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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극〉
금산 2030
무대
2024년 여름 금산읍 백작소 안
출연
노인 농부 1
수삼센터 상인 1
수삼센터 상인 2
고등학생 남 1
고등학생 남 2
고등학생 여 1
농부 2
농부 3
농부 4
방물장수
인삼대농사업가 1
백작소 사장
백작소 일꾼
백작소 깎기꾼 아주머니 1
백작소 깎기꾼 아주머니 2
백작소 깎기꾼 아주머니 3
7살 꼬마아이
동네 이장
무대 위에서 깎기꾼 아주머니들이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수다를 떨면서 삼칼로 수삼을 깎고 있다.
깎기꾼 아주머니 3 (끄덕끄덕 졸며 인삼을 깍고 있다.)
깎기꾼 아주머니 2 (인삼 뿌리를 삼베수건을 손과 이빨로 당겨 팽팽히 당기어 문지르다가) 깎기꾼 아주머니 3의 옆구리를 찌르며) 아이구메 지난 밤에 잠도 안 자고 뭐했댜? 신랑이 또 피곤한 사람 붙잡고 밤새도록 뭔지랄을 떨었는강!
깎기꾼 아주머니 3 (혀를 치며) 쯔쯔쯔 그집 신랑은 그냥 재웠는감. 어째 나만 붙잡고 지랄여, 지랄이……
깎기꾼 아주머니 1 아따 신랑 자랑들 어지간히 혀, 신랑이 불끈불끈할 때 많이들 혀! 그것두 나이 저물면 그만인깨 힘있을 때 많이들 허라구들잉!
그나 저나 말여, 올해 삼금이 어떨랑가잉! 송50 한 근에 50,000원은 넘어야 허는디, 우리집두 올가을에 한 200칸 캘 것이 있구만그랴
깎기꾼 아주머니 2, 3 (합창으로)
그려, 그러니깨 성님! 어떻게 올해 삼금이 좋으면 우리한티 국시라도 한 그릇 준답니까?
깎기꾼 아주머니 1
(너스레를 떨며) 아암 주고 말구. 줘야지! 삼금 잘 나오면 내 탕수육 한 접시 크게 쏠팅께 기다려들 보더라구잉그려.
우리집 삼장 죽이 시방 삼장말뚝보다도 더 크당께로. (스스로 일어서서 머리 위로 손바닥을 펼쳐보이며) 그랑께 모르긴 몰라두 아마 삼들이 우리집 신랑 젊었을 때 승질난 좆맹키로 크당께그랴!
깎기꾼1, 2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합창으로) 그러니께 ****한뼘은 되남?
(멀리 있는 남산문화원 지붕에 있는 확성기 소리, )
13만 군민여러분! 오늘 오후 2시 공화당 사무총장 길재호 국회의원이 남산 문화원 앞 광장에 오십니다. 13만 군민들에게 의정보고를 위하여 서울에서부터 헬리콥터를 타고 직접 오십니다. 금산군민들은 어서 오셔서 금산인삼을 위한 많은 고견을 의원님께 간청하시기 바랍니다. 삼금도 올려달라고 하십시요.
미국, 일본에 수출도 해달라고 하십시요.
13만 군민여러분! 오늘 오후 2시 공화당 사무총장인 길재호 국회의원이 남산 문화원 앞 광장에 헬리콥터를 타고 오십니다.
동네 이장
(후들후들 엉거주춤 들어오며) 아이구 우리 동네 아주머니들 여기에 다 모이셨구만요그려
아이구 우리 동네 부잣집 아주머니들이 삼깍으러 다 다니고말여, 돈 좀 어지간히 벌고 이제 좀 써요, 써! 그래야 돈도 돌고 나라가 발전한당깨유!
깎기꾼 여인 1
(별 실없는 소리도 다한다며 손을 저으며) 어이, 이장 니임! 노래나 한 곡 혀봐여. 노래하는 거 디게 좋아하잖여.
동네이장
(화를 내며)아구, 아주머니두. 말뽄새가 그게 뭐여
그랑깨로 어이를 빼든지, 이장님을 빼고 야자를 틀든지, 거 참 기분이 여엉 안 좋구먼그랴
깎기꾼 아주머니 2, 3(합창으로)
그려, 그려, 새를 막 먹은 참이라 디게 졸립구마잉! 이장님! 어디 노래 한 곡 시원하게 불러봐잉? 18번 예쁜 노래루그랴.
동네 이장
아주머니들 그랑깨 우리가 사는 게 뭐 별겁니까? 내가 어렸을 때 울아부지가 우리 동네에서 최고 부자였는디 살다보니까 내가 물려받은 논 밭 다 팔아조지고,
그러니깨 애 몇을 낳으며 살다보니깨 요 모양 요꼴이 되고 말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려.
그래도 내가 동네를 위해서 이장도 하고 있고 이렇게 노래도 불러가매 재미있게 잘 살고 있습니다려.
깎기꾼 여인 1, 2, 3
어, 이장님 각설하고 노래나 한 곡 혀 그러니깨 그거 있잖여! 잘 하는 남진이 노래 있잖여. 삐약 삐약 거리는 거
동네 이장
그래요. 동네 아주머니들이 금산를 위해 삼을 깎고 졸립다고 하는디, 어찌 내가 조용히 있을 수가 있겠습니까? 내가 그러니깨 아주머니들을 위안을 해야지 맞지 않겄습니까? 자 위문공연 나갑니다.
엉덩이를 뒤로 빼고 흔들면서 노래를 한다.
남진의 님과 함께를 혼자서 손가락을 세우고 온몸을 흔들며 노래를 한다.
(반주)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님과 함께 한 백년 살고잡네
삐약삐약
노래를 한다.
깎기꾼 아주머니 1, 2, 3
(아주머니들 이구동성으로) 그래, 맞어, 맞어, 내가 츠녀일 적에 노래처럼 저렇게 살라구 시집을 왔더랬는데, 우리가 어쩌다가 이 모양 요꼴이랴그려.
그러니께말여잉!
그나저나 우리도 번쩍거리게 한 번 잘 살어봐야 되는디말여!
노인농부 1
(손 채양을 하고 멀리 바라보며)
아, 그러니깨 금산군민이 13만 가차이 되던 시절이 있었기는 했었던가
내가 나이를 먹다보니 그러니깨 이명인지 뭔지 13만 군민이란 소리가 언제적 소리여
그러니까 인자 한 50년은 지났을 거구만그려
그때만 해도 길을 걷다보면 그냥 사람이 어깨에 치여서 천하 귀찮았다니까잉
뭐하러 애새끼를 이렇게 많이 나제꼈냐구 지청구를 다 떨었다닝깨로
장날이면 필수네국수방앗간 앞 건삼전 사거리를 지나가는데 여간 시간이 걸린 게 아니었으니까 말여
장날이면 무주, 진안, 장수, 촌놈들 뿐만 아니라 전국의 인삼약초장수들이 금산으로 다아 몰려왔으니깨그랴.
하여튼 사람이 많으니깨 그 때만 해도 장사가 얼마나 잘 되었는지 몰라그려.
그때만 해도 금산장날이 전국 3대 장날에 들었으니깨말여.
장날이면 노점상들이 조선팔도 물건이란 물건은 모두 몰려들어왔으닝께그려.
그라니께로 해구신을 싼 종이도 한 사흘 달여서 먹으면 늙은좆 세우는데는 최고로 약된다고 팔고다니는 놈이 다 있었다닝께그랴
그놈 그거 팔리기는 했능가 몰라
팔았으면 그걸 사먹은 놈은 또 누구여!
참내 그때만 해도 별 미친 놈이 다 있었당깨로, 하기는 세상이 좀 어두운 시절이었기도 했지그려.
동생은 요새 어떤감?
고추밭에 탄저병은 괜찮구?
참 그 왜 빨딱고개 골짜기 삼장은 빈 데 없이 잎노는 잘했어?
곧 장마가 오니깨 올여름 조심혀, 약도 좀 자주 치구그려. 모르기는 몰라도 죽만 늦게까지 세워놓으면 돈 좀 될 걸.
(농부4 어깨를 다독이며)
그려, 동생! 올게는 좀 애써보라구! 결과가 말할 거구만그려.
농부 4
(거들거들 몸을 흔들며, 머리를 긁적이며) 예, 형님! 아적까지는 괜찮습니다요. 그랑깨 올 여름만 잘 지나가면 돈 좀 쥐게 될 거 같구만요.
노인농부 1
그려, 삼장 단도리나 잘 혀! 그래도 금산에서는 그게 가장 큰 돈이니깨잉!
참 그러고 보니 자네 큰 아들 장가갈 때 되어지잉!
엊그제 보니까 신미당 시계방 앞에서 어떤 젊은 처녀하고 손붙잡고 가는 게 자네 아들인 건 같던디그랴!
농부 4
예, 형님! 올 가을에 삼 캐면 그 돈으로 예식을 올려줘야겠구먼유!
이것들이 식 올려주면 또 농사 안 진다고 도회지로 도망 안 갈랑가 모르겄어요.
그나저나 저 큰 땅들을 어째야 쓸랑가 모르겄네유!
농부3
(앞으로 나서며) 아, 형님들말여. 그러니께말여 옛날 그때는 시상에 돈이 넘쳐 장사가 잘 되니까말여 하, 참내 그때만 해도 조선 팔도 좆달린 짐승이란 짐승은 금산에 다 모여들었으닝께그려.
하여튼 그때 조선좆은 소전다리깨로 다 모인 셈이랑깨로, 하 참 그때가 우리 인생에 호시절이었제.
(눈을 감고 먼 하늘을 보며)
형님들 인자 다 틀려버렸어. 우리 동네에 애기 울음소리 끊어진지가 언제인지 몰라
이렇게 가다가는 얼마 안 가서 3만명 밑으로 떨어질 거닝깨 알아서들 햐!
그렇게 되면 아마 모르기는 몰라도 공무원 하고 학교 선생들하고 직장댕기는 것들만 금산에 살게 될껴!
그래서 지들끼리 주며 받으며 알룩달룩 살면 참 재미들 있을껴! 그려, 잘들 해쳐먹고 살으라고 혀?
말은 내 좀 삐뚤어졌지만서도 그러니깨 어서 정신차리라고 하는 소리여!
시방 그 새끼들 다 뭣들하고 자빠졌는지 모르겄어, 인구를 지들이 무슨 수로 늘려!그냥 모가지를 닭모가지 비틀듯 훼엑 비틀어버리고 싶다니께그려
금산사람들 정신차려야 혀. 정신 안 차리면 인삼이고 뭐고, 약초고 뭐고 좆이고
금산이 그냥 없어져 버릴 챔이닝깨말여!
금산 어느 동네를 가도 애기 울음소리가 없으니, 거의 모든 동네들이 아무 힘이 없어
그야말로 금산은 이제 거의 깜깜한 동네가 되어간다니깨루!
점점 깜깜한 동네가 되어간다니께그랴!
아, 이를 어쩌면 좋냔 말여.
그나저나 내가 저승에 가서 부모님께 뭐라고 전해야 할지 참 걱정여 걱저엉!
(뒷짐을 지고 간신한 걸음으로 퇴장)
농부 2
(관객을 향하여 숫돌을 높이 들어보이며)
우리는 모두 이제 스스로 숫돌로 살아야 돼!
나를 땀흘려, 나를 피흘려 금산을 날카롭게 벼려야 돼
아직도 늦지 않았다고,
지금 우리는 더욱 금산을 위해 우리를 아파해야 돼
우리 서로 각자 금산을 위해 일해야 돼
농사꾼은 인삼농사를 인삼 한 뿌리가 지게 한짐이 되게 짓는 게 금산을 위한 일이고
공무원은 금산군민을 위해 밤을 도와 일하는 게 금산을 가꾸는 일이고
학생들은 금산 미래를 열심히 꿈꿔야 하는 것이야. 그게 금산을 지대루 살리는 길이야
(숫돌을 높이 들어보이며)
지금이야 지금 우리가 아파하지 않으면 금산인삼도 금산의 미래도 없어.
우리는 지금으로부터 더이상 슬프거나 아퍼지면 안 돼!
2030년이면 내가 몇 살인지 알아
그러니까 그 때는 고희를 지나 팔순을 향해 가는 것이지그려.
그래서 지금 일해야 되는 이유야
지금밖에 일할 시간이 없는 거여
그러니까 우리 모두 지금 일하지 않으면 금산은 더 깜깜해지고 말을 거야
우리 모두 지금 일하러 가자구!
우리 모두 지금 당장 땀 흘려 일하자구!
(주먹을 불끈 쥐어 하늘로 올리며)
우리 모두 지금 금산을 위해 어서 일하러들 가자구!
(관객에게 함께 주먹을 쥐고 외치자구 권하고 나서 관객과 함께, 주먹을 쥐어 높이 들며)
우리 모두 금산을 살리자!
우리 모두 금산을 살리자!
관객과 함께 서로 박수를 치며(F.O)
(F.I)고등학교 남학생 2명, 여학생 1명이
무대에 흩어져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여자고등학생1
(학교교복 차림으로) 저는 금산 여자고등학교 1학년 박지선입니다.
미래 희망은 현모양처가 되어 금산의 기둥을 낳아 기르는 겁니다. 금산백년을 꿈꾸고 그 꿈을 기르고 가꾸는 아이를 낳을 겁니다.
남자고등학생 1
(캐주얼한 복장으로 금산을 내려다 바라보며) 금산고등학교 2학년 김건축입니다. 제 미래희망은 세계적인 건축도시환경학자입니다. 세계적인 건축환경을 공부하여 금산을 세계적인 동네로 가꾸는 것입니다.
금산에서 낳았으니 금산을 위해 금산에서 살며 금산을 가꾸는데 제 평생을 보내고 싶습니다.
금산을 세계인들이 올 수 있는 동네로 만들 자신 있습니다.
남자고등학생 2
(삼캐는 농부복장으로 인삼곡쾡이를 들고 인삼을 캐는 흉내를 내며) 나는 집안 대대로 인삼농사를 짓고 살아온 집안의 장손 심산삼이구만요. 우리집에는요. 인삼농사를 대대로 짓다보니 여기저기에 인삼농사에 대한 오래된 물건들이 많구먼유.
(곡쾡이를 내밀어 보여주며) 이 길게 구불어진 삼곡괭이도 할아버지가 쓰던 것이구먼유! 할아버지가 그러는디 이 긴 곡쾡이로 삼을 캐던 시절이 청춘이었다고 자랑하시더라구유! 그러니깨 땅속에 숨어있는 인삼을 이 곡쾡이로 쑤욱 캐내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데요. 이제 다 지나가버린 세월이라고 아쉬워하시더라구요.
어른들이 쓰던 농기구나 농법들이 아까워 저는 그 유산을 물려받어 인삼 농사를 지며 금산에서 살을려구요.
그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불끈더끈한 인삼을 캐며 한 세상 사는 것도 재미있고 즐거운 인생이 될 수 있겠지요.
그게 세상을 깨우는 선지자 아니겠어요.
돈을 많이 벌고 빌딩을 짓는 일이 뭐그리 대수인가요
저는 저대로 제 인생을 사는 걸로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고 생각 해요.
(고등학생 3명이 천천히 무대 중앙 정면으로 나아오며)
(합창으로)우리를 금산에 살게 해주셔요.
우리를 더 이상 바깥 대도시에 뺏기지 마세요.
우리는 모두 조금 있으면 대도시에 있는 대학에 진학할 거에요.
몇 사람은 외국 대학에 유학도 갈 거에요.
이 땅에서 나고 자란 우리를 제발 내쫓지 말아요.
우리도 밥 먹고 살아야 하잖아요.
우리가 밥 먹고 살을 자리를 주세요.
없다고요.
그러면 밥 먹을 자리를 찾아가야지요.
우리도 결혼하고 아들 낳고 딸 낳고 살아야 하잖아요.
각시도 예쁘게 가꾸고, 아들 딸도 가르칠 수 있는 자리를 주세요.
그러면 아들 딸 가르치고 금산을 가꾸며 살 수 있어요.
없다고요
그러면 각시 예쁘게 하는 곳으로, 아들 딸을 가르친다는 핑계로 금산을 버리고 또 대도시로 나가야지요.
군수님! 그렇게 해주기 어렵다고요.
군수님!, 군의원님! 이 세상에 안 되는 게 어디 있어요.
귀농 귀촌 사업도 하잖아요.
밖엣 고기 잡아다 놓으려 하지 말고 집엣고기나 잘 지켜요그려!
집고기도 못 지키는데 무슨 밖엣고기가 들어오겠어요.
우리들을 잡으세요.
우리들을 금산사람으로 공부하고 돌아와 금산에 살게 해주세요.
금산에 살고 싶어요.
그런 법이 어디 있냐고요?
없으면 만드세요. 그게 금산을 살리는 길인데 안 되긴 뭐가 안 돼요.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이잖아요.
금산이 살 수 있는 길이잖아요.
밖엣고기 너무 좋아하지 말아요. 단물 빼먹으면 다 떠나갈 것들이에요.
우리들을 밖으로 떠나지 않도록 꼭 붙잡으세요.
여기 금산에서 밥 먹고 일하게 해주세요
(합창으로) 우리는 할 수 있다
이 세상에 안 되는 게 어디 있나
허리띠 졸라매고 밥을 굶어서라도
금산을 위한 일이라면
금산을 살리는 일이라면 우리는 해야 돼!
군수님! 군의원님이 하시면 돼요.
우리는 박수치며 따라갈께요
군수님 최고!
군의원님들 최고!
그런 법이 어디 있냐구요?
우리끼리 하면 돼요.
우리가 그 법 만들면 된다구유우!
금산군민 여러분! 우리가 하면 됩니다
우리는 할 수 있다
이 세상에 안 되는 게 어디 있나?
우리가 사는 금산!
우리가 만드는 거야!
가자, 가자, 금산2030으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