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부터 5월 8일이 다가오면 길거리에는 카네이션을 파는 장사치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단정하게 카네이션 한 송이에 약간의 안개꽃을 곁들인 정도였습니다. 그 때만 해도 거부감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언젠가 부터 카네이션은 바구니에 담겨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바구니 안에 담겨 축축해진 플로럴폼, 그 위에 꼽혀 있는 여러 송이의 카네이션, 그 주변을 장식하고 있는 약간의 장식물 혹은 안개꽃 ... 마치 제작 메뉴얼이라도 보고 만든 듯 비슷비슷하게 생긴 카네이션 바구니가 거리에 진열됩니다.
저 아저씨는 저번 주 까지만 해도 작은 트럭에 실은 건어물을 팔던 아저씨인데 오늘은 건어물 대신 카네이션 바구니를 가득 실었구나.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 몇 명이 카네이션 바구니를 들고 호객하면서 틈틈히 잡담을 나눈다. 그들에게 무신경한 척 딴청을 피우면서 그들의 잡담에 귀 기울여본다. ....그들 중 한 명이 바구니를 판 돈으로 새 아이팟을 사겠노라 말한다.
5월 8일. 누군가에게는 짭짤한 대목이 되어 버린 것 같아 속이 쓰립니다.
어느 사이 그 쓰린 속을 부여잡고 인터넷을 뒤지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합니다. .
00 여행사, XX 여행사. 마음 같아서는 부모님 여행이라도 보내드리고 싶지만 여행사 사이트에 올려진 가격에 주눅들고 은행 잔고에 한숨 쉬고는 그냥 익스의 창을 닫아 버립니다.
카네이션 형태의 브로지, 책갈피, 쿠션 .... 카네이션 대신 실용적이면서도 카네이션을 대처할 수 있는 물건들 중에서 카네이션 모양의 책갈피를 골라 정성것 포장합니다. 내년에는 아예 부모님 댁의 앞마당울 카네이션 밭으로 만들어 버릴까 .. 라는 생각을 하면서 ..
첫댓글 좋은 아침...맞죠...좋은 아침이었죠...급 슬퍼져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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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아침부터 문안 전화가 아니라 여기부터 들어왔다가...
급반성 수준을 넘어서...
아 난 정말 잉여인간이구나...
확실히 부모님이 카네이션을 원하는 건 아닐테니까요..
오늘 딸이 가슴에 카네이션 달아주는데 기분 좋더군요 ㅋㅋ. 카네이션이라도 꼭 달아드리세요. 부모님이 원하시는 건 오히려 그런 사소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음. 전 편지 써드렸음..
근데 그렇게라도 카네이션이 유통이 되어야 저 같은 사람들이 그걸 사서 달아드리죠...
말 잘해서 다른 걸로 타협보는게 부모자식간에 서로 좋을 것 같아요. 가격대 성능비가 당연히 그게 좋으니까요. 경제 관념이 없어서 5000원짜리 화분을 생화로 생각하고 샀는데 플로럴폼인지 뭔지에 꽂혀있더군요. 향은 풀냄새 밖에 안나고 다시 꽂을 때 느껴지는 플로럴폼이 가루가 되는 촉감은 최악이더군요. 화분의 재질은 무슨 나무에 페인트 칠 했는지 몰라도 똥내도 나고.. 최악이었습니다.
중국산 카네이션 많고 비누로 모양내 만든 꽃도 있습니다.. 걍 예전처럼 종이로 정성껏 만들고픈 1人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