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닉스(미국 애리조나주)=박진형 특파원〉 마침내 기회가 왔다.
봅 브렌리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해 속을 태우던 애리조나 김병현(23)이 비상구를 만났다.
24일(이하 한국시간)부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플로리다 말린스를 상대로 갖는 원정 6연전이 그 무대다. '오른손 잠수함 투수에게 왼손타자를 맡기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봅 브렌리 감독의 결정에 따라 경기가 없는 23일 현재 사상 초유의 8일째 '개점 휴업'을 하고 있는 김병현에게 이번 6연전은 세이브를 추가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애틀랜타와 플로리다는 주전 라인업에 이렇다할 왼손타자가 없는 몇 안되는 팀이다. 따라서 세이브 상황이 되면 브렌리 감독이 왼손 언더스로 마이크 마이어스보다 김병현을 찾을 것이 분명하다.
애틀랜타는 주로 5번을 치는 B.J.서호프가 주전 라인업에서 유일한 왼손 타자다. 3번 치퍼 존스와 톱타자 라파엘 퍼칼이 스위치히터지만 문제가 안된다. 지난해 좌-우 투수에 대한 타율을 비교해 보면 존스는 왼손투수에게 타율 3할7푼6리, 오른손투수에게 3할2푼을 기록했고 퍼칼은 왼손투수에게 3할4푼9리, 오른손투수에게 2할4푼9리를 각각 나타냈다. 모두 왼손투수에게 훨씬 강했다.
누구보다 통계를 신봉하는 브렌리 감독의 눈에 이들은 '스위치 히터가 아니라 오른손 타자'나 마찬가지다. 이밖에 타선의 핵인 개리 셰필드, 앤드류 존스, 비니 카스티야 등은 줄줄이 오른손 타자다.
플로리다는 한술 더 뜬다. 투수를 뺀 주전 8명 중에 왼손 타석에 들어설 수 있는 타자는 스위치히터인 1번 루이스 카스티요 딱 한명 뿐이다. 그나마 카스티요 역시 오른손투수(0.257)보다 왼손투수(0.281)의 공을 더 잘 쳤다.
브렌리 감독은 "위기에서 왼손타자를 상대하기 위해 마이어스를 대신 마무리로 냈으며 김병현에 대한 신뢰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 말이 맞다면 앞으로 일주일 동안 김병현은 계속 웃고 지낼 수 있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