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다리 '초재골목'
'말뼈 있습니다.'
'지네 갈아드립니다.'
웬 뚱딴지같은 말인가 싶다.
도대체 말뼈는 왜 있다고 하며,지네는 왜 갈아준다는 것인가?
그러나 이 곳이 '부산 영도다리 초재골목'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예부터 이 곳 초재골목에서는 생약 재료로 안 쓰였던 것이 없었으니 말이다.
기실 말뼈는 민간요법에서 골다공증,관절염 등에 좋다고 한다.
지네가루는 신경통,요통 완화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렇듯 나름의 효능을 가진 특별한(?) 재료가 이 곳 초재골목에는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
이를 증명이나 하 듯 이들 가게 앞에는 껍질 채 벗겨 말린 개구리,너구리,산토끼 등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뿐만 아니라 두꺼비,자라,굼벵이,벌집 등도 한 자리 떡하니 차지하고 있다.
심지어 야생의 살쾡이,오소리 등도 주문만 하면 쉽게 구할 수가 있다.
초재골목이니 각종 식물의 잎,줄기,뿌리,열매 등으로 만든 약재도 당연히 구비하고 있다.
영도다리 초재골목. 부산의 약령시장. 서울 경동시장이나 대구 약령시장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규모다.
그러나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있고,못 구할 생약과 초재가 없을 정도로 우리 부산을 대표하는 약령시장이다.
30~40여 년 전 영도다리 남포동 방면 좌우 도로에 초재 노점상이 형성되었다.
이 노점상들이 '영도다리 초재골목'의 시작이다.
싸고 질 좋은 초재를 구할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이 곳에 사람들이 몰리자,
하나 둘 점포를 형성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한때는 40~50여 점포를 형성할 정도로 큰 규모였지만,이제는 20~30여 점포가
서민들을 상대로 저렴한 조약 재료를 공급하고 있다.
주로 40~50대 중년층이 자주 찾는다고 한다.
남포동 지하철역 영도방면 출구로 나오자 바로 초재골목이 눈에 들어온다.
장마 기간이라 그런지 골목에 들어서니 향긋한 약초 냄새가 더욱 은은하게 풍겨난다.
아주 기분 좋은 냄새다.
깊게 심호흡을 한다.
약초의 유효한 기운이 몸속으로 마구마구 빨려 들어오는 느낌이다.
장마 날씨에도 중년부인들이 제법 기웃거린다.
복날을 앞두고 가족 건강을 위해 보양식 재료를 구입하는 것 같다.
통통하게 잘 빠진(?) 수삼을 이리저리 살펴보는 사람,감초 냄새를 킁킁 맡아보는 사람,
여름철 기력회복에 효과 있다는 황기를 한 두릅 사는 사람….
저마다 전문 약초꾼인 양 고르는 품이 사뭇 진지하다.
초재골목에 온 김에 초복에 먹을 삼계탕 재료를 산다.
인삼 3뿌리,썰어 놓은 황기 한 줌,대추 10알….
이 것 저 것 모두 합쳐도 만 원이 안 된다.
닭과 함께 인삼,황기,마늘 등을 넣어 탕을 끓인 삼계탕은 여름 최고의 보양식이다.
특히 몸이 허하고 여름을 타는 이들에게는 '열이 많고 기가 센' 삼계탕만한 음식보약은 없을 것이다.
예부터 생약과 초재는 우리민족의 전통 치료제재이자 보양제재였다.
모든 재료는 자연에서 얻은 것을 자연 방식 그대로 사용하였다.
'자연의 것'으로 '자연에 속한 인간의 몸'을 다스린 것이다.
때문에 생약초재는 부작용이 없을 뿐 아니라 몸의 자연치유능력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에
지금까지도 널리 애용되고 있는 것이다.
지루한 장마가 계속되고 있다.
이 장마가 끝나면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다.
올해는 유난히 더 더울 것이라고 한다.
더위를 슬기롭게 나기를 원한다면 '영도다리 초재골목'으로 가보시라.
'여름을 이기는 방법'이 그 곳에 있을 것이다.
최원준·시인 cowe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