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사각지대, 정신질환上] 늘어나는 정신질환자…보험은 여전히 ‘닫힌 문'
도수화 기자
우울증, 불안장애 치료 이력만으로 보험가입 제한 환자 수 늘어나는데 보장은 ‘제자리’
게티이미지뱅크
#20대 여성 A씨는 우울증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몇 차례 받았다. 2주 정도 약 처방도 받은 적이 있는 그는 실손보험과 종합보험을 알아보던 중 보험 설계사에게 가입이 거절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혹은 유병자 보험으로만 가입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나서 머리가 복잡해졌다.
우울증, 조울증 등 정신질환 환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은 보험 가입의 허들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완치의 개념이 없는 일부 정신질환의 경우 지속적인 치료를 위해선 비용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보험이 절실하지만, 여전히 정신질환자의 보험 가입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울증을 이유로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에서 보험 가입이 거절당한 사례는 지난 2022년 71건, 2023년 상반기 52건에 달했다. 우울증 병력 보험 가입 거절 사례는 2018년 37건에서 2019년 42건, 2020년 61건, 2021년 69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정신 및 행동 장애를 ‘F코드’로 분류한다. 우울증 진단 시 F32~29, 불안장애 진단 시 F40‧41를 부여받는 식이다.
2023년 기준 정신의료기관을 이용한 환자 중 F코드로 진료를 받은 실인원은 267만9369명에 육박했다. 2022년 252만2369명에서 1년 새 약 15만명 증가했다.
문제는 F코드를 부여받은 정신질환자들은 실손, 암보험 등 보험 가입이 거절되거나 승인되더라도 보장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보험사마다 인수 심사 기준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최근 5년 이내의 치료, 투약 이력 등을 보험사에 알려야 할 고지 의무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보험사들은 가입을 거절하거나 유병자 보험으로 가입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도 여러 온라인 카페에서는 추후 보험 가입 시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정신과 진료나 F코드 발부를 피하는 게 좋다는 조언이 ‘꿀팁’처럼 공유되고 있다. 보험이 정신과진료의 문턱을 더욱 높이고 있는 셈이다.
또 실손 가입자 중에서도 2016년 실손보험 표준약관 개정에 따라 조현병 등 일부 정신질환이 보장 대상에 포함됐지만, 2016년 이전 가입자들은 보장에서 제외된다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문제는 보험사들도 인지하고 있다. 다만 정신질환자의 경우 위험률 산출이 쉽지 않고, 진단의 주관성으로 인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보험업계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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