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화 >
그렇게 한참을 걸었다.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매정히 걸음을 옮기는 휘건을 따라잡기
위해 사예는 욱신거리는 다리의 고통도 참고 무작정 따라가고 있었다.
아름다운 재회까지는 아니더라도 웃으며 반겨줄줄 알았는데...
[ 마마 장군님은 이미 예전과 다를지도 모릅니다. 주황제의 충성스런 부하로..! ]
아까 뛰어나오면서 들었던 어렴풋한 윤이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이질적으로 헤집고 있었다.
이제 나 같은건 안중에도 없는거야. 정말로.. 그런거야 사부?
생각이 여기까지 미친 사예는 섭섭한 마음을 감출길 없이 그 자리에서 멈춰서버렸다.
" 사부님 제가 찾아와서 싫으세요? "
덩달아 그의 발걸음도 멈췄다. 휘건은 주위를 한번 훑어보다 이내 한숨을 푸욱 내쉬곤
사예에게 다가왔다. 안그래도 눈고리가 쳐져서 순해보이는 얼굴인데 이렇게 시무룩한
표정까지 겹치니 얼마나 가련해 보였으랴. 예나 지금이나 그녀의 이런 얼굴은 언제나
자신을 꼼짝못하게 만드는 신비한 마력이 있었다.
휘건은 방금전의 제 선택을 후회하며 미안한듯 급히 예를 갖추었다.
" 천후폐하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주위에 주황제의 심복들이 지천으로 깔려있는지라
미처 천후폐하께 무례를 범하고야 말았습니다. 많이 아프셨죠?"
다정한 그의 목소리에 울컥 눈물이 나올것만 같았다.
천후폐하라... 얼마만에 듣는말인지-
오랜만에 들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무척이나 낯설고도 감회가 새로웠다.
사예는 울고싶은 마음은 잠시 한켠으로 미뤄두고 고개를 내저으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는데-
이렇게 어렵사리 만났는데 쓸데없는 울음따위로 시간을 허비할순 없었다.
" 타지생활이 많이 힘드시지요. 그 고운얼굴에 이런 끔찍한 상처들이 왠말입니까 "
" 이깟 상처야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사부, 그간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 정말 그녀석의 수하로 들어가신 겁니까 "
사예는 주저하며 입속에서만 옹알거리던 그 물음을 결국 꺼내어놓았다.
휘건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녀의 어깨와 머리의 상처들을 살피다 멈칫하고야 말았다.
순식간에 어두워져버린 분위기에 사예또한 진지한 얼굴로 조심조심 바위에 걸터앉았다.
" 괜한 짐을 얹어드리려고 꺼낸 말이 아닙니다.
사부, 그녀석이 무슨 협박을 했습니까? "
" 제 스스로 들어간겁니다. 자발적으로요 "
....!!
사예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휘건을 바라보았다. 그럴리가-
혹시나 농담일까 하는 쓸데없는 기대감을 가진채 그를 뚫어져라 응시해보았지만 확고한
그의 눈동자에는 일말의 흔들림도 엿보이지 않았다. 이것이 사실이었다...
휘건은 금새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사예의 얼굴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 이내 그녀앞에
쭈그려앉아 시선을 맞췄다.
" 그래야 아가씨께 천후의 자리를 다시 되찾아 드릴 수 있잖습니까 "
" ... !! "
" 반동세력을 모으고 있는 중입니다. 벌써 조정에서도 천후폐하를 지지하는 무리들이
꽤나 많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십시오 "
" 그러지 마세요 사부. 전 괜찮으니 또다시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싶지 않습니다 "
" 제가 괜찮지 않습니다. "
" 백성들에게 있어서 황제는 그리 큰 존재가 아닙니다. 그저 배불리 먹을수 있고
편히 몸 누일수 있는 거처를 만들어 주는 사람이 그들에겐 진짜 성군이 되는 것입니다.
지금의 주황제를 보십시오. 반역을 했지만 그를 욕하는 무리들은 이제 없습니다.
그러니 제가 물러나는게 옳습니다. "
" ... 정말 욕심이 너무 없으십니다. "
" 그런가요, 그나저나 사부- 노아는요, 잘 지내고 있습니까? "
휘건의 얼굴이 급작스레 굳어졌다. 그런 반면에 사예는 동생 얘기를 하는것만으로도 기분
좋은지 생글생글 웃고만 있을 뿐이었다.
노아라...
그 악랄한 여자의 정체를 알리가 없으니 사예가 이토록 애타게 걱정하는 것도 당연했다.
자신을 천후의 자리에서 쫓아낸 것도 노아였고 해강을 비롯한 반역도들의 총우두머리 또한
노아였다. 휘건은 답답한 마음을 애써 누르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지켜주지도 못하는 처지에 그녀의 여린 마음에 난도질을 할 수야 없지 않은가.
당분간 이 사실은 비밀로 해야겠다.
" 노아를 잘 보살펴 주십시오 "
" 예. 천후폐하 "
" 사부, 이제 그렇게 안 불러도 돼요. "
" 그럴수 없습니다. 한번 섬긴 주군은 영원한 주군이란 말도 있듯이
제게서 주군은 폐하 한 분 뿐이십니다. "
" 쳇, 지금와서 그런 멋진말 해봤자 전 하나도 안고맙다구요,
아까전에 그렇게나 무시하시다니 제가 얼마나 창피했는지 아십니까. "
" 죄.. 죄송합니다! 정말 어쩔수가 없었습니다. 가뜩이나 의심을 받고있는 처지라.."
" 그렇게 죄송하다면... 업어주세요! "
" 예?! "
" 업어주시면 용서할게요 "
장난스레 웃는 사예앞에서 휘건은 심히도 당황했는지 서둘러 피하려고 했지만
재빨리 자신의 목을 껴안아오는 사예 때문에 그대로 바닥에 주저 앉을수밖에 없었다.
" 어렸을때는 많이 업어주셨잖아요. 지금 사부때문에 다리를 다쳐서 걷기도 힘든데
정말 이러실거에요?"
" 그게 언제적 얘긴데...!! "
" 업어주셔요 사부- 네? "
애교있게 청해오는 사예의 간드러진 목소리에 과묵하다 자부하던 휘건의 얼굴이 어느새
붉어져버렸다. 어렸을때도 항상 그녀의 이런 애교섞인 투정에 무너지곤 했는데 어느덧 불쑥
자라 아가씨가 된 그녀를 보니 새롭기도 하고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여전히 그에게
있어 그녀는 변함없이 귀여운 황녀이자 소중한 동생이었다. 그는 난처한 얼굴로 이마를
긁적이다 마지못해 가볍게 그녀를 업었다.
" 어리광이 전보다 더 늘어난것 같습니다. "
' 그래도 내가 이렇게 마음놓고 어리광 부릴수 있는 사람은 오직 사부밖에는 없어 '
사예는 가만히 휘건의 넓은 등에 기대어 편안한 얼굴로 눈을 감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안락함이었다.
엄격하고도 힘들었던 무예수련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듯 항상 다정한 얼굴로 업어주던
휘건이었는데...
" 천후폐하 이곳 생활이 많이 힘드십니까 "
" 아니요 "
" 아가씨는 항상 무언가 힘들거나 슬픈일이 있을때만 이렇게 제게 업어달라고 어리광을
부리셨습니다. 누굴 속이시려고.. 아가씨를 괴롭히는 놈이 누군지 말씀만 하십시오.
안국으로 떠나기 전에 쥐도새도 모르게 모조리 죽여드릴테니. "
" 그런 녀석이 있었다면 제가 진작에 손을 봐줬습니다. 사부의 위대한 가르침을 받은
제자를 무시하지 말라구요 "
" 하긴 제 제자라면 당연히 그러셔야죠. 그딴 새끼는 칼로 찔러버려도 됩니다"
" 그전에 제가 먼저 끌려가 죽을텐데요? "
" 제가 시켰다고 하십시오 "
" 정말 사부님도 참, 그 거친 성격은 하나도 안변하셨다니까 "
사예는 웃음을 터뜨리며 그의 목을 더더욱 꼭 끌어안았다.
휘건은 그저 묵묵한 얼굴로 걸음을 옮길뿐이었다. 그녀는 장난으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르나
그는 진심이었으니까- 마음같아선 당장에라도 그 녀석들을 갈기갈기 찢어죽이고픈 마음
뿐이었다.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여지없이 상처투성이가 된 사예라.
휘건은 지금 이순간 그녀를 지켜줄수도 데려갈수도 없는 자신의 처지가 너무도 분하고
한심스러웠다.
" 천후폐하 조금만 더 기다려주십시오. 머지않아 제가 꼭 모시러 오겠습니다.
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황좌를 되찾아올테니 그때는 제발 거절하지 마십시오."
#도향각.
황궁에서 가장 높기로 소문난 이 도향각에 오르면 언제나 자신이 마치 하늘과 맞닿아
있는듯한 착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우거진 수풀에 감싸인 정자안에서 발치아래 자리한
황궁을 내려다보자면 그게 또 진미중에 진미라. 천하가 다 제것이라도 되는 마냥 얼토당토
않는 자만심에 취하고 대 자연의 기이하고도 속을 탁 트이게 하는 그 쾌청한 맛에 또 한번
취하고- 아무튼 제가 신선이라도 된 마냥 감상에 흠뻑 취하게 된단 말씀.
그렇게 바쁘고 떠들썩하던 회갑진연이 눈깜짝할새 지나가고 셋째날이 되었다. 오늘은
뒤풀이연이 벌어지는 날로써 주황제를 비롯한 황가쪽 사람들만의 특별 연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그렇기에 모처럼 그에게 찾아온 이 한가로움이 어찌 반갑지 않겠나.
기둥턱에 기대어 한껏 폼잡으며 차를 들이키던 환마우도라. 이리저리 주위경치를
둘러보던 그때 그의 시선을 확 사로잡은 무언가가 있었으니, 뭐 그리도 재미난지 아주
뚫어져라 시선고정이다. 무엇인고 하니 다름아닌 사예를 보고 있었음이랴.
외간사내의 등에 업혀 무척이나 행복하다는듯 웃고있는 그녀의 모습은 아무것도 모르는
그가 보기엔 충분히 이상해보일만 했다.
' 그렇게 헤픈여자는 아닐텐데.. '
고개를 갸웃하며 차를 들이키던 차, 계단을 성큼성큼 밟으며 재하가 들어섰다.
자신만의 공간에 이렇게 뜬금없이 들이닥친게 어지간히도 심기 불편해진듯 환마우도는
대뜸 짜증스레 인상부터 찡그린다.
" 뭐야, 또 황제가 부르던? "
" 아닙니다. 잠시 상의할것이 있는지라.. "
" 말해 "
환마우도는 여전히 시선은 사예에게로 고정한채 짤막하게 대꾸했다. 너무도 무관심한 그의
태도에 재하는 객쩍은 헛기침을 하곤 말을 잇기 시작했다
" 제가 과민 반응을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나 휘건이란 자의 낌새가 수상합니다. "
" 그게 누구야 "
" 교국의 명망높은 명장으로써 현 안국의 상장군입니다. "
" 그래서? "
" 우연히 서고실에 들렀는데 방적에 그의 이름이 꽤나 많이 올려져 있었습니다.
안국의 장군이 고서와 비서로 가득찬 타국의 서고실에 갈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수상한 나머지 더 조사해본 결과 이자가 군영과 더불어 무기고 하나하나까지도
세심히 살펴 보았다고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회갑진연때도 일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채
우리가 방심한 틈을 타 또 어디를 들쑤셨을지.. "
" ... 화친으로 눈가림을 하고 뒤에선 더러운 수작을 부리시겠다. 이건가? "
" 아마도요. "
애초부터 화친은 우리쪽에서도 일개 임시방편에 불과했으니 그닥 놀랄일도 아니었지만
이렇게나 대놓고 뒤통수를 치는 안국의 배신에 겁을 집어먹기보다는 오히려 같잖은 실소만
나올뿐이었다. 환마우도는 사예를 업은 듬직해보이는 사내를 힐긋 보고는 재하를 불렀다.
" 교국의 상장군이었다면 틀림없이 설련천후와도 연계가 깊었겠군. 저길봐라
혹 저자가 휘건인가? "
" 저도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아마 인상착의를 보아하니 맞는것 같습니다.
대체 저 남자는 무슨 생각인건지- "
" 괜히 쓸데없는 일까지 참견할 필요는 없다. 지금 중요한건 오직 안국의 속내뿐이다.
빨리 그 사실을 알아채버려서 대처는 할 수 있겠지만 될 수 있으면 무슨수를 써서라도
전쟁만은 피해야해. 우재하 이 사실은 당분간 비밀로 하고 들키지않게 뒤를 캐봐라.
참, 연회는 언제쯤 파하지? "
" 글쎄요- 아마 넉넉잡아 두시진정도는 여유가 있을겁니다.
그나저나 승상 저 둘, 뭔가 수상쩍어보입니다. 분위기도 오묘한것이 마치 연인사이 같아
보이지 않습니까? 아가씨가 저렇게 환하게 웃는모습 처음봅니다 "
" 언제부터 설련이 네 아가씨가 됐나. 싫다고 투덜댈때는 언제고 "
" 그거야 아무것도 몰랐을때니깐 그랬지요. 확실히 여황제는 뭐가 달라도 다르더군요
어제 무예대련을 하면서 솔직히 많이 놀랐습니다. 그렇게나 실력이 뛰어날줄이야-
그녀에 대해 많이 알고 싶어졌습니다. 그토록이나 천후를 동경해왔던 제 마음에 보답을
해줄수 있는 여자인지 아닌지를요 "
환마우도는 상위에 찻잔을 놓고 느긋이 기지개를 켜며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세상을 다 가진듯 환하게 웃고있는 그녀기 오늘따라 왠지 낯설게만 느껴지는것 같았다.
아무리 우울한 일이 있어도 곧잘 웃는 여자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모든게 억지로 꾸며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모든게 다 거짓일지도 모른다니-
환마우도는 어느덧 씁쓸해진 마음을 곱씹으며 덧옷을 걸쳐입었다.
휘건장군이라.. 기억해두지.
#
" 천후폐하, 이제 여기서부터는 걸어가셔야 될것 같습니다. 워낙에 보는눈들이
많은지라."
" 사부 정말 고맙습니다 "
" 그럼 이만, 몸 건강히 잘 지내십시오 ... "
뭐가 그리도 급한지 매정히도 뒤돌아서는 휘건이라. 사예는 망부석마냥 한참을 못박힌듯이
서서 멍하니 보고 있었다.
아직 하고싶은 말이 산더미같이 남아있는데.. 꾹 다물어진 입을 열었다간 금방이라도
참아왔던 눈물과 함께 터진 둑마냥 쏟아져 나올것만 같았다.
" 저 남자는 누구지? "
그때, 어깨를 가볍게 짚는 손길과 함께 낯익은 저음이 귓가에 내리앉았다.
놀란가슴 쓸어내리며 동그랗게 눈을 뜬 모양새를 보아하니 어지간히도 놀란듯 싶다.
" 그렇게 기척도 없이 다가오시니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
" 저 남자와 잘 아는 사이인가? "
" 아, 사부님이십니다. 제겐 더없이 소중한 사람이지요 "
환마우도는 지레 모른척 시침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는것만으로도 이렇게 좋을까.
싶을정도로 가까이서 본 그녀의 표정엔 행복함이 잔뜩 어려있었다.
정말 셈날정도로 말이다
" 약속대로 송주 구경 시켜주려고 왔다. 두시진 안으로 돌아와야 하니 어서 가자 "
" 승상 잠시만요, 이꼴로는 도저히... "
" 어차피 잘보일사람도 없으니 괜찮다. "
아까 엎어져서 그런지 잘 차려입은 옷은 어느덧 더러운 흙투성이가 되어있었고 머리또한
제멋대로 헝클어져 있었다. 그에 반해 환마우도는 여전히 훤칠하고도 멋있는 모습 그대로
였다. 영락없이 부티가 잘잘 흐르는 귀족이랄까.
왜 하필이면 이럴때..!!
제길, 이건 마치 귀족과 하인의 형상이었다.
" 그래도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축제구경인데...
이런차림으로는 좀 그렇지 않을까요"
" 괜찮다니깐 그러네 "
" 저는 안 괜찮은데요. "
" 내가 괜찮으니까 상관없어. "
말도 안되는 그의 논리에 사예는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든 듯 잠잠히 입을 다물어버렸다.
환마우도는 울상인 그녀를 힐긋 내려다보며 서툴게 손으로 머리를 정리해주었다.
더 헝클어진다며 반항하는 그녀를 가볍게 무시하며 말이다.
이윽고 아무런 제지 없이 아니 오히려 수문장들의 인사를 받으며 정문을 통과하고 사예는
새삼 그의 절대권력에 경외심을 느겼다. 허나 그것도 잠시, 눈앞에 펼쳐지는 생기넘치는
수도 송주의 모습에 사예의 입이 금새 함지박만하게 벌어졌다.
서로 흥정하기 바쁜 활기넘치는 장사꾼들의 목소리가 도토리 키재기 하듯이 크게 아우성
치고 잘 차려입은 어른들사이로 장난치며 돌아다니는 꼬마애들도, 무슨 구경거리가 났는지
흥겨운 풍악소리와 함께 군데군데 북적대며 몰려있는 사람들까지-
처음엔 사예도 다소 얼떨떨해했지만 금새 적응되는지 들뜬 얼굴이다.
" 음, 우선 어디를 가야하나- 딱히 가고싶은데가 있나? "
" 장신구점이요, 홍이한테 줄 선물을 사야하거든요 "
잠시후, 꽤나 대규모의 노점앞에 도착한 그들이라. 들어서자마자 휘황찬란하게 빛을 발하며
눈길을 확 사로잡는 수많은 장신구들 때문에 사예는 멍한 얼굴로 구경하기 바쁘다.
환마우도는 새삼 그녀도 여자라는 사실에 웃음이 났다.
허나 귀여운 눈으로 봐주는것도 정도가 있는법. 대체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작정인지-
환마우도는 기다림에 지쳐 슬슬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 다 그게 그거구만. 아무거나 하나 골라 "
" 안돼요, 싸고 예쁜걸로 골라야죠 "
" 그놈의 거지근성하고는.."
환마우도는 새초롬히 흘겨보는 사예의 머리를 툭 치곤 그녀앞에 즐비하게 놓여져있던
장신구들을 모조리 쓸어가 계산했다. 그러고선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그녀의 품에 그것들을
던지듯 안겨주곤 나가버렸다. 사예는 입을 삐죽대며 그의 옆에 따라붙었다.
북적북적-
가는날이 장날이라더니 지금 송주는 태황태후의 회갑일을 축하하는 축제분위기로 엄청난
인파가 몰려있었다. 덕분에 사람들끼리 밀리고 부닥치는게 장난이 아니라.
허나 사예는 이렇듯 생기넘치는 송주의 분위기가 몹시도 맘에 든 듯 기분 좋은 얼굴로
이리저리 구경하기에 바빴다. 환마우도는 인파때문에 점점 간격이 벌어지는 그녀가 못내
불안한지 손목을 낚아채 제 옆으로 끌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조용히 송주 변두리나 산책하는건데- 으으 이런거 딱 질색이다.
" 나으리 인상 좀 펴세요. 이왕나온거 재밌게 놀다가야죠."
" 낮이라서 그런지 볼 것도 별로없구만 뭘 재밌게 놀아. 이럴줄 알았으면 밤에 나오는건데
밥이나 먹으러가자. "
시큰둥한 얼굴로 객잔으로 들어서는 그를 보며 사예는 탐탁찮게 혀를 끌끌 찼다.
축제 재밌다며 구경시켜준다 할땐 언제고 저건 차라리 없는것만 못하지 않은가.
# 소해객잔안
" 아가씨, 정말 아름답습니다. 너무 눈이 부셔서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할정도로요 "
" 어머나 반호씨도 참 "
" 자 보십시오. 저 만개하기 핀 꽃들도 아가씨의 그 아리따운 자태 앞에서는 맥도 추스리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버리는걸요 "
시끌시끌-
" 어서오십시오!! 나으리 "
한창 점심때라 그런지 이곳도 여전히 시끌벅적한 분위기였다.
들어서자마자 일렬종대로 서서 보기가 민망할만치 고개를 조아리며 우렁차게 인사하는
종업원들이라-
순식간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이리로 집중된건 말할나위도 없다.
환마우도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놓고 보는사람이 민망할만치 무심한 얼굴로 그들을 지나칠
뿐이었고 사예는 객쩍은 웃음으로 답례하곤 총총 걸음으로 서둘러 그의 뒤를 따랐다.
소해객잔은 송주에서 최고가는 음식점으로써 맛도 맛이거니와 거상들을 비롯한 각국의
거물급 인사들이 자주 애용하는 최고급 객잔이었다.
것도 그럴것이 그 음식값은 상상을 초월하고 내부의 넓이만 하더라도 일개 별궁은
버금갈 정도인데 것도 모자라 2층까지 위치해 있었으니 .
그 규모면에선 정말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 정말 먹고싶은거 다 시켜도 돼요? 이렇게 비싼데.. "
" 어차피 이곳도 내 소유니깐."
" 와아... 승상 정말 멋지십니다 "
그렇다.
대국의 어마어마한 상권을 한손에 거머쥔 그답게 소해객잔을 비롯하여 전국에 이런곳을
몇십개는 소유하고 있는 그였으니, 그의 눈으로 보기엔 이런 음식점 따윈 한낱 주점에
불과했다.
환마우도는 떠듬떠듬 어설프게 주문을 하는 사예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목이 타는지
물을 마셨다.
" 아픈데는 괜찮나? 괜히 나와서 고생하는건 아닌지-"
" 이까짓거야 뭐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
" 요즘 들어 황제가 특히 널 탐탁찮아 하는것 같던데 무슨일 있어 "
" 제가 폐하한테 못된짓을 너무 많이 해버렸거든요 "
사예는 곧이어 차례차례 나오기 시작하는 먹음직스런 음식들을 보며 군침을 삼켰다.
대체 얼마나 시킨 것인지- 꽤나 넓은 탁자였는데 상다리가 다 휘어질 정도였다.
환마우도는 느긋하게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사예를 빤히 응시했다.
" 못된짓을 한게 아니라 할 수 밖에 없었던 건 아니고?
혹시 그 일에 황후가 연관되어있지 않나 "
" ....!! "
" 설마했는데.. 사실인가보군 "
" 제 신분이 가짜란 사실을 들켜버렸으니 뭐 어쩔수가 없지요. "
" 내가 도와줄까? "
급작스레 몸을 앞으로 숙이곤 다갈색의 눈동자를 번뜩이는 그때문에 사예는 수저를 들다말고
멍하니 굳어버렸다.
도와준다는 말에 덜컥 겁부터 나는 건 왜일지..
" 뭐, 그 여자가 너한테 이러는것도 궁극적으로 따지자면 다 내 책임이거든 "
" 에? "
" 꺄아악!!! "
그가 무언가 입을 달싹이려던 찰나 윗층에서 찢어질듯한 여자의 비명소리와 함께 남자들이
소란스레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 험상궂게 생긴 숱한 사내들에게 둘러쌓여 있으면서도
전혀 기죽지 않은채 꿋꿋이 밥을 먹고있는 희한한 사내라.
바로 누군고 하니 예전에 등장했던 그 예의바른 국수사내렸다.
" 너 이 개새끼 오늘 제대로 죽었어, 감히 이분이 누군줄 알고 함부로 껄떡대?! "
" 그냥 밥값좀 달라고 한것 뿐인데.. 그리고 웃기게 생겨먹은게 어디서 삿대질이야,
콱 모가지를 꺾어버릴라 "
" 하, 이 새끼가 쳐돌았나. 너.. 너.. 따라나와!! "
" 잠깐만 이것 좀 마저 먹고. "
사예는 심상찮아 보이는 윗층의 분위기에 긴장하기는 커녕 눈을 반짝이며 흥미진진한듯
시선을 떼지 못했다.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게 불구경이자 싸움구경이 아니었던가!
허나 환마우도는 관심없다는듯 묵묵히 음식을 먹고 있었지만 신경을 거스르는 소리에
슬슬 신경질이 나려던 참이다.
" 이 미친놈이 나랑 장난하나!! "
그때 우락부락하게 생긴 사내가 더는 화를 참지 못하겠는지, 여유로이 밥을 먹고 있던
국수사내의 멱살을 잡아채어 그대로 바깥으로 던져버렸다.
쿠당탕!!
아뿔싸... 헌데 왜 하필 그 사내가 떨어진 곳이 바로 환마우도와 사예가 음식을
먹고있던 그 탁자인것인지-
그 많던 음식들이 모조리 쏟겨지고 그릇도 처참히 박살나버린채 탁자도 부서져 버렸다.
허나 그뿐이면 다행이게-
설상가상으로 그들에게 음식물을 잔뜩 쏟아부은 꼴이 되버렸으니
이 남자 해도해도 너무 엄청난 대형사고를 쳐버렸다.
사예고 환마우도고 할것없이 저 국물이 뚝뚝 흐르는 싸늘한 얼굴들을 보건데
..... 도저히 수습불가다!
※ 대충 수정은 했는데-_-; 그래도 이상해요 뭔가ㅜㅜ
크흑, 왜이래 정말~
카페 게시글
BL소설
시대극
설련천후비화전[設聯天后悲話典] 20 [약간수정]
북마크
번역하기
공유하기
기능 더보기
다음검색
(다시 읽고) 아하하하하!(이해요함)
아하하하! 염소씨님~ 황죽때부터 봐왔는데 제 기억력을 무시하지 마세요 홍홍- ㅎㅎ 저도 제소설 이렇게 읽어주시니 무척이나 기쁘답니다
정령왕의딸.. 소설 읽어보셨나요? 국수사내의 등장~ 왠지 국수사내의 성격은 헤죽헤죽 잘 웃는 뭐 그러는 남자같은데.. 국사선생님~ 저 맛나가 있으니 힘내시고 화이팅이십니다. 기타소설방은 국사선생님이 안주인이십니다 허허.. 이번편 꽤 길게 써주신것 같아요. 감사해요~ 감기조심하시구요~ 사랑해요
죄송합니다ㅜㅜ 다운받아놓고 너무 방대한 분량에 1편보다가 관뒀다는 엉엉; 그냥 친구한테 줄거리만 들을래요 ㅎㅎ; 하하 안주인이라뇨, 이왕이면 안방마님으로 ( 농담인거 아시죠 덜덜덜- 다시한번 죄송하단 말씀을 ㅎㅎ
=_= 정령왕의딸 재미있나요? ㅎㅎ(궁금.)/ >_< 사예랑 환마우도가 성격이 약간 비슷한것같아요.ㅋ
그건 맛나님께 패스~, 정말 재밌다고 하시던걸요 ㅎㅎ 아- 정확히 보셨군요 사예도 은근히 성깔이 장난이 아니라는 ㅎㅎ
우후후 ......... 정말 좋아요 ~ 국수사내 엄청나게 당당하네요 ! 그리고 환마우도의 은글슬쩍 느껴지는 질투같은 것에 샤방샤방 후후 ........ /퍽 요즘 궁 너무 기다려져요 궁시즌2까지 나온다니 징챠 ...... 위엣분말데로 기타소설방은 거의 국사선생님의 안방이시라는 ....... 음하하 요번편도 기대에 확실히 보답 !
어머, 환마우도가 정말 그런 샤방한 기류를-_-* ㅋㅋ / 아 궁2시즌! 저도 기대만빵이어요, 화면 너무너무 이뻐요 ㅎㅎ/ 기대에 확실히 보답이 되었다니 아ㅜㅜ 너무 다행입니다. 잘 안써지는 바람에 얼마나 걱정했던지 ㅜㅜ
휘건! 생각보다 멋있는 남자로군요. 제스타일이에요+ +ㅎ 으하항. 안녕하세요, 국사선생님♡ 님! 제가 을마나 기다렸는지 아십니까`ㅇ`* 읽는 내내 스크롤바 내려가는 걸 보며 혼자 아쉬워 했어요ㅎㅎ; 아!! 환마우도!!! 너무 괜찮습니다. 제스타일이에요. <- 아까는휘건이라면서(;) 무튼!!! 너무재밌게읽었어요, 님짱♡
아 참 3일째지요, 요번엔 살짝쿵 뭔가 잘 안풀리는바람에 늦었습니다 ㅎㅎ 환마우도 그 특유의 싸가지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는, 여자한테 거지근성이라니, 참말로 신율이 버금간다는 ㅎㅎ 아무튼 너무 감사드립니다ㅜㅜ 잘 안써져서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데 이렇게 위로해주시니 너무 감격스럽사와요!!ㅜ^ㅜ
국사선생님~ 또 한번다시 읽고 가~ ㅋㅋ 아~ 학교랑 가깝냐구? 엘리베이터만 타고.. 횡단보도 조그만한거 건너면 학교야..ㅋㅋ 3분걸리려나..?-0-;; 30분씩이나 걸리다니.. 힘들겠다..개학날의 압박이라니.. 하긴 나같아도 그럴것 같다. 윽.. 이제 바빠서 어떻게해? 학교다니면서..국사선생님 소설 쓸려면 많이 바쁠텐데...
정말 잠도 없어 ㅋㅋ, 와 근데 진짜 좋겠다. 3분이라니 덜덜- 부러워-0- ㅎㅎ 개학하면 음 일주일에 한편정도 올릴것 같애-_-; 황죽때도 그랬는데 뭐, 아 참 큰일났다; 쓸시간이 너무 없어서
국사선생님이 설련천후비화전을 자주 못쓸것 같아서 벌써부터 걱정이라네~ㅋㅋ 국수사내가.. 그 느끼한 웃음의 소유자인 반호라구?!! 헉.. 왜 몰라본걸까..;; 하지만 국수사내는.. 소박해보이는데.. 으윽;; 예상밖이야..ㅋㅋ 이나? 소이나말야~ 음.. 악녀잖아~ 하지만 시대극이나 사극에 악녀가 없으면 재미가 없겠지~ㅋ
★주목하시라- 반호에 대해서 미리 소개하자면 한마디로 여자 등쳐먹는게 특기인 제비족에다 사기도박꾼 + 다분한 바람둥이기질,( =아신과비슷) 기피해야할 대상1호라는 ㅋㅋ 그 반호가 처음 나왔을때 얼굴 소개했던거 기억나 막 눈밑에 손톱자국 뺨맞은자국 뭐, 이것도 다 여자한테 껄떡대다 얻어맞은거라지 껄껄
이나가 맡고 있는 역할에 대해서 이나는 사랑해줄께!ㅋ 하지만~ 사예보다는 아닐꺼야..ㅋ-_-;; 음.. 솔직하게! 설련천화비화전에 나오는 주인공을 합쳐서 사랑하는 마음은 국사선생님을 사람하고 존경하는것에 눈곱만큼도 미치치 못하는거 알지? 열심히 써줘!! 개학하면 바쁠테지만.. 새학년인만큼.. 적응잘하고! 화이팅!
하하, 어디서 저런 캄칙한 아부를 ㅋㅋ 뭐 그래도 공주 참 고마워 ㅎ, 감격먹었다 아주 ㅎㅎ 어어! 우리 이제 고2니까 진짜 열심히 공부도하고 1학년들보며 느긋하게 여유도 부리고 ㅋㅋ 아무튼 즐거운 학교생활하자, 화이팅이삼~!! ㅎㅎ
헛 ㅋㅋㅋㅋ님 저번에 황제죽이기 너무 재밋게 잘봣어요. 열심히 쓰세요 ^^ 기대만빵ㅋㅋ
헛 ㅋㅋㅋㅋ님 저번에 황제죽이기 너무 재밋게 잘봣어요. 열심히 쓰세요 ^^ 기대만빵ㅋㅋ전 완결할때 볼려고 안봅니다~_~
정말 허접한 첫작인 황제죽이기-ㅁ-;; 재밌게 보셨다니 너무 감사드립니다ㅜㅜ 네 열심히 쓸게요/ 설련천후비화전도 많이 사랑해주셔요 홍홍-_-*
헛 ㅋㅋㅋㅋ님 저번에 황제죽이기 너무 재밋게 잘봣어요. 열심히 쓰세요 ^^ 기대만빵ㅋㅋ전 완결할때 볼려고 안봅니다~_~
국사쌤 너무 재밌어요ㅠㅠ흑흑 (닉네임을 바꿨답니다ㅎ) 다음편이 무지무지 궁금해요! 환마우도 짱먹어야 해요+ㅃ+
네네 -ㅁ-;; 아마 그럴것 같습니다 ㅎㅎ 아유, 너무 죄송스러워요 정말- 방학때만이라도 정말 많이 써놨어야하는건데, 수정한답시고 다 날려버리고ㅜㅜ
오예. 다음편이 아주아주 기대되요. 허허허 =ㅁ=* 혹혹혹, 환마우도가 사예를...... [발그레]
이거 보면서 배꼽이 아주 날라가는거같아요~호호호(!);; 이건 어디까지나 제 생각인데..... 환마우도가 사예를 러브러브?! >_<//;; 죄송합니다;;;제 짧은 소견이었습니다 ㅠ
드디어 환마우도 등장ㅋㅋㅋ역시 멋지심ㅎㅎ
얼마나기다렸 .......... <- ♡
오호 !! -_-. .
아 , 진짜 흥미진진하네요 .. 노아가 해강이한를 진심으로 대하는 건가요 ? 그래도 사예를 그리워하는 거 같긴 한데 .. 황제는 왠지 거의 이나한테 넘어간거 같고 .. 이렇게 된 마당에 환마우도랑 사예랑 잘 됬으면 좋겠네요
아악 ㅠ_ㅠ멋져요잉잉...ㅠ_ㅠ위에 보니 오타한개가 있더군요. 으헤헤..ㅠ_ㅠ 정말 재밌습니다!!!!
환마도우에 힘을 빌려요 ~~ 노아의 비밀을 알고시포요
아 정말재미있어요 ㅠㅠ 국사님소설 처음 읽어보는데 완전 굿인걸요?^^!! 사극을 이렇게 흥미있게 보는 게 얼마만인지 ㅠㅠ / 아.. 이제 일났다 ~ 환마우도화났어! 어쩔껴!?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