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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뚫고 하이킥] 114
씬/1 거실 (D)
보석 현경, 안마해주고 있다. “어우, 여기 뭉친 거
좀 봐. 이런 거 바로바로 풀어줘야 되거든.” 순재와 자옥
들어온다.
순재/자옥 우리 왔다 / 나왔어 이선생.
보석/현경 (일어서며) 오셨어요. / 금방 오신다더니 왜 이렇게 오
래 걸리셨어요?
순재 뭐 그냥 이것저것 알아보느라.
현경 웨딩촬영 하실 덴 결정하셨어요?
자옥 어. 청담동에 있는 샵인데, 연예인 커플도 많이 찍
었던 데래. (벌써 잔뜩 들 뜬) 스튜디오 보고 왔는데 딱
내 스타일인 거 있지.
보석 아버님 웨딩촬영 그런 거 하는데 뭐하러 돈 쓰는
지 모르겠다 그러시더니.
순재 (보석에게 입 다물라는 듯 신호 보내는데)
자옥 정말요? 선생님 그러셨어요?
순재 (웃으며) 이놈이 낮잠 자다 개꿈을 꿨나보네요. 내
가 언제 임마?
자옥 선생님 괜히 저 때문에 내키지도 않는걸..
순재 (OL) 아닙니다. 제가 웨딩촬영을 얼마나 기대했
는데요. 아..오늘밤은 이거 너 무 기대 되서 잠이 안 올
것 같은데요?
현경 하..(다 알겠고) 좋으시겠어요. 이런 남자 어디 가
서 구하기 힘든 거 아시죠?
자옥 그래. 엄청 좋아. (하고 웃는다)
씬/2 정음방 (N)
정음, 통화중이다.
정음 아빠. 나 완전 거지야 지금. 인간적으로 얼른 얼
른 입금 좀 합시다.
정음부 (OFF) 아. 맨날 깜빡깜빡하네. 좀만 더 기다려라.
정음 얼마나 더? (하다) 아 뭐야. 생활비도 생활비지만 방세
랑 과외하던 집에 돌려 줄 돈은 빨리 줘야돼.
씬/3 한옥거실 (N)
인나 광수 줄리엔, 티비 보며 치킨에 맥주 마시고
있다.
정음 (나오며) 아..짜증나.
인나 어이 황. 왜 또 그래? 또 남친님이랑 싸웠어?
정음 (버럭) 내가 쌈닭이야! 맨날 싸우게!
광수 전반적으로다 보면 쌈닭 같잖아.
정음 전반적으로다 한번 맞아볼텨?
인나 그럼 왜 또 우리 자매님이 이렇게 심기가 불편하
실까.
정음 집에서 돈이 안 올라오잖아. 딴 건 몰라도 준혁이
네 줄 돈은 빨리 줘야되
는데..(하다) 그나저나 카드값은 내일까지 막아야 되는데
누구 나
돈 좀 꿔주라.
줄/광/인 (못들은척 티비에 몰두하는) 저기 어디야? / 그림 좋
네. / 여행가고 싶다.
정음 (리모컨으로 티비 꺼버리고) 친구들아~
(불쌍한 눈망울로) 불쌍한 개털 친구 좀 살려주라
~ 어? 어어어?
광수 야, 너 인간적으로 니가 돈 빌려 제 때 갚은 적 있
어?
인나/줄리엔 맞어. / 정음. 안갚어. 안갚어.
정음 에이. 하루 이틀 늦은거 같구 까칠하긴..한 푼만
빌려줍쇼~ 네?
광수 (중계톤) 아~ 항의황 선수. 갑자기 거지황으로 추
락하나요.
인나 (중계톤) 금방이라도 각설이타령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긴데요.
정음 나 이렇게 불쌍하잖아~ 불쌍하지 않아? 한 푼만
빌려줍쇼~
딱 일주일만 쓰겠슴다~ 네~
인나 (지갑을 열어 5만원 정도 주며) 빨리 갚어.
정음 감사합니다~ (하고 세다) 더 없어? 이걸루는 택도 없는
데.
누가 한푼만 더 빌려 줍쇼~
줄리엔 하..얼마야? 얼마면 돼?
정음 (장난으로 애절한 느낌으로 손가락 올리며) 15만
원만 더~
줄리엔 (갸웃) 그 정도는 없을거 같은데. 잠깐만. (방으로 가
는)
정음 있을거야 줄리엔~ (응원하듯 춤추며) 줄리엔! 줄리엔!
사랑해요 줄리엔!
광수 (중계톤) 아..부담스런 애교를 선보이는 거지황선
수. 저건 아닌데요.
인나 (중계톤) 역효과죠 저런건.
자옥, 얼굴에 머드팩을 바르고 방에서 나온다.
자옥 조용히 좀 해. 내일 나 웨딩촬영 있다 그랬잖아.
정/인/광 네..
자옥 웨딩촬영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 일찍 자야 되
니까 조용히 좀 해줘. 알았지?
씬/4 순재집 낮 전경
씬/5 거실 (D)
보석 현경 준혁 세경 신애 해리가 순재를 배웅중
이다.
보석 저희 진짜 안 따라가도 되요?
순재 (신발 신으며) 뭐 하러 니들까지 와. 번거롭게. 됐
어.
현경 교감샘 비위 다 맞춰드린다고 괜히 무리하지 말
고 적당히 하다 오세요.
순재 적당히 하지 그럼.
현경 그러신 분이 매번 파김치가 돼서..
순재 (OL) 거참. 알아서 한다니까. 갔다 올게. (나가고)
일동 잘하고 오세요 / 다녀오세요.
해리 아..배고파. 왜 이렇게 배가 고프지?
준혁 아침 먹은 지 얼마 됐다고 또 배고프냐? 돼지도 아
니고.
해리 남이야. 큰 빵꾸똥꾸. 뭐 먹을거 좀 없어?
세경 김치전 해줄까?
해리 김치전? 아. 생각하는 메뉴하고는. 촌스러워서 정말.
세경 그럼 뭐? 신애야 넌 김치전 해줄테니까 먹을래?
신애 어. 좋아. 해리야. 너도 김치전 먹자. 우리 언니 김치전
너무너무 맛있잖아.
해리 아 씨..알았어. 빨리 해봐 그럼. 맘엔 안 들지만 대
충 구겨 넣지 뭐.
세경 알았어.(웃곤) 준혁학생도 먹을래요?
준혁 (웃으며) 네. 먹을께요. 누나가 얘기하니까 갑자
기 출출해서.
해리 먹지마! 나보고 돼지라더니 어딜 낄라 그래?
씬/6 한옥주방 (D)
광수 인나, 우동 먹고 있는데 정음, 츄리닝 차림으
로 밖에서 들어온다.
정음 아~ (널부러진다)
인나 왜 또?
정음 카드값 막고 나니까 전 재산이 4천원이야. 아~
광수 (중계톤) 아..저게 뭔가요. 돈을 빌리고도 다시 거지가
됐다는 건가요?
인나 (중계톤) 이번 거지황이란 이름을 오래 달고 같은 느낌
인데요.
정음 아..(하다 둘 보곤 일어나) 뭐야? 우동 먹어? 나도 한입
만.
광수 (손으로 막으며 중계톤) 아. 또 우동 구걸까지. 이건 아
닌데요.
인나 (중계톤) 황선수. 안된다는 거 뻔히 알면서 왜 이러나
요?
정음 아. 한입만. (옆에 작은 통조림 깡통 들고 젓가락 들며)
목마른 사슴이 시냇물 을 찾듯이 배고픈 어린양이 따뜻
한 우동 한 젓갈을 간절히 원합니다~ 좀만 노나먹어요.
네? (광수 손을 치우고 덜어먹는)
인나/광수 뭐야../ 아 거지황선수. 참 더티한데요
정음 거지황 거지황 그래서 그런가. 희한하게 이렇게
먹는 게 더 맛있네. 헤.
광수 내가 보기엔 너 딱 체질이다. 체질이야. 지금 바
로 서울역 나가도 경쟁력
있겠어.
정음 (아랑곳 없이 먹곤) 너무 맛있다. 나 한입만 더 먹
어도 되지?
광수 안돼. 이제 그만. 훠이~ 절루가~
정음 아. 되게 그러네. (젓가락으로 깡통 두드리며) 작
년에 왔던 거지황~ 죽지도 않 고 또 왔네~ (귀엽게) 방
가~ 방가~
씬/7 정음방 (D)
정음 인나, 들어온다.
정음 (입 닦으며) 아. 맛있다.
인나 야. 니 분홍색 반코트 좀 빌려줘.
정음 (화장대로 가 목욕용품 챙기며) 가져가. 어디 가게?
인나 (장롱 열며) 오후에 미팅 있어서. 어? 너 이 반코트 나
랑 본거잖아.
언제 샀어?
정음 (V자 그리며) 세일하길래. 잽싸게.
인나 그럼 이거 빌려줘 이거. (반코트 가지곤) 요건 또 구두
가 받쳐줘야 되는데.
(방에 있는 여러 구두들 중에 하나 집으며) 이 구두 좀 빌
려주라.
정음 그거 아직 개시도 제대로 안 한건데..흙 밟지마. 흙 묻혔
단 봐라.
인나 땡큐 (구두 들곤 벽에 걸린 스웨터류 가리키며) 이것도
나랑 딱이겠다.
정음 이게 진짜! 여기가 니 옷방이냐?
인나 알았어. 알았어. 차. 이러고 쇼핑을 해대니 거지황 신세
가 되지.
정음 뭐? 저게!
인나 헤. (갖고 나가는)
씬/8 스튜디오 (D, 야외)
자옥 순재,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둘러본다.
자옥, 신나서 다양한 컨셉의 옷들 쭉 걸려 있는 헹
거를 살펴본다.
자옥 어머~ 이 옷들은 다 뭐에요?
직원 여기서 즉석으로 대여해 드리는 의상들이요.
재밌는 컨셉들 많으니까 맘에 드는 거 있으면 골
라보세요.
자옥 (보며) 어머, 너무 재밌겠다. 선생님 우리 이런 것
도 해봐요.
순재 예예. 자옥씨 하시고 싶은 거 다 해요 다. (하며 웃
는)
씬/9 한옥마당 (D)
지훈, 들어오는데 인나, 방에서 외출 준비하고 나
온다.
인나 어? 지훈씨.
지훈 잘 지내셨죠?
인나 네. 근데 여기까지 어쩐 일이세요?
정음 (화장실에서 샤워하고 뛰어나오며) 완전 늦었어
완전. (하다 지훈 보고) 악! (하고 화장안해 얼굴을 확 가
리는) 왜 여깄어요?
지훈 누구세요?
정음 (손으로 살짝 열어보며) 네?
지훈 (자세히 보는척하다) 아~ 정음씨네요. 여자들 화
장안하면 딴 사람 된다더니..
정음 모르시나본데. 나 정도면 거의 똑같은 거거든요.
인나 에이. 설마.
정음 인나 너. 가면 쓰고 다니는 주제에.
지훈 하. 정음씨만 하겠어요?
정음 뭐욧! 씨..나 놀리는 게 그렇게 재밌어요?
지훈 그럼요. 그거땜에 사귀는 건데.
인나 (푸힛 웃는다)
정음 (손으로 얼굴 살짝만 보여주며) 아줌마 보시면 어
쩌려고. 하여튼 간두 커.
지훈 아버지랑 웨딩촬영 가셨다길래.
정음 기다려요. 10분 안에 나올 테니까.
지훈 천천히 해요.
씬/10 스튜디오 (D, 야외)
순재와 자옥. 각각 노멀한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
고 촬영 중이다.
처음엔 어색하게 웃느라 입에 경련이 일어나던 순
재.
자옥 선생님. 힘드시죠?
순재 아뇨? 평생 찍을 사진 오늘 다 찍어보네요. 자옥씨
는 좋으세요?
자옥 네. (하다 소녀처럼 웃으며) 너무 좋아요.
사진 찍는 컷들 짧은 몽따쥬.
순재, 갈수록 편안하게 적응하는 분위기라 살짝 장난도
친다.
자옥은 그런 순재에게 힘을 주며 즐기며 촬영하
는 분위기다.
잠시 쉬는 시간. 순재, 앉아서 물마시고 있는데 자
옥이 신나서 뛰어온다.
자옥 선생님~ 선생님~ 우리 저 옷도 한번 입어 봐요.
순재 뭐 마음에 드는 거 발견하셨어요?
자옥 네. 빨리 와보세요. 빨리요.
씬/11 레스토랑 (D, 야외)
지훈, 메뉴보고 고르고 있다. 정음, 화장실 갔다
온다.
정음 아. 배고파..
지훈 뭘 먹지? 파스타 먹을까요?
정음 (메뉴보며) 난 리조또 먹어야지. 아침에 우동 먹어서..
지훈 (메뉴보며) 오늘은 정음씨한테 얻어먹어야지.
정음 (당황) 네?
지훈 그래도 되죠?
정음 (표정) 네.. 뭐..(하며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눈으
로 빠르게 메
뉴판 가격 살피는데 다 엄청 비싸다.)
지훈 표정이 왜 그래요? 거지황씨.
정음 네? 거지황..그거 누구한테 들었어요?
지훈 (웃으며) 인나씨한테. 집에서 깡통 두드리면서 각
설이 타령까지
부른다면서요?
정음 (챙피한) 유인나..고걸 진짜..
지훈 아무리 거지래도 오늘은 얻어먹어야지. 스테이크
를 먹을까?
정음 (E 띠요용! 표정)
지훈 (보고 재밌다는듯 웃으며) 아, 오늘 사는 거 내가 지난번
에 발행한 판넬
사용할래요? 아직 잔금 많이 남았는데..
정음 (면목없고 무안해) 네..뭐..그럼 좋고..
지훈 오케이. 판넬 사용..기록해둬야지..(쓰는척 하다
가 보며 장난스럽게 웃는)
정음 (표정)
씬/12 스튜디오 (D, 야외)
탈의실 앞. 마리앙뜨와네뜨처럼 풍성한 로코코풍
의 드레스에 깃털 등으로 화 려하게 장식한 올림머리 금
발 가발을 쓴 자옥이 탈의실에서 나온다.
자옥 선생님. 뭐하세요. 얼른 나오세요.
순재 (OFF) 좀 민망해서.
자옥 뭐 어때요? 우리끼리 재밌자고 하는 건데.
순재, 모차르트처럼 구불구불한 흰 머리 가발에
프릴이 많이 달린 중세 유럽풍 복장으로 탈의실에서 나
온다.
순재와 자옥, 서로를 보고 웃는다.
순재 (편해져서) 이렇게 백작부인을 직접 모시게 돼서
무한한 영광입니다.
자옥 잘 부탁드려요. 남작님. (도도하게 부채를 백작부
인처럼 확 핀다)
일각엔 다른 젊은 신랑 신부 커플이 찍으려고 준
비를 하고 있는 모습 보이고, 같이 온 친구들도 몇 보인
다. 그런 순재와 자옥을 보고 우습다는 듯 풉.. 하고 웃기
도 하고 “웬일이니~” 핸드폰으로 구경하듯 사진 찍는 애들도 있
다. 순재, 좀 언짢지만 그냥 지나친다.
자옥 (아무것도 모르고 신나서) 빨리 오세요. 선생님.
순재 (웃어주며) 예. 갑니다~ 백작부인.
순재와 자옥, 한창 즐겁게 사진을 찍는 몽따쥬.
자옥 잠깐만. 저 화장실 좀.
사진사 다녀오세요. 잠깐 쉬었다가죠.
자옥 금방 갔다 올게요 선생님.
순재 천천히 다녀오세요.
순재, 물마시며 일각에서 쉬고 있는데
모여 있던 젊은이들, 나갔다 오며 키득거린다.
청년1 그 할배랑 할망구 갔나보네? 진짜 웃겨서.
순재 (자기 얘기에 번쩍)
청년2 아 주책들 진짜. 눈 뜨고는 못 봐주겠더라. 다 늙
어서 그러고 싶을까.
여자1 그 할머니 진짜 공주과더라. 보통 그 나이에 결혼
하면 창피해서라도
그렇게 안할텐데. 으~
청년1 늙어 노망이지 뭐.
순재 (OL/벌떡 일어나며) 이놈들!
젊은이들 (당황하고)
순재 이놈들이 듣자듣자 하니까 정말!!
젊은이들 아 뭐야..(하며 미안한 기색 없이 뻔뻔하고)
순재 이 자식들아! 늙으면 몸이 늙는 거지 마음까지 늙
는 줄 알아? 똑같이 사랑
해서 똑같이 하는 결혼인데 늙은이들 사랑이라고 니들한
테 비웃음 당할 이유 가 어딨어? 뭐가 어쩌고 저째? 주
책? 노망?
젊은이들 큼.. (하며 듣기 싫다는 듯 외면하고)
순재 한번만 더 그런 소리 지껄여봐. 내가 가만 안둘 거
야!
순재, 돌아서는데
자옥, 이미 다 보고 들은 듯 엄청 충격 받은 얼굴
로 서있다.
순재 자옥씨...
자옥 (표정. 가발 휙 벗으며 급하게 대기실로 가버리
고)
순재 (따라가며) 자옥씨~ 자옥씨~
씬/13 레스토랑 (D, 야외)
지훈, 앉아있는데 정음이 화장실에 다녀온 듯 와
서 앉는다.
정음 이제 가요. 병원 늦겠다.
지훈 (시계 보며) 안 늦어요. 지금 들어가면 딱 맞겠는
데. 뭐.
씬/14 거리일각 (D, 야외)
지훈 정음, 차로 가고 있는데
정음 난 그냥 버스타고 갈께요. 지훈씨도 병원 들어가
려면 지금 가야되잖아.
지훈 그 정도 시간은 나요. 타요.
정음 나 서점이랑 좀 들렸다 가게요. 만날 친구도 있고.
지훈 아.. 좀 서운하네.
정음 서운할 것도 많네요. 빨리 가요. 빨리 빨리. (미는)
지훈 하..그럼 가요. 전화할게요.
정음 안하기만 해봐요.(장난스럽게 주먹 들어보이는)
지훈 (피식하고 손 흔들고 차에 타고 간다)
정음, 손 흔들어주곤 정류장으로 걸어오며 지갑 여는데
만원짜리가 제법 들어 있다. 놀란 표정으로 보면 레스토
랑 냅킨에 적은 지훈의 메모가 보인다.
<내 지갑이 너무 무거워서 잠깐 넣어 둘 게요 ^^>
정음, 표정.
씬/15 스튜디오 앞거리 (D, 야외)
자옥, 옷 대충 챙겨 입으며 나오고 순재가 뒤쫓아
나온다.
순재 자옥씨. 자옥씨. (잡고) 어딜 가세요. 촬영마저 해
야죠.
그런 놈들 말 귀담아 들을 필요 없어요.
자옥 (울먹) 저 그냥 좀 피곤해서요. 먼저 들어가서 쉴
게요.
순재 그럼 여기 잠깐 계세요. 제가 금방 차 가지고 올게
요. (하고 가는데)
자옥 (택시를 타고 가버리고)
순재 (가다 보고) 자옥씨 자옥씨! (하며 쫓다 멈추고 속
상한 표정으로 보는)
씬/16 택시 안 (D, 야외)
자옥, 모욕당한 마음에 지갑 쥔 손이 파르르 떨린
다. 눈물까지 뚝뚝 떨어진다.
씬/17 한옥거실 (N)
광수 줄리엔 인나, 티비보고 있는데
정음, 1박 정도의 짐 꾸린 가방 메고 방에서 나온
다.
정음 Bye. 나 대전 갔다 올게.
인나 뭐? 너 집에 가게?
광수 갑자기 왜?
정음 아. 쪽팔려 못살거 같아서.
인나 왜?
정음 그럴 일이 있어. 어차피 니들 돈도 갚아야 되잖아.
인나 집에 빨리 돈 부치라 그래.
정음 내 버릇 고친다고 엄마랑 아빠랑 일부러 안 부쳐 주는
거 같어.
빨리 수금 확 해서 이미지 쇄신 좀 해야지 안되겠어. 갔
다 올게.
광수 (중계톤) 아~ 거지황 선수. 드디어 나빠질대로 나
빠진 이미지쇄신을
시도하나요?
인나 (중계톤) 돈을 얼마나 들고 올지 기대가 되는데요
~
정음 돌아오면 한방 쏜다. (엄지 치켜들며) I'll be
back.
광/인/줄 한방 쏘는거 진짜지? / 잘 다녀와~ / 조심해.
씬/18 병원 낮 전경
씬/19 병원 복도 (D, 야외)
지훈, 수술복 차림으로 가는데
정음이 짠! 하며 가로막는다.
지훈 (놀라) 어? 집에 내려간다더니.
정음 우리 애인 보고 싶어서 후딱 갔다 왔죠.
지훈 (웃고 표정 훑으며) 보아하니 소기의 성과는 달성
하고 오신 거 같은데..
정음 (장난스럽게 웃고) 나 드디어 거지황 탈출했어요.
(하며 빵빠레 울리
는 시늉) 빰빠라밤. 빰빰빠 빰빠라밤~
지훈 (박수치며) 축하해요.
정음 (팔짱끼며) 가요! 오늘은 내가 맘먹고 거지 탈출
턱 쏠 테니까.
지훈 (웃으며) 알았어요. 잠깐만 옷 좀 갈아 입구요.
정음 (끌고가며) 수술복도 멋진데 뭐~
지훈 (끌려가며) 어허.. 내가 춥다니까.
정음 에에~ 배고픈데 그냥 가요~ (하며 끌고 가고)
지훈 (끌려가며) 에헤. 나 진짜 춥다니까. (서로 장난치
며 가는 모습에서)
씬/20 카페 (D, 야외)
지훈 앉아있는데 정음이 커피를 들고 와서 앉는
다.
정음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지훈 비싼 밥까지 사주고. 직접 커피 써빙까지. 오늘 서
비스가 좀 과한데요.
설마 뒤에 뭐 엄청난 반전이 있는 건 아니죠?
정음 반전 뭐요?
지훈 비용을 청구한다든지.
저음 하. 속고만 살았나. 거지황 탈출 기념일에 이 정도
도 못하나?
참, 그리고.. (가방에서 돈 봉투 내밀며) 이거.
지훈 뭐에요?
정음 이제 내 지갑도 무거워서.
지훈 그냥 두고 써도 되는데.
정음 무슨. 누굴 그지로 아시나. 거지탈출. 몰라요?
지훈 알았어요. 그럼 공평하게 이걸로 끝나고 와인 마
시죠.
정음씨 와인 좋아하잖아.
정음 나 바쁜 여자에요~
지훈 어? 오늘 학원가는 날도 아니잖아요.
정음 우리 집에도 아직 나 기다리는 채권자들 줄줄이거
든요.
친구들한테 신용불량 안되려면 얼른얼른 갚아야
죠.
올라오는 즉시로 한방 쏜다고 약속도 했고.
지훈 음..갑자기 신용, 약속 이런데 신경 쓰네요? 신용
황으로 이미지
변신 중인가요?
정음 고럼요~ (장난스럽게 애교부리는)
지훈 책임황에서 항의황..거지황..신용황까지. 자신의
이미지를 끊임없이 변신하는 그런 자세 정말 좋아요. 대
단 대단.
정음 (V자 그리며 웃는)
지훈, 정음 기분좋게 웃고 떠드는 그림에서.
씬/21 자옥방 (D)
자옥, 계속 침대에 누워있는데 순재 목소리 들린
다.
순재 (OFF) 자옥씨. 자옥씨.. 저 들어갑니다.
자옥 (머리 정리하며 일어나는)
순재 (들어오며) 전화도 계속 안 받으시고 걱정되서요.
자옥 죄송해요. 그냥 좀 쉬고 싶어서요..
순재 그러지 말고 우리 나가요. 나가서 바람이라도 좀
쐬고 와요.
자옥 아니에요.
순재 방에 이렇게 누워만 계시면 기분만 우울해져요.
나가요 우리.(자옥을 잡는)
자옥 아..지금은 별로..
순재 (OL 자옥 잡아 끌며) 에이. 빨리 나가요. 나가서
우리 드라이브나 해요.
자옥 아..(하며 표정)
씬/22 한옥 앞 (D, 야외) + 순재 차 안 (D, 야외)
광수 인나 줄리엔 오는데 자옥 순재, 차에 탄다.
줄/광/인 Hey, 미스터 순대 / 안녕하세요 / 어디가세요?
순재/자옥 어..(손 들어보이곤 차문 열어주는) / (타는)
순재 (운전석에 타며) 우리 어디로 갈까요?
자옥 선생님이 알아서 하세요.
순재 제가 알아서요? 음..(하다) 오랜만에 바다나 보러
갈까요?
차, 붕 떠난다.
씬/23 한옥마당 (D)
광수 인나 줄리엔, 밖에서 들어온다.
인나 아줌마는 웨딩촬영하다 무슨 일 있으셨나. 계속
저기압이시네.
광수 왜 그러지? 줄리엔 뭐 들은 거 없어?
줄리엔 (어깨 으쓱한다) 없어.
정음 (OFF) 빰빠라밤. 빰빰빠 빰빠라밤~
줄/광/인 뭐야? / 어? (보는)
정음 (마루로 나타나며) 나 왔어~ 어여들 들어와~
줄/광/인 정음~/ 왔냐? / 황~
씬/24 한옥주방 (D)
줄리엔 광수 인나 들어오는데 상에 삼겹살이랑 맥주 소
주 차려져있다.
인나 너 언제 왔어?
정음 아까 왔지. (상을 가리키며) 짜잔~
광/줄/인 오~ 뭐야 이게? / 와우~ / 황! 최고최고~
정음 빨리 먹자. 참, 먹기 전에 간단한 채무변제식이 있겠습
니다.
호명하는 사람은 잽싸게 앞으로 나와주세요. 먼저 최우수
상에, 줄리엔.
줄리엔 나? 최우수상? (손 흔들며 나오는)
정음 줄리엔, 위의 사람은 황정음이 어려울 때 15만원을 빌려
주었으므로
감사와 함께 15만원을 돌려드립니다. 2010년 3월3일. 황
정음.
(봉투내밀며 악수청하는)
줄리엔 감사합니다. (웃으며 악수하는)
정음 (카메라쪽 보며) 저기 카메라보고 웃어.
줄리엔 오..(악수한채 웃는)
정음 다음 우수상에 유인나.
인나 난 액수가 줄리엔보다 적어서 우수상이냐? (웃으며 앞
으로 나오는)
컷튀면, 정음 광수 줄리엔 인나, “건배~” 하며 맥
주잔을 부딪히고
맥주를 마신다.
광수 카아~ (하곤 주먹 마이크를 정음에게 대며) 거지황에
서 재벌황으로
변신하셨는데요. 소감이 어떠신지.
정음 네, 조금 배고프고 힘든 때도 있었지만 잘 참고 이겨냈
던 게
오늘을 있게 한거 같아요.
인나 (고기 먹으며) 아버지 등골 너무 빼먹고 온 거 아
냐?
정음 뭘. 이 정도 갖고. (맥주 따라주며) 자자, 날이면
날마다 오는 삼겹살과 맥주 가 아닙니다. 한잔씩 더 받으
시고..
광수 거지황에서 재벌황이 된 황정음양을 위해~ 건배~
일동 건배~! (즐겁게 외치며 잔을 부딪히는)
씬/25 순재 차안 (해질녘, 야외)
노을이 지는 시골 도로 위를 달리는 순재의 차.
순재, 운전 중이고 자옥, 말없이 창 밖 풍경만 보
고 있다.
순재 어때요? 나오니까 그래도 방안에만 있는 것 보다
낫죠?
자옥 네..
순재 (창밖에 노을을 보다) 노을 참 멋지다. 잠깐 내려
서 걸을까요?
씬/26 시골길 (해질녘, 야외)
순재와 자옥, 차에서 내려 한적한 시골길을 걷는
다.
순재가 자옥의 손을 잡고 걷는다.
순재 (하늘 보며) 노을이 참 좋죠.
자옥 (역시 하늘 보며) 예.. 나이 먹고 나선 노을 보면
괜히 서글퍼져서 잘
안 보게 됐었는데.. 오늘은 참 좋네요.
순재 (무슨 마음인지 알겠다는 듯 엷게 웃으며 자옥 보
고)
자옥 (노을 보며) 아름다워요...노을 보면..나도 반짝반
짝 빛났던 젊은 시절이
있었는데..어느새 저렇게 서서히 져서 어둠 속에 묻히겠
구나..싶어서 늘 서글 펐는데.. (눈가가 촉촉해지고)
순재 (표정. 양손을 잡아주며) 자옥씨..앞으로 둘이 함
께 할 날들만 생각하면서 즐 겁게 살아요. 저렇게 아름다
운데 지는 노을이면 어때요? 저는 시간을 되돌린 데도 자
옥씨 없는 젊은 날보단 자옥씨와 함께하는 지금을 택할 겁니다.
자옥 (감동해) 선생님..
순재 (인자하게 웃는데 뿡 실례를 하고 익살스런 표정
을 짓는다)
자옥 (피식 웃는다)
순재 어? 웃으셨네요. (하다 뭔가 번뜩 생각이 난다) 잠
깐 기다리세요.
컷튀면, 순재. 차에다 카메라 올려놓는다.
자옥 뭐하세요?
순재 우리 둘이 여기서 사진 한 장 찍어요.
자옥 사진이요?
순재 뭐 꼭 드레스에 턱시도 입고 찍어야만 웨딩사진인
가요? 좋잖아요. 지금도.
자옥 네..(웃는)
순재 잠깐만요. (자동버튼 누르고는 뛰어와 자옥 옆에
서 자옥 어깨에 손을 올리는)
자옥 (자신의 어깨에 늘어진 순재의 손을 잡는다)
노을을 배경으로 순재와 자옥의 환한 모습. 찰칵 찍히는
데서
씬/27 한옥마당 (N)
정음, “아 배불러” 하며 배를 둥둥 두드리며 나온
다.
정음 으..너무 많이 먹었다. (히릿 보며) 히릿. 오랜만
에 언니랑 산책 할까? (히릿 끌고 나간다) 가자 가자~
씬/28 거리일각 (N, 야외)
정음, 히릿 데리고 가는데 히릿, 신났다.
정음 어구어구. 오랜만에 나오니까 그렇게 좋아요? 미
안해. 요즘 언니가 산책도 잘 안 시켜주고. 답답했지?
씬/29 한옥주방 (N) + 정음방 (N)
인나, 양치질 하며 들어오는데 정음 핸드폰 울린
다.
인나 황! 전화 왔어! 황! (하며 전화기 들고 방문 열며)
전화 왔... (하는데 보면 없고) 어디갔어..(하고 나가려
다 뭔가 이상해서 다시 보는)
보면, 방안에 가득했던 정음 옷과 구두, 가방들이
하나도 없이 텅 비었다.
인나 뭐야..(방으로 들어오며) 옷이랑 구두들 다 어디
갔어? (장롱 열어보는데 텅 빈. 표정)
씬/30 공원일각 (N, 야외)
정음, 히릿과 벤치에 앉아 있다. 정음의 표정이
좀 멍하다.
정음 (히릿을 마구 쓰다듬어 주며) 으구..이쁜 내 새
끼. (하고 히릿 얼굴을 잡고 눈 을 보며) 히릿. 너 이제 언
니집 말고.. 부잣집 가서 살래?
정음을 보는 히릿의 멍한 표정에서 회상으로 연결
되는
C#1 정음집 거실 (D, 야외)
정음, 가방 들고 “엄마 나왔어~” 하며 들어오는
데 집안 가구들과 가전제품에 빨간 딱지들이 붙어있다.
정음 (별 생각 없이) 뭐야? 웬 레드카드? 아빠~ 엄마~
(하고 방으로 들어가는)
정음 (OFF) 히릿. 이거 너한테만 말하는 비밀인데..언니네 집
에 일이 좀 생겨서..
C#2 고속버스 (D, 야외)
정음, 울음을 꾹 참고 애써 밝게 아빠와 통화중이
다.
정음 걱정하지 마 아빠. 나 몰라? 나? 황씩씩! 내가 금
방 취직해서 돈 많이 벌거라 니까. 그러니까 아빠도 힘내
는 거다? 아자아자 파이팅! (하고 활짝 웃는데 눈 물이
난다)
C#3 정음방 (D)
정음, 집에서 돌아와서 방에 있던 옷, 구두, 가방
등을 챙긴다.
정음 (OFF) 히릿. 나한텐 절대 안 일어날 일일 줄 알았
는데.. 살다보니 이런 일도 생기네. 아 어이없어..
C#4 명품 중고샵 (D, 야외)
정음(운동화 신은), 싸들고 온 옷, 구두, 가방을 팔
고 있다.
직원 이거 다 파시고 싶다구요?
정음 네..
직원 (물건들을 하나씩 본다)
정음 (눈물이 글썽해 자신이 내논 옷들과 가방과 구두를 보
다가 구두 하나를 빼며)
이거 하나만 뺄께요.(*몇년된 고급구두. 115회 참조)
C#5 정음, 지훈 줄리엔 인나에게 돈 갚던 모습 위로
정음 (OFF) 그래서 어쩌면 너랑 같이 있기도 힘들어 질
지도 모르겠어.
다시 공원. 정음, 히릿을 보고 있는데 어느새 눈물
이 흐른다.
히릿, 그런 정음을 위로하듯 보고
정음 너 이제 언니랑 있어봐야 옛날처럼 돼지같이 많
이 먹지도 못하구.. 언니 돈 벌 어야 되서 엄청 바빠지면
너한테 신경도 못 쓸 거야.. 그러니까 어디 부잣집 가
서.. (하는데 차마 말을 못 잇겠고)
히릿, 정음을 보며 위로하듯 기댄다. (히릿은 꼭
지문대로가 아니어도 됨)
정음 (히릿 쓰다듬으며) 아니다. 넌 그냥 언니 옆에 있
어. 너 살 좀 빼야 돼. 옆에 서 언니 힘들 때 마다 위로해
줘야 돼? 알았지? (하며 히릿을 끌어안고) 다 잘 될 거
야. 그지? 꼭 다 잘 될 거야.
정음. 히릿을 가만히 안고 있는 모습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