난 출산 후 체중이 줄지 않아 60킬로그램까지 나가기도 했고, 목디스크를 수술한 이후였지만 어때와 목 등의 통증은 계속 나를 괴롭혔다. 혈압은 많이 높은 상태는 아니였지만, 내과선생님 말씀이 '그냥 놔두기는 불안하네요. 그냥 약 계속 드시는게 낫지요. ' 그래서 혈압약을 먹었다 끊었다 하는 상황을 반복했다. 혈압약과 함께 고지혈증약, 타이레놀, 자낙스는 항상 내가 손 뻗으면 잡을 수 있는 곳에 있었다.
2011년부터 친정가까이에 살며 친정부모님과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다. 일주일의 반의 끼니는 친정엄마가 해주시는 밥과 나물 된장찌게 위주의 식사를 하게 되었고, 외식은 대폭 줄었다. 일부러 채식을 고집한건 아니였지만 육식 비율이 상당 부분 줄었다고 할 수 있다. 가끔 피자도 시켜먹고 치킨도 먹었다. 하지만 일상에서 고기를 먹지 않는 기간이 일년정도 이렇게 생활하다보니 따로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체중이 10킬로그램 정도 빠지게 되었다. 혈압도 자연스럽게 내려가더니 약을 먹을 필요가 없게 되었다. 목과 어깨의 통증은 약간 완화됐으나 여전했고, 통증클리닉에서 Fibromyalgia를 진단 받았다. TPI 주사도 맞고, Root block 도 해보고, 저주파 치료기를 집에 사다놓고 거의 달고 살았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약간 통증이 덜했다가, 생리전이 되거나 피곤하거나 감기가 걸릴 때에는 극심하게 아파서 진통제를 복용해야만 했다. 통증은 점점 등과 허리를 타고 내려오더니 급기야에는 발까지 내려가게 되었다. 그래서 허리디스크가 생긴건지 의심해 보게 되었다. 밤에 저주파 치료를 1시간 정도 해야 겨우 편한 날들이 지속되었다.
몇개월 전 우연히 친정어머니가 나물을 이것저것 해놓으신 날이 있었다. 직장에서 점심에 나가 사먹는 음식들에 질린 끝에 반찬이 많아 도시락을 싸게 되었다. 하루 먹어보니 좋았다. 속도 편하고. 그렇게 도시락 생활이 시작되었다. 도시락 구성은, 밥, 나물 두가지, 김치, 두부부침, 그리고 상추와 깻잎 기타 쌈채소... 고기는 없는 도시락이였다. 저녁에도 가능한 외식을 하지 않고 집에서 밥과 반찬 위주로 먹으려고 했고 좋아하던 라면 칼국수등을 먹지 않았다. 매일 쌈채소를 20-30장 정도 먹은 것 같다. 시작하고 한 열흘은 체중이 1.5킬로그램 빠졌다. 아 도시락을 먹으니까 살이 빠지는구나 했다. 이때까지도 통증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을 안했다. 아프지 않으려고 도시락을 싼건 아니니까. 어찌하다보니 완전 비건식을 시작한지 거의 두달이 다되간다. 어느날부터인지 어깨와 등이 전혀 아프지 않다는 것을. 허리통증도 사라졌고, 컴퓨터를 하고 나면 뻣뻣해지던 손도 부드러워졌다는 것을. 마지막 타이레놀을 언제 먹었는지 기억이 아득해졌다는 것을. 그리고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 저주파기계에는 먼지가 쌓이고 있었다. 수년간 이렇게 오랜 기간을 안아프고 지내본적이 없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이 시점에 나는 아프지 않다. 이것은 정말 감동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직은 너무 이르다고 할수도 있겠다. 하지만 분명한것은 고기를 거의 먹지 않고, - 계란과 우유도 포함해서- 신선한 쌈채소와 나물위주의 식단으로 바뀌고 나는 죽을 때까지 안고 갈 것을 각오했던 섬유근육통증에서 해방되었다. 그 많은 주사와 진통제와 심지어 전문강사에 의한 헬스트레이닝으로도 극복하지 못했던 그 지긋지긋한 통증에서.
며칠 전부터 밥을 현미로 바꿨다. 찐 야채와 현미떡을 먹던 아침식사도 과일과 아몬드, 생오이, 생당근으로 바꿨다. 채식에서 조금씩 생채식으로 바꿔가려고 하는 노력에 있다. 섬유근육통증의 고통에서 벗어나니 지금 이 상태만 유지할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의사다. 그 동안 나는 의과대학에서 배운대로만 환자들을 대해 왔다. 하지만 조금 시야를 넓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모발미네랄검사를 시행하고 공부해본적도 있지만, 영양은 우리 건강에 밀접한, 아니 거의 전부의 관계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 섬유근육통증, 고혈압, 비만, 당뇨병, 여드름, 아토피, 만성피로증후군, 생리전증후군, 우울증... 등등 많은 질환이 올바른 식습관으로 상당히 개선될 수 있고 치료도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 공부하고 환자들에게 알리는 것이 의무이겠지.
오늘도 토마토와 오이와 아몬드와 두유를 배불리 먹고 출근했다. 현미밥과 시래기나물과 두부부침과 쌈채소가 도시락 속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몸도 가볍고 피곤하지 않고, 머리도 맑다. 아프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

- 네이버 카페 '한울벗채식나라'에 마빈님이 올리신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