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독서 열풍이 부는 가운데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5년 국립중앙도서관의 내년 예산은 올해 대비 4.6% 감소한 692억5600만원으로 편성됐다.
○ 국립중앙도서관 예산은...
2022년 876억8300만원에서, 2023년 765억 100만원으로 12.8%(111억8200만원), 2024년 725억6600만원으로 5.1%(39억3500만원) 감액돼 3년 연속 줄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여의도에 있는 국회도서관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도서관으로 2023년말 기준 1425만권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장서 및 영상 자료 등을 보유하고 있는 역사기록소와 같은 곳이지만 정부의 긴축 기조 속 예산 삭감을 피하지 못했으나 장서 구입이나 사서 인건비 등을 제외하고 시설 유지보수 등에 들어가는 예산을 삭감했다는 것이 기획재정부의 설명이다.
○ ‘등화가친(燈火可親)’
중국 당나라의 시인 두목(杜牧)의 산행(山行)이라는 한시에는 “상엽홍어이월화(霜葉紅於二月花) 서리 맞은 잎이 이월의 꽃보다 더 붉다” 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서 이월의 꽃은 동백꽃을 두고 한 말이다. 붉게 물든 단풍이 동백꽃보다 더 붉다라는 시인의 상상력이 놀랍다.
‘이방인’의 작가로 알려진 알베르 카뮈(Albert Camus)는 이런 말을 했다. “낙엽이 꽃이라면 가을은 두번째 봄이다.”
모든 잎이 꽃이 되는 가을은 두번째 봄이다 라는 카뮈의 글은 ‘시작과 끝이 다르지 않다’는 노자(老子)의 철학을 연상케한다.
어느덧 가을이 무르익어 비움으로 가는 길에서 계절은 만추의 정취를 풍긴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언제나 아름답다. 그래서 가을은 기다림과 체념, 미련의 계절인지도 모르겠다.
오는가 싶더니 머무름 없이 떠날 준비를 하는게 자연의 순리이다. 등불아래 시집한편 펴놓고 싶어 지는 밤이라 그런지 옛 시인들도 가을을 등화가친의 계절이라 했다.
등화초가친(燈火稍可親)이요 등불을 점차 가까이 할만할 때다.
간편가권서(簡篇可券舒)이라 책을 펴보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
한유(韓愈)의 부독서성남(符讀書城南)은 아들에게 책 읽기를 권하는 내용으로 고문진보(古文眞寶) 전집에 수록돼 있다. 고문진보는 중국 주나라때부터 한나라때까지의 고시와 고문을 모아 엮은 책으로 전집 10권 후집 10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황연이 편찬한 중국의 시문 고전이다. 가을이면 숱하게 인용되는 사자성어 ‘등화가친(燈火可親)'은 여기서 유래했다.
또 여기에는 사사로운 정과 올바른 의는 서로 어긋나는것 은의유상탈 (恩義有相奪)이란 말도 함께 실려 있다. 사사로운 정에 끌려 올바른 의를 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가을은 속죄와 참회 감사와 은총의 기도를 올리는 계절이라 세상에는 영혼을 구원받아야 할 속된 존재들이 너무도 많지만 용서와 사랑은 인간이 아니라 하늘의 몫인지도 모른다.
늦가을의 아름다운 경치라는 뜻의 만추가경(晩秋佳景)은 낙화에 정이 있으면 유수 또한 정이 있어 그것을 띄워 흐를 것이란 뜻으로 남녀가 서로 그리워하는 심정을 비유한 말이기도 하다. 좋은 습관중 하나가 독서습관이다. 계절에 관계없이 책을 많이 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