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다산 과학기지 방문기
전 의 진
KIST 감사
극지연구소의 협조로 지난 7월 16-20일 까지 북극 다산기지를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오슬로를 거쳐 가야 하므로 하루 미리 도착해서 사전 약속한 The Research Council of Norway를 방문했다.
세계 3위의 석유 생산으로 부자 나라가 된 노르웨이는 EU 회원국이 아니다. 노르웨이는 해양자원이 중요한 나라인데 EU에 가입하게 되면 공통적으로 영해 12 해리를 따라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국가 연구 개발과 관련한 EU의 각종 프로그램에 거의 제한 없이 참여하고 있다. 북한과는 73년 수교했으나 외교관 밀수행위로 91년에 북한 공관은 철수한 상태이다.
노르웨이의 국가 연구비는 GDP의 1.66% 인 50.7 bil NOK(약 6.3 bil US$) 로 OECD 평균이 2.4% 이고 EU 평균이 1.92%이므로 적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보건, 환경, 에너지, 자원, 신소재 등이다. 연구 인력은 47,800 여명. 그중 34%는 박사학위 소지자이고 48%가 여성인데 2014년 박사학위 취득자 1500여명 중, 여성의 수가 남성보다 많았다고 한다. 노르웨이는 모세르 부부가 2014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다고 자랑한다.
북위 60도 정도인 오슬로에서 국내선을 타고 3시간 비행 끝에 노르웨이 본토를 훨씬 지나 78도선에 위치한 노르웨이령 스발바드 군도 스피츠베르겐섬의 Longyearbyen에 도착하였다. 이 곳은 작은 탄광 마을인데 큰 사고로 탄광이 폐쇄되었고 이제는 관광 수입이 주 소득원이다. 여기서 하루를 묵고 일 주일에 두 번 운행하는 경비행기로 30여분 비행하여 북극다산과학기지가 있는 니 알슨 (Ny-Alesund) 과학기지촌으로 들어 갔다. 눈 덮인 산과 빙하들이 비행기 아래로 보였다. 여기는 북위 79도이다. 아문젠이 북극 탐험차 두 차례난 방문한 곳으로 그 당시의 무선 기지국, 비행선 계류장, 아문젠 동상등이 남아 있다.
우리나라는 남극에 세종 기지와 장보고 기지 북극에 다산기지등 3 곳의 극지 연구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남극은 대륙이지만 북극점은 바다이다. 평균 두께 3-4m의 얼음판이 펼처 져 있고, 요즈음은 쇄빙선을 앞세우고 북극항로가 운항되고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기지들은 80 도 선상인 이곳에 설치되어 있다.
기지촌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노르웨이, 영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스웨덴, 일본, 이탈리아, 중국 등 10개국이 기지를 운영 중이다. 대부분 상주하는 연구원은 없으며, 방문하는 연구원들이 2-3주씩 체류하며 연구한다. 기지촌을 관리하고 있는 노르웨이 국영 킹스베이 회사의 직원들이 상주하며 각국 기지의 시설을 관리하고 공동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여름 한 4 개월 동안은 백야라고 하는 데 오후 3-4시 정도의 태양이 하루 종일 하늘을 돌고 있어서 백주라고 해야 맞을 것같다. 대신에 겨울은 11월부터 1월 말까지 하루 종일 해가 뜨지 않고 밤만 계속 된다. 지금 기온은 영상 3-4 도 정도이나 탐사를 나가면 빙하 근처까지 가는 데 바람도 불고 구름이 끼면 영하로 떨어 진다.
기지 안에서는 관측 장비 때문에 휴대폰등 이동통신수단을 제한하고 있다. 기지 밖으로 나갈때는 북극 곰 때문에 사격 훈련을 받은 사람이 실탄 지급을 받고 동행해야 한다. 5월 경 되면 눈들이 대부분 녹는다. 그러므로 곰들이 기지 주변까지 먹이를 구하러 오는 데 모두들 대단히 신경을 쓴다. 곰을 발견하면 500m 정도에서 경고 사격을 하고 300 m 정도에서는 바로 곰에게 사격을 해야 한다는 데, 총을 맞고도 바로 쫒아 와서 사람을 해 친다고 하니 곰을 만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나와 동행한 연구원들은 극기연구소, 부산대학교, 기초지원연구원 소속으로 지구 온난화에 빙하 속 미생물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연구하고 있다. 지구상의 가축은 자동차 배기가스의 양만큼 탄산 또는 메탄가스를 배출하고, 인간 전체가 만들어내는 일산화탄소 양과 미생물이 만들어 내는 양이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미생물들은 산소가 없는 곳에서는 메탄가스를, 산소가 있을 때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한다.
빙하가 녹은 물이 흐르는 곳이 이곳이 연구에 연구에 적합하다고 한다.
샘플 채집을 근거 있게 하기 위하여 빙하 밑으로부터 일정한 거리의 물을 채집하고. 고무보트를 빌려 섬 뒤쪽으로도 갈 예정이라고 한다.
샘플링을 위해 빙하까지 비탈 산길을 2시간가량 걸어 올라야 한다. 빙하 표면은 먼지로 더러웠고 낮이라 눈 녹은 물이 제법 세차게 흐른다. 기지 밖으로 나갈 때는 소총 교육을 받은 사람이 필히 동행해야 한다. 북극곰이 출현했다는 소식에 일부 지역은 탐사가 중지되었다. 십여 년 전 다른 나라 대원 세 명이 곰에게 살해당하는 사고가 있었다. 빙하가 밀려간 곳과 물속의 바위는 매우 날카로운데, 흐르는 물줄기가 여기저기 많아 보폭보다 넓은 곳은 등산화를 벗고 얼음물을 건너야 한다. 연구원들 뽑을 때 체력도 고려해야 하겠다. 20일 정도 두어번 다니면 고급 등산화가 다 찢어진다고 한다.
또 다른 한 팀은 서울대학교에서 왔는 데 북극 툰드라 지방의 식물 생태계
연구를 하고 있다. 과제 기간 3년 동안 매년 북극지방을 방문하고 있다.
빙하가 녹는 속도가 뒤에서 밀고 내려오는 속도보다 빠를 때 이를 후퇴
(retreat)라고 하는데 이때 드러난 지형에 어떤 식물이 어떤 과정으로 먼저 꽃을 피우는가 하는 것이 연구 주제이다. 북극에는 꽃가루받이를 해 줄 벌이나 나비가 없고 해가 있는 기간도 매우 짧으므로 식물의 성장, 개화, 꽃가루받이, 단성생식 등이 주요 연구 과제이고 식물 도감을 만들고 꽃의 이름을 붙이는 일도 한다.
북극이끼장구채, 툰드라별꽃, 자주꽃다지아재비 등등인데 라틴어 학명과 영어 이름 그리고 우리 나름대로 논리로 이름을 붙인다고 한다.
꽤 큰 바위도 가로 세로로 금이 가 있는 데 발로 툭 차면 금대로 조각난다.
기온 차이로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바위가 돌맹이로 변하는 것이다.
조개 화석들도 꽤 많이 보인다. 석유와 석탄이 나온다거나 조개 화석이 나온다는 것은 예전에는 이곳 북극권도 동식물이 많았다는 것이고 지층의 변화가 심하게 있었다는 증거이다. 빙하를 안고 있는 산들도 수 십만년 전에는 산 위로 수 킬로 눈으로 덮여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마침 7월 19일이 내 생일인데 이번은 특별히 고희이다. 연구원들이 남들보다 먼저 아침식사 하라고 깨우길래 가보니 미역국을 끓여 놓았다. 잠수복을 입고 얼음바다에서 따 왔다고 자랑을 하더니 알고 보니 인스탄트 미역국을 가져 온 것이다. 저녁 때 식당 쉐프에게 부탁해서 케익을 만들고 와인으로 북극기지에서 고희 생일 와인파티를 했다.
날씨는 영상 3-4 도 정도인데 산 그늘에 들어가니 바람도 불고 얼음도 있고 금방 영하 십도는 내려 간다. 오며 가며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이 일하는 사람들이 대개 다 여자인 것이다. 키는 다 180 cm 정도인 데 긴 검은 색 바지를 입고 활달하게 걸어 다니며 일한다. 인구는 500 만명 정도인데 땅은 우리의 1.7배라고 한다.
책 두어권 가지고 갔는 데 펼쳐 볼 시간도 없이 떠날 시간이다.
떠나는 비행장에서 9명의 대원들과 들어오는 박항식 실장을 만났다.
오가며 서성거리며 떠 오른 생각들을 정리해 보았다.
빙하가 서성대는 곳
전 의 진
카톡이 2층 침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여기는 네가 살 던 곳이 아니라고
태양은 오후 4시쯤 하늘을 24시간 돌고 있다.
수만년 얼음을 이고 버티던 산들은
이제 옥색 빙하를 품에 안고 다소곳하다.
어제 따뜻하더니 오늘 앞 바다는 유빙이 가득하다.
북극이끼장구채 보라색 꽃잎에 말 건네 본다.
너는 나비가 없이도 예쁘게 피는구나,
빙하속 미생물아 너도 숨쉬어야 한다며,
바위에 갇힌 조개야,
너는 돌아갈 길 없는 바다가 아직도 그리우냐,
새끼 딸린 북극 곰은 오늘 또 얼마나 걸어야 하나
하루 일년 하던 것이 십만년 일억년으로 바뀐다.
두고 온 생각들이 다 부질없어 지고
밤도 없으니 사랑도 없고
너도 없다.
바다까지 내려 온 빙하가 서성대는 곳
Ny-Alesund 북위 79 도
지나 온 길과 갈 곳 사이에서 나도 서성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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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다산과학기지에서
2015. 7. 19 고희 생일날
첫댓글 벌써 고희라니 세월이 빠름을 느낍니다 뜻깊은곳에서 생일을 보내셨으니 남다른 감회가 있을듯 하네요
글을 읽다보니 옛날 생각도나고, 작년 노르웨이를 여행한 기억들이 나네요
글 잘읽었습니다
귀한 여행(?)길에서 뜻있는 잔치를 했네요. 고희를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