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도는 축구 기사 [ 조회수 : 1,488 ]
[2006년 12월 04일 13시 28분]
1월 겨울 이적시장을 앞둔 잉글랜드와 유럽의 축구계에서는 많은 소문과 가십, 추측들이 난무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이와 관련해 언론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에 대해 한국 팬들이 알아야 할 몇 가지가 있다. 특히 한국이나 잉글랜드에서 어떤 과정으로 이런 뉴스들이 만들어지는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나는 한국과 영국, 양국 언론에서 동시에 일하고 있다. 잉글랜드에서는 442나 When Saturday Comes과 같은 잡지들과 일하고 있으며 신문이나 축구 웹사이트에도 기고를 한다. 뿐만 아니라 국제 뉴스 에이전시인 AFP나 PA 스포츠에도 기사를 송고하며 골닷컴과 같은 국제적인 축구 웹사이트에도 관련하고 있다. (물론 나는 엠파스의 Top Corner를 가장 좋아한다!) 이렇듯 다양한 축구언론에 관련하고 있는 나는, 축구에 관한 이야기들이 어떻게 전세계로 퍼져나가는지에 대해 꽤 소상히 알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지난 수요일 한국 언론들은 울산이 이천수를 떠나 보낼 수도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고 이는 아시아 축구시장에 흥미로운 뉴스가 되었다. 이천수는 아시아에서 널리 알려진 스타플레이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그 기사를 골닷컴에 올렸고 그에 관한 리포트를 축구 뉴스 에이전시인 PA 스포츠에 송부했다.
자, K리그의 유명 선수가 해외로 나가려 한다는 것은 한국에서 큰 뉴스가 되고 아시아에서도 중요한 뉴스가 된다. 하지만 잉글랜드의 축구팬들에게는 그다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불행히도 K리그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그쪽에선 뉴스거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천수의 경우에는 잉글랜드에서도 흥미로운 뉴스거리가 될 수 있는데 이천수가 실제로 잉글랜드에 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잉글랜드의 인터넷 축구사이트들은 이 이야기를 가져다 쓰게 된다. 가장 보편적인 사이트는 Teamtalk나 Sporting Life, Sky Sport와 같은 곳들이다.
기본적으로 이런 웹사이트들은 내가 썼던 리포트를 재구성해서 기사를 만든다. 이건 별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도 한국 언론의 기사를 바탕으로 리포트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Teamtalk나 Sky Sport에 올라온 기사들이 결국 한국의 오리지널 기사를 다시 쓴 것 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잉글랜드 언론은 자국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이야기의 초점을 좀 바꿀 것이다. 이천수가 잉글랜드에 가고 싶어한다는 사실과 과거에 몇몇 잉글랜드 클럽이 관심을 보였다는 사실은 뉴스로서의 가치가 있다. 만약 그 이야기가 김상식이나 조원희를 다룬 것이었다면 그 뉴스가 잉글랜드 언론에 보도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보통의 경우 이러한 웹사이트들은 어떤 팀이 이천수에게 관심을 보였는지 알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모른다고만 할 수도 없는데 그렇게 되면 기사를 써야 할 이유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천수의 경우에는 포츠머스가 다시 관심을 보였다고 말하는 것이 안전했을 것이다. 포츠머스는 이미 3달 전 이천수를 원했었기에 지금 또 다시 관심을 보인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이와 같은 주장은 반증할 수도 없고 꽤 합당하게 들리게 된다.
Teamtalk에는 "포츠머스, 이천수에 대한 관심을 되살리다" 라는 헤드라인이 등장했다. 사실 일 수도 있지만 Teamtalk의 그 어떤 관계자도 진실여부에 대해 알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저와 같은 헤드라인은 잉글랜드 독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안전한 제목이었다.
일은 이렇게 돌아가고 있다. 이상적인 시스템이 아닐 수도 있고 가장 좋은 저널리즘의 형태가 아닐 수도 있지만, 모든 스포츠 웹사이트들은 비슷한 방식으로 기사를 내고 있다. 거의 모든 스포츠 웹사이트들은 다른 사이트로부터 뉴스를 얻어간다.
이게 문제는 아니다. 어차피 뉴스는 전 세계로 펴져나간다. 괜찮은 웹사이트들은 포츠머스 구단에 연락해서 그들의 반응을 알아보려고 했을 것이다. 그런 경우를 제외하면, 한국 선수를 언급한 잉글랜드 언론의 뉴스들은 전부 한국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던 것들이다.
한국을 떠난 뉴스가 잉글랜드에 도착해서 보도된다. 그리고 한국 언론은 잉글랜드에서 나온 그 보도를 큰 기사거리로 취급한다. 문제는 이 시점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내가 스포츠 조선의 기사를 읽고 그에 대한 리포트를 골닷컴과 다른 에이전시에 보낸 난 다음날, 네이버를 통해 "英 포츠머스, 이천수 영입 재추진"이라는 기사를 볼 수 있었다.
이 기사는 내가 좀 전에 언급한 Teamtalk의 기사를 토대로 작성되었다. Teamtalk가 올린 그 기사는 스포츠 조선의 오리저널 기사를 잉글랜드 팬의 구미에 맞춰 재구성한 것이었다. 결국 한국의 언론사들은 스포츠 조선이 얼마 전에 냈던 기사를 새로운 소식인양 다시 보도한 게 된 것이다.
내가 만약 '한국 언론-포츠머스 이천수에 관심 있다!' 이라는 기사를 쓴다면 똑 같은 과정이 다시 한 번 일어날 것이다. 잉글랜드 언론은 내가 쓴 기사를 토대로 기사를 작성 할 테고, 그 기사는 다시 새로운 뉴스가 되어 한국에 돌아올 것이다.
이천수의 토트넘 이적설이나 이영표와 AS로마의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같은 일들이 일어났다.
한국 언론이 잉글랜드에서 나오는 한국 선수 관련 뉴스를 전할 땐 '실제' 있는 일을 보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와 같은 보도들에 대한 포츠머스 구단의 공식 입장과 같은 것들 말이다. 전혀 새로운 소식이 아닌 '뉴스 아닌 뉴스'를 팬들에게 제공 해야 할 필요는 없다.
번역: 조건호 (스포츠 전문 번역가)
출처: 엠파스 토털사커
기사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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쩝, 듀어든 기자가 많이 황당했나보네요.
스포츠조선 기사를 골닷컴에 송고하였더니,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다는.
링크 - 해외토크방에 올렸던 글(←클릭)
지난번에도 괜히 열을 내서 말씀드려본 것이긴 합니다만,
우리 알싸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 먼저 공감대를 가져보고
지적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아있긴 합니다. ^^
첫댓글 ㅋㅋㅋㅋ
나도 teamtalk의 기사를 많이 퍼옴니다만 한가지 사실(?)에 인용하는 사람들과 기자들의 자기해석과 재창조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기사로 둔갑하고 나중에는 원문보다 더한 신뢰성을 갖는 기사로 받아들여 질 수 있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이번 프리메라 리가 약물 관련 기사도 독자들에게 친절히 설명하고자 원문에는 없는 몇몇 선수들의 이름을 거론하여 자세히 읽어보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읽는 사람들에겐 그 선수들의 이름이 각인될 수 밖에 없는거 같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정말 무서운 일입니다.
이야~~ 저런과정에서 포장 + 포장 = 찌라시 가 많이 탄생하는군요..
이거참큰문제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결론적으로 천수씨 포츠머스행은 루머라는 말이군요...
김상식...조원희...ㅋㅋㅋ....애들보고 축구 접으라는 거야 뭐야......
김상식;; 조원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