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26 그녀의 이름은 루네 (2)
written by 산적 A
M1-FF26
프로트 파이잔
F-26 그녀의 이름은 루네 (2)
길고 긴 이야기가 끝냈을 때는 마치 밤을 알리는 듯 도시 전체의 조명이 조금 어두워졌다. 하지만 루네는 자신의 이야기에 심취한 듯 그런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
"그는 이 별의 포악한 드래곤들과 마족들을 하나둘 무찔렀습니다. 인간들이 말하던 최초의 영웅이겠죠. 그리고 새로운 나라를 세웠습니다."
"...그의 이름은 뭐죠?"
"마틴 에슐리에 L 로빈이라는 이름이었습니다."
상준은 그것이 몇 번 들어온 이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대륙의 역사 중에서도 천년전의 이야기였다. 한 영웅이 나타나 야만인들과 마수들을 무찌르고 기사단을 이끌고 대륙을 누볐다.
미누왕국을 세운 건국왕이자.. 현 파르나이바라 불리는 작지만 강한 나라의 원형이었다. 그런데.. 외계인이라니 신기한 기분이었다. 물론 상준에게 이곳의 역사는 어차피 이상한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런 것은 묘한 기분을 더했다.
"그러고보니 당신도 이세계의 사람이 아닌 듯 하군요."
"그렇습니다."
루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보다 올라와보시지 않겠습니까?"
"?"
"도시인들 밖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만요.."
이상한 말이지만 상준은 그러마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루네는 길을 나타내는 것을 이상한 빛으로 인도했다.
고램 아가씨가 선두를 선 가운데 상준도 머뭇거렸지만 금새 그 뒤를 따랐다. 고램 아가씨 2호는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으나 상준의 뒤를 따랐다.
"저기 루네는 여기서 뭘하는 것이지?"
"그녀는 고대종의 마지막의 의지입니다. 모든 고대종들이 죽었지만.. 도시를 지키는 임무를 위해서 아직도 수천톤의 모래를 떠받치고 거리를 청소하고 꽃밭에 물을 줍니다. 그리고 도시에 들어온 이방인에게 도시의 의지를 전하고 그에 따르지 않으면 추방하며 그에 따르면 도시에 하나의 소속원으로 인정해줍니다."
고램 아가씨는 자신이 얻은 지식을 훌륭히 사용하고 있었다. 상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과연 이 도시의 의지는 무엇인가에 대해 잠시 생각을 해봤으나 결론은 나지 않았다. 벌써 수천년 동안 주인 없는 도시를 지키는 프로그램이라..
"아무리 봐도 외로울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나 뿐인가?"
"외로움이요? 하지만 그는 살아 있는 것이 아닌 하나의 의지입니다. 외로움을 느낄 리가 없습니다."
날카로운 판단의 고램 아가씨 2호의 말에 상준은 고개를 저었다.
"외로움이라는 것은 그 어떤 존재라도 살아있다면 느끼게 되는 거야. 태고의 거인조차 외로움을 느껴 스스로 죽음에 이르렀으니까."
"그렇지만 그 외로움은 무엇입니까."
"지금 네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누구지?"
고램 아가씨는 조금 오래동안 고민하는 듯하더니 조금 붉어진 듯한 느낌의 얼굴을 숙이고 작게 말했다.
"상준님이요.."
"..."
"..."
잠시 말을 잃었지만.. 상준은 말을 이어야 했다.
"그래 그렇다면 내가 없는 것을 생각해봐.. 그럼 어떨 것 같아?"
"사실 변화는 없습니다. 하지만 자꾸 주위를 둘러보게 될 것 같다는 생각듭니다. 그리고 그 상태가 오래되면 이상하다고 여기겠지요."
"그게 외로움이야.. 일종의.."
상준은 자신도 외로움을 격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두려움에 몸이 떨려옴을 느꼈다. 하지만 고램 아가씨는 계속 걸어가고 있었고 상준도 끈임없이 그 뒤를 따랐다.
계단을 오르고, 자동으로 목적지로 이동 시켜주는 순간이동 포인트를 거쳐서 3개의 미로를 통과하고, 2개의 수수께끼를 풀고 나서야 커다란 문을 볼 수 있었다.
두터운 철문과 고대의 일들을 세공한 듯한 벽화.. 모두가 아름답게 표현되있었으나 그 이면에는 자신들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있었다.
원피스를 입은 귀여운 소녀가 일행을 맞았다. 상준은 그녀가 루네라는 것을 알고 먼저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했다.
"반갑습니다. 제가 이 도시의 의지 루네입니다."
"반갑습니다."
"또 만났군요. 시노아, 메루디.."
상준 외에도 고램 아가씨들에게도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는 그녀였다. 그녀가 고램 아가씨들에게 이상한 이름을 붙였다라는 것을 깨달은 상준이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이름까지 붙여진 두 아가씨들의 반응은 약간 달랐다. 고램 아가씨는 시노아라는 자신의 이름을 듣고는 잠시 머뭇거렸으나, 고램 아가씨 2호는 메루디라는 이름이 마음에 드는 듯 금새 대답을 했다.
"또 만났습니다. 루네."
루네는 씽긋 미소를 지으며 답례했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질문은 오랜만이군요."
"당신은 왜 주인 없는 도시를 지키는 겁니까?"
루네는.. 아니 루네의 홀로그램은 잠시 머뭇거렸다. 아니.. 정지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잠시 그 대답을 찾던 그녀는 금새 미소 어린 얼굴로 이렇게 대답했다.
"그들은 자신의 멸족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저로서도 해독이나 방제할 수 없는 병이 돌았고.. 우주에서 온 적들 때문에.. 그들은 멸망했습니다. 저도 열심히 싸웠습니다만.. 샤프티아의 마지막 후손들은 전부 죽었고.. 저는 그 후에 사라진 사람들에게 아무런 명령을 받지 못했습니다."
"저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당신은 이제 시민입니다. 당신이 원하신다면..."
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루네가 왜 자신을 치료해줬는지 어렵풋이 느꼈다. 그것은 외로움이다. 분명히 루네 역시 느끼고 있었다.
"당신은 원하는 것이군요."
"저는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생명을 끊기도 하지만.. 만들어진 자에게는 금지되어있죠. 하긴... 인간은 그래서 더 신기한 종족일지도 모릅니다. 신의 창조물이면서.. 스스로 죽음을 가하기도 하니까요."
"나를 시민으로 인정하는 겁니까?"
"예.."
상준은 깊이 숨을 들이 마셨다. 그리고 잠시동안 눈을 감았다. 잠시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하는 고민따위는 다 잊기로 했다.
"이제 그만.. 쉬어도 좋아요."
"저 정말입니까?"
"승인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위험해집니다. 제가 쉬게되면.."
상준은 괜찬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런 걱정따위는 하지말라고.
"고맙습니다."
루네의 홀로그램은 정말로 힘들었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눈물 한방울을 보이며 상준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홀로그램은 가벼운 디스크에 걸리며 순식간에 사라졌고 도시는 어둠속에 물들었다.
"상준님 무슨 일이죠?"
영문을 모르겠다는 두 고램 아가씨는 의아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상준은 단 한마디만을 남기고 둘을 꼬옥 껴안았다. 그리고 작게 소근거렸다.
"여긴.. 붕괴할거야."
"아.."
수천년.. 수만년 동안 유지되어 왔던 도시는 드디어 안식을 찾고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루네라고 했다. 아마 그 긴 시간동안의 꿈을 꾸고있을 것이다..
잘 표현이 안됐습니다.
쩝...
휴...
아쉽네용..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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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한 민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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