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자 수필 문득.1033 --- 꽃이나 단풍은 누구나 볼 수 있다
산야에 꽃이 아름답게 피었다. 혼자 보겠다고 캐어 옮기거나 꺾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꺾으면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오래 못 가 시들며 죽을 수밖에 없다. 목숨을 단축하게 된다. 꽃을 혼자 본다고 잘 보이거나 많이 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많은 사람이 보아야 더 가치가 있고 돋보인다. 많은 사람이 본다고 볼 수 있는 양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각자 꽃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면서 같이 즐거워할 수 있다. 꽃이 피어 있는 동안은 누가 얼마를 보든 관계없다. 그 향기 또한 다를 것이 없다. 한 해를 열심히 준비해서 가장 멋진 모습으로 피어나는 꽃을 삼자가 멋대로 짓밟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꽃이나 나무는 심는 사람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곁을 지나는 사람은 누구라도 보고 즐거워할 수 있다. 감춰놓고 혼자서 즐길 수는 없다. 공원은 물론 가정집의 정원이라도 밖으로 드러나거나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이는 것을 보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자라거나 가꿀 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어도 신바람이 나서 아무렇지 않게 꽃을 보고 단풍을 보며 자연을 즐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때로는 무임승차한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럴수록 감사한 마음에 속속들이 눈여겨보게 된다. 꽃 피는 봄날이나 단풍이 곱게 드는 가을도 마찬가지다. 이웃의 덕을 보는 셈으로 고마운 일이다. 봄철에는 직접 심거나 가꾸지 않았어도 발길이 닿는 산야마다 꽃이 피어나므로 어디서든 감상하면서 즐거워할 수가 있다. 가을이면 방방곡곡이 단풍 물결이므로 발길 닿는 곳에서 마음껏 즐길 수 있다. 그 시기를 놓치지 않고 그 장소만 잘 선택하면 횡재하는 것이다. 몰래 슬쩍하는 것도 아니고 가치가 줄어들거나 나누어 가는 것도 아니다. 관심에 부지런하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어차피 그 기간이 지나가면 꽃은 지고 단풍도 지게 된다. 기다려 달라고 할 수 없다. 눈치껏 시기를 맞추면 된다. 볼수록 꽃이나 단풍이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그래서 은근히 봄날을 기다리고 가을이 아쉬운 것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