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하이브리드 슬로건은 재미난다. ‘가장 이기적인 하이브리드’라는 다소 신경을 건드리는 슬로건이다. 렉서스 엔트리 SUV인 UX는 이런 슬로건에 걸맞게 연비는 물론 탄탄한 주행 성능을 뽐낸다.
UX는 날카롭고 과감한 선과 면으로 이루어진 렉서스 만의 고유한 디자인이 소형 SUV 차차에 잘 녹아 들어 있다. UX는 동급 차종 중 가장 무게 중심이 낮다. 전장 4495mm로 동급 SUV 볼보 XC40의 전장보다 70mm 더 길고 전고는 1520mm로 XC40에 비해 120mm 낮다. 차의 크기나 비례감은 언뜻 해치백을 연상시킨다. 이런 특징들이 UX를 세단 못지 않은 안정적이고 탄탄한 주행성능을 뒷받침한다. UX는 여타 다른 온오프로드를 겸하는 SUV와 달리 완벽한 온로드 럭셔리 SUV이다.
전면 시선을 사로잡는 대형 스핀들 그릴은 렉서스의 상징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인상을 자아낸다. 블랙 매쉬패턴을 적용해 더욱 날렵해졌다. 헤드램프 상단에 L자형 주간주행등을 날카롭게 그려 넣었다. 트리플 LED 헤드램프는 미래지향적인 모습까지 연출한다.
측면은 낮은 지상고와 어우러려 위쪽으로 상승하는 벨트라인이 스포티함을 드러낸다. 차량 전고가 낮아 시트 포지션 또한 기존 SUV와 달리 세단 느낌을 준다. 옆 차선에서 마주하면 UX가 SUV임을 알아차리기 힘들 수도 있다. 그것도 잠시, UX가 매끄럽게 앞으로 추월하며 드러내는 UX 만의 압도적인 주행감은 콤팩트 SUV의 매력을 배로 만들기 충분하다.
날카롭게 지나가는 측면 캐릭터 라인은 후면테일 램프까지 이어진다. 어떤 위치에서도 도드라지게 보이는 리어램프의 양 끝 디자인은 일직선 형태로 흡사 스포일러가 달려 있는 듯한 착각을 준다. ‘에어로 스테빌라이징 블레드 라이트’라고 불리는 테일램프는 공기역학에 일조를 할 뿐더러 스타일리쉬한 디자인을 뽐낸다.
실내는 역시 프리미엄 브랜드 답게 고급감이 넘친다. 소형 SUV에 과분하지 않나 싶을 만큼 가죽 등에 고급 소재를 아낌 없이 사용했다. 운전석에 앉아 느끼는 실내 촉감은 훌륭하다. 운전자의 편안함도 신경을 썼다. 10.3인치 디스플레이와 공조장치는 시인성이 뛰어나다. 1열에는 한국 소비자 선호 1위 사양인 열선 및 통풍시트를 장착했다. 3단계로 조절 가능하다. 열선 스티어링 휠 또한 장착했다.
디스플레이 조작을 위해선 센터콘솔에 위치한 터치패드를 작동해야 한다. 스크린 터치가 불가능한게 가장 큰 단점이다.
운전자 뿐만 아니라 보조석 탑승자도 다소 답답할 만큼 조작이 번거롭다. 조작감은 무난하다. 특이한 것은 오디오 컨트롤러가 센터터널에 위치한다. 작동해본 결과 크게 까다로운 조작이 요구되지 않지만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조금은 걸리겠다. 운전자 쪽을 향한 센터페시아는 인상적이다.
2열을 들여다 보면 흠칫 놀랄 수도 있다. 성인 남성 2명 정도가 2시간 정도 무난하게 탑승할 수 있을 크기다. 편의장비는 벤츠 GLB에도 달려 있지 않은 에어벤트와 팔걸이가 기본이다.
트렁크 사이즈는 동급 SUV에 비해 작은 편이다. 골프백 한 개 정도를 겨우 넣을 수 있는 크기다.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 큰 사이즈 유모차를 싣기에는 무리다. 트렁크 공간이 협소해진 데에는 하단에 위치한 배터리 때문이다. 4륜이 아닌 전륜 2륜 구동 모델은 트렁크 하단 공간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적재를 위해선 폴딩이 가능한 2열 시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시동을 걸면 시트와 사이드 미러가 출발 신호를 기다리 듯 포지션을 갖춘다. 이기적인 하이브리드답게 정숙함으로 준비가 완료됨을 통보한다. 시승 모델은 4륜 구동 최고급 옵션이다. UX의 출발은 전기모터로 시작한다. 하이브리드용 배터리와 4WD시스템이 탑재돼 공차중량이 중형급 이상인 1660kg에 달한다. 그럼에도 전기모터를 활용한 출발은 무거운 중량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상쾌하다. 개선된 무단변속기는 이전 CVT의 요란하기만하고 동력 전달은 더뎠던 단점을 잘 극복했다. 오히려 주행 중 임의로 설정 되는 변속 시점이 영리함을 각인시킨다.
2.0L 가솔린엔진은 최고 146마력, 최대토크 19.2kg.m을 발휘한다. 더해서 전륜에 80kW(약 106마력), 후륜에 5.4kW(약 7.2마력)의 전기모터가 힘을 보탠다. 총 출력 183마력이다. 폭발적인 주행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가속력은 깜짝 놀랄만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100km 이상의 속력에서도 전혀 불안함을 느낄 수 없고 운전자가 소형 SUV 안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 할 정도로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다. 일정 속도 이상의 가속 상황에서는 코너 진입시 살짝 언더스티어가 발생하지만 곧바로 ESP가 개입한다. 사륜구동 모델 기준 복합연비는 15.9km/L다. 2륜 구동 모델은 이보다 높은 16.7km/L의 복합연비를 인정 받았다. 고속도로에서 쏘고 다녔더니 총 180km 주행에서는 이보다 조금 낮은 리터당 14.4km 정도를 기록했다. 렉서스 하이브리드 모델은 고속도로 보다 일상 시내 주행에서 공인연비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은 연비를 기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서스펜션은 다소 단단하게 세팅 돼 있다. 매끄럽지 못한 도로에서 자세를 유지하며 노면 충격을 제대로 흡수한다. 전체적으로 전기모터의 영리한 활용 덕분에 출력에서 아쉬움을 느끼지 못하겠다. 정차 후 출발 또는 차선을 옮길 때도 속 시원한 주행이 가능했다.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은 기본 기능을 훌륭하게 소화해낸다. 차선 추적 어시스트(LTA)와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DRCC)는 기대 이상이었다. 차선을 완벽하게 중앙으로 유지시켜주지는 못 하지만 주행 중 운전을 보조해주는 역할로는 충분했다. DRCC와 함께 사용할 때는 특히나 LTA의 활약이 돋보인다. DRCC는 스티어링휠에서 손쉽게 조작이 가능하고 앞차와의 거리유지와 가감속 또한 운전자와 동승자가 전혀 불안하지 않게 영리하게 동작한다.
렉서스 UX는 세단의 승차감을 보유한 온로드 최적의 소형 SUV다. 실내 크기는 소형 SUV라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을 남기지만, 날렵하고 스타일리쉬한 디자인과 영리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성능이 조화은 매력이 넘친다. 편안하지만 색다르고 세련된 SUV를 찾고 있다면 렉서스 UX250h가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AWD 가격은 541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