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도의 더위와 가뭄 틈에 소나기 두 번!
그 두 번째이던 다음 날 아침의 촉촉한 대기입니다.
이런 폭서의 여름에 아내는 대강 벗고 자고 나 몰래 창이란 창은 살짝씩 열어놓습니다.
이곳에 정착한 후 대개의 잠은 내가 조금 더 이른 편입니다.
11시부터 새로 2시 사이의 '기 충전'의 타이밍을 은근 실천하는 것이 몸에 밴 것이겠죠.
그러면 또 아침엔 내 코가 삑삑하고 감기기운이 돕니다.
내가 양기가 더 많고 열이 있지만 피부는 얇아서 풍한서습조화의 외기의 감촉이 많은데 비해
아낸 약하지만 외부 방호벽이 비교적 튼튼하여 감기 앓는 일은 없죠.
정말이지 옛날에도 그랬고, 최근 10수년 사이에도 감기라고 약 지어달란 말 들은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처음 생각과 달리 안방은 제 서재가 되었고 이 거실에서 주방이며 침실이며 사랑방을 다 삽니다.
물론 저 '꿈이'의 안방은 화장실에 딸린 드래스룸 비슷한 공간을 따로 쓰고 있죠.
말 잘 듣는 착한 아이처럼 잘 시간이 되면 말 없이 손(발)가락질 한 번,
눈짓, 턱짓, 째려보기, 거실 불 끄기만으로도 떼기 싫은 슬로우비디오 걸음을 어기적거리며 기어들어갑죠.
이 더위에 바깥 '마루'는 하루 종일 혓바닥을 늘어뜨리며 헥헥거린답니다.
선풍기는 고사하고 물대포라도 쏘아주고 싶지만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하죠.
몇 주전 다행히 온 식구가 붙들고 뭉친 털을 깎아준 것이 있어서 모피코트는 면했지만...
아내가 우편함에서 고지서나 쇼핑몰 것들을 들고 들어오는데
이번엔 월드비전 카드가 어쩌고 저쩌고 해요. 가끔 있는 일이니 그런갑다 했죠.
지난 10년 간 매월 내 용돈통장에서 2만원씩 나간 것에 대한 감사증이었어요.
이틀이 지난 오늘 아침에야 아내가 서재에 세워놓은 걸 보고 알았죠.
동안 사진도 몇 번, 편지 요청도 몇 번, 자라는 과정도 몇 번 보내왔지만
도통 메아리 없는 침묵으로 일관했던! 어제는 가족여행을 다녀왔죠.
창비 출판 일을 하다가 은퇴한 매제더러 내가 같은 백수끼리니 우리집에서 하룻밤 더 자고 가라 하였더니
자기는 백수가 아니라 농부라 하네요.^^
땅콩만한 연방죽에서 백련을 가져와 선물을 주면서
팬션에서 연꽃차를 활짝 펴놓고 함께 풍미를 즐겼는데, 항,
이 꽃을 아는 이에게 몇 개 팔아서 저렇게 '농부'를 자칭하는 높은 자부심이라니!
역시 돌베개 편집장을 오래 하였던 그의 아내이자 내 막내 여동생은
돈이 되는 지는 몰라도[엄마는 아이에게 배운다], [암탉 엄마가 되다]에 이은
세번째와 네번째 책 발간을 향해 몸이 마르고
그 서방님 매제는 오늘도 유기농을 꿈꾸며 비쩍비쩍 말라가는데
월드비전에서 세 아이나 후원을 하고 있죠.
저도 이 동생네의 착함에 힘입어 10년 전부터 후원을 하게 되었어요.
다시 물어도 '착함'은 세상을 세상답게 기르는 어미의 둥근 젖 같습니다.
가난한 젖을 물리며 그윽히 들여다보는 따스한 어미의 시선 같습니다.
아버지 평생의 양노 봉사와 어머니 평생의 감사 기도로 이어진,
아주 작은 자식들, 강아지, '꿈이'의 착함과도 통합니다.
이 방은 제 공간입니다.
겨울에 뒷창을 열면 동백꽃이 피죠. 꽉 막히지 않은 언덕길 너머를 가끔씩 눈휴식합니다.
책과 메모장과 컴퓨터와 카메라가 함께 앉아 쉬는
작은 아궁이에서 잔불이 일어났다 사그라지고
그 위로 졸립다가 와짝 눈을 뜨는 행복한 좌복,
골똘한 앉은뱅이 책상, 서늘한 죽비의 가마솥이 끓기도 하구요...
한 더위는 피하시고 아침 저녁으로 모두들 선선하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선함의 물결이 일었네요
맘만 있지 실천 못하는 이 사람은 몹시 부끄럽습니다^^
저번 날 대접도 없이 내 말만 시끄럽게 떠들고 헤어져 아쉬웠어요.^^ 봄날에 한 번 더 오세요. 두 혜숙님이 함께 오시면 더 좋고.
@김진수 두 혜숙이 꼭 손잡고 가야지요
@미소 네... 나도 두 손 꼭 쥐고 기다릴게~~!
작년 여름 포스트를 이제야 읽어요.
제 후원은 이제 마쳤어요. 두 명은 다 컸고, 한 명은 다른 곳으로 이주해 후원받을 수 없다고 하네요.
실은 세번째 책이 몇 해 전에 나왔는데 오빠는 모르지요? ㅎㅎ
어린이책이라 어린이들한테만 줬거든요.
곧... 초봄에 두 권의 책이 나올 거예요.
한 권은 그림책.
한 권은 책에 관한 에세이.
오빠 이야기도 살짝 들어갔어요. ㅎㅎ 기대해요.
내가 작년에 퇴임도 하였겠다 이제 슬슬 그림붓을 들어볼까 싶어 지난 글들 손보고 있는 중인데 윽, 넌 벌써 세번째 책을 내고 또 두 권의 책을 굽고 있었다니 정말 대단하다. 닭도 서방님도 아들로부터도 얼마간 벗어나서 창작의 시간을 가졌구나. 잘혔다 잘혔어. 축하하구... ㅎ 우리 손주가 곧 태어나니 네 그림책을 젤 먼저 보여주어야겠구나. 사 볼테니 책 제목들 적어주고 네 첫 두 권의 책은 사인해서 우리 사위와 며느리 후보에게 선물해 주면 안 되겠니? 내가 자랑쳐놨거든^^ 난 두 번째 시집을 언능 시집 보내버려야 허겄는디 출판사에 버튼 누를 힘이 없어 차일피일하고 있어.
설에 서울 석진이네가 온다 하고 토요일에 모처럼 또 광주에서 대가족이 만나기로 했다. 넌 봉화에 가있겠구나. 지수는 휴가 안 나온대? 먼 길 오가며 차 조심!!!
설 잘 다녀왔어요. 지수는 2빅 3일 특박 받아서 일요일에 강화 올라왔다가 어제 내려갔고요.
봄에 나올 두 종의 책은 아직 제목 미정이고요. 옛날 책들은 담에 그 아이들 만날 때 줄게요.
강산이 식 올리기 전에 만날 기회가 있으면 좋을 테지만, 안 되면 결혼식에서 봐요. ^^
@어미새 응, 고마워~~ 고모님 전화 받았어. 네게서 소식 들었다고 미리 축하해주시더군. 이제 연세 때문에 여기 저기 아프신가봐. 직접 여쭤보면 대답이 시원치 않으니 며느리와 통화하려고 몇 번을 거는데 연결이 안 돼. 보약을 좀 지어보내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