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이탈리아라면 말디니,네스타,칸나바로,마테라찌,파누치,코스타 쿠르타등 기라성같은 수비수들을 축으로 한 수비중심의 축구를 구사하다가 공격적재능을 감추고 있는 파누치나 잠브로타같은 윙백들에 의한 역습, 한마디로 "선수비후역습"의 전술이라고 할수 있다.
조금 단순하게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이탈리아는 재미를 많이 봤다. 토티라는 선수의 존재때문이다. 순간적으로 여러가지 공격루트를 창출하는 그의 능력은 역습이라는 것과 한마디로 불가분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비에리라는 확실한 스트라이커의 존재때문에 토티를 거치지 않고서도 바로 크로스에 의해 득점이 이루어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 전술에 너무 의존한 트라파토니감독은 유로 2004때 핵심이자 변수라고 할 수 있는 토티가 퇴장당하면서 잠브로타와 파누치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8강진출에 실패한다.이 문제의 원인은 물론 토티의 전력이탈이라고는 할 수 있으나 사실 절대적인 신임을 받았던 스트라이커, 비에리의 노쇠화도 큰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결국 이탈리아는 새로운 스트라이커의 발굴과 새로운 감독의 선택이라는 커다란 과제를 갖게 되었다.
오랜 고심끝에 이탈리아를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는 감독이라고 할 수 있는 "마르첼로 리피"감독이 이탈리아의 새사령탑으로 부임하게 된다. 게다가 세리아에 혜성과 같이 질나르디노를 중심으로 한 몬텔라, 루카렐리, 루카토니등이 득점4위까지 모두 차지함에 따라서 이탈리아의 분위기는 다시 격양되었다.
▲ 리피감독의 전술
중앙수비부분에 있어서 네스타는 확실하다고 볼때 다른 한 선수가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여지없이 자신의 전 소속팀선수 칸나바로를 기용했다. 윙백은 잠브로타와 파누치등의 노쇠화를 위한 대비였는지는 몰라도 양쪽에 그로소와 자카르도선수를 포진시켰다.수비형미드필더는 AC밀란의 투보란치콤비를 기용하였다. 사실 피를로같은 선수는 킥력에 의해 후방조율사역할을 맡고 있다.
공격형미드필더 2명은 한마디로 각자의 특성을 살린 방법으로 공격루트를 창출한다는 것을 느꼈다.먼져 카모라네시선수는 분명 자신의 윙성향을 이용해 상대팀의 수비가 빈약한곳을 찾아 횡적으로 움직이면서 공략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반면에 토티선수는 카모라네시처럼 올라가서 플레이하는 것도 아니고 가투소처럼 내려와서 플레이하는것도 아니지만 종적으로 움직이면서 공격과 수비에 힘을 불어 넣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스트라이커부분에는 루카토니와 질나르디노의 투톱체제였다.
▲ 관전기
초반에 칸나바로와 네스타사이로 쓰루패스에 성공한 벨라로시가 한골을 넣었다. 하지만 토티선수와 키모라네시선수의 움직임이 좋았다. 왠지 모르겠지만 이탈리아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역시 이탈리아가 골을 먹힌 후 바로 한 골을 넣었다. 카모라네시의 어시스트에 루카토니의 첫 골이다. 약간 오프사이드같았지만 골로 인정되었다. 골의 시발점은 역시 토티였다. 루카토니, 첫번째 골은 그냥 킥에 의한 골이지만, 그는 상당히 장신이었다. 장신선수의 무기는 당연히 헤딩이다.
두번째골, 토티가 윙백인 그로소에게 내준다. 그로소의 크로스가 루카토니에게 비스듬히 같지만 루카토니는 그것을 감각적으로 꺽어 집어넣었다. 그 헤딩슛을 보고 탄성이 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그로소라는 선수, 마치 잠브로타를 보는 것 같았다. 윙백이지만 반대편의 자카르도 선수와는 달리 오버래핑과 수비력 모두 뛰어났다. 이 것을 보고 느낀건 여전히 이탈리아의 윙백들은 역습의 기질을 타고 났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탈리아표윙백" 이라고 해서 해외에 팔아도 될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물론 "브라질표윙백"이 더욱 짭잘하겠지만, 하여튼 그로소라는 선수 상당히 주목해도 될만한 선수였다.
세번째골, 이번엔 토티가 카모라네시에게 집적어시스트해준다.카모라네시 비록 측면이었지만 ,컨디션이 좋아보였는데 역시 골로 연결시켰다.
네번째골, 이탈리아공격수와 벨라루시의 수비수 3:2의 상황 토티가 기가막힌 쓰루패스를 질나르디노에게 해준다. 질나르디노, 자신이 넣겠다는 욕심이 들어서인지 바로 옆에 루카토니선수가 대기하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슛을 시도한다. 그 슛은 골키퍼를 맡고 토니에게 날라간다. 토니, 상체를 숙이면서 기가막힌 헤딩감각으로 골로 연결시킨다.루카토니의 헤트트릭이 되는 순간이다.
이 때, 느낀 것인데 장신이면서 약간 단발머리를 하고 있는 루카토니,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는 질나르디노의 투톱, 상대편 수비수들에게 상당히 위압적일 것 같았다. 특히 크로스가 올라올때 두선수가 나란히 문전으로 쇄도하는 것을 보면 정말 수비수나 골키퍼가 다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게다가 둘의 플레이스타일이 비슷하기 때문에 한명의 슛이나 쇄도가 실패하더라도 다른 한명의 2차 쇄도에 의한 슛도 또 다른 득점루트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네번째골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것이 앞으로 델피에로의 자리확보에 간접적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역시 대단한건 토티였다. 토티의 공격루트를 창출하는 능력은 정말 인정해주고 싶었다. 그의 쓰루패스는 카카의 그 것과 많이 비슷했고 그의 개인기는 마치 호나우딩요를 보는 것 같았다. 그만큼 순간적인 발놀림이 빠르다는 것이다. 비록 그가 집적 기록한 골은 없지만 4골 모두 시발점은 그의 발이었다. 게다가 더욱 맘에 드는 부분은 페어플레이를 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페어플레이만 해준다면 토티는 지금이라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제라드, 램파드, 비에이라, 지단, 베컴, 피구, 데코등 많은 선수들의 경기도 관전했지만 모두 답답하기만 했다.
▲ 이탈리아의 새로운 "선공격후수비"
공격의 주도권은 이탈리아가 쥐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벨로루시가 공을 잡아도 피를로, 가투소, 이 두명을 넘는게 일단 어려웠고 측면쪽으로 가도 이 두명에 의해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넘는다고 해도 칸나바로,네스타라는 벽의 존재때문에 튕기기 일쑤였다. 특이한건 이탈리아가 전처럼 밀린다는 생각이 단 한번도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름아닌 공격에 무게가 실려있는 전술을 구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피를로가 수비형미드필더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그는 공격을 위한 옵션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가투소역시 프랑스의 마케레레처럼 공격을 안 하는 선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이 두명의 공수밸런스조율이 일단 성공했기때문에 키모라네시와 토티선수가 공을 오랫동안 점유하면서 공격루트를 찾아내는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미드필더에 비중을 두고자 하면서 결과적으로 볼의 점유와 수비를 목적으로 한 원톱도 아니고 과감히 타겟성향의 스트라이커들을 투톱으로 기용한 리피감독은 이로써 이탈리아가 더이상 수비의존의 축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후반초반까지 4점을 뽑은 후 리피감독은 그제서야 공격수 카모라네시,질나르디노, 루카토니를 수비수들로 교체하면서 잠금정책에 들어갔다. 결국 미드필더부터 안정감이 더해진 이탈리아는 교체이후 단 1실점도 하지 않으며 4-1로 승리를 가져갔다.
▲ 글을 마치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만약에 델피에로가 루카토니자리나 질나르디노자리에 들어갔다면 더욱 많은 골이 터질 수 있었을까?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번에 그나마 후보군에 가까웠던 루카토니의 맹활약은 델피에로자리를 새롭게 위협하는 변수로 작용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리피감독이 새로운 공격전술로 활용해서 재미를 보고 있는 키모라네시자리에 간다는건 더더욱 불가능한 일인것 같다. 왕년에 판타지스타였던 델피에로까지 국대에서 밀린다면 이탈리아의 세대교체는 100%성공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다만 더이상 이탈리아로부터 옛날의 향수를 느낄수 없다는 딜레마가 있을뿐..
첫댓글 그냥 9-0-1 시스템 작동해라. 나인백에 원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