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는 필요에 의해서 만났다가, 불필요에 의해서 멀어진다.
나도 선택을 할 때가 있겠지만, 끊임없이 누군가의 선택을 받는다.
쉽게 말해서, 내가 아쉬워서 전화했을 때, 한 수 가르쳐 줄만도 한데,
요리조리 이유를 달면서 모른다고 했던 자가, 오늘 아침, 문득 ─
저 자세로 전화가 왔길래,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나의 경험치가
지금에 와서 문득 미미한 도움이라도 될세라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며,
내 입을 열려고 하고 있었다. (그거 뭣이라꼬?)
작년에 경험했던 중3 영어지도에 대해서 살뜰히 가르쳐 주었다.
다음에도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라고 말해줬다.
나보다 훨씬 먼저 시작했다고 꼴값을 떨던 자들이 얼마나 아쉬웠으면,
나같은 사람한테도 물어볼까 싶었다.
"잘하는 사람도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는 못한다"고 했던가?
어제는 그림책을 출간했던 두 여인을 만났다.
단 한권의 책을 냈을 뿐인데, 우리끼리는 곧 죽어도 아마츄어 작가다.
점심을 같이 먹고, 기찻길이 내려다 보이는 예쁜 카페에서 차를 나누고 헤어졌다.
어젯밤 전화를 받고, 오늘 점심약속을 했던 찬다나를 만났다.
처음엔 농협앞에서 1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어찌된 심산인지 2시까지 오겠다더니,
2시 반이 되어 어디냐고 물으니, 그제서야 지하철로 사상까지 왔단다.
그렇다면, 3시는 넘어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종착역에 내가 나가겠다고 했다.
그로 부터, 반시간이 흐른 뒤에, 전화가 왔다. 소통이 안되서 내리고도 한참 뒤에 만났다.
- What's going on? 친구와 차를 잘 못타서 빙빙 돌다가 2시간이 걸려서 왔단다.
- Sri Lankans don't keep their promises. 키득키득 웃었다. (웃어?)
지말마따나 8개월만에 우리가 만났다길래, 그동안 어디어디를 여행해봤냐고 물으니,
Gool이라서 추워서 거의 안 나갔다길래, 어떤 굴에 갔다왔냐고 하니, 그때부터
멘탈이 나간 얼굴로 안절부절했다. 네이버에서 검색하여 성류굴을 보여주며,
너는 어떤 굴에 다녀왔냐고 하니까, 그게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나중에 알고보니, 굴이 아니라 겨울을 말하려고 한 것이었다. 둘이서 박장대소를 했다.
돌아오는 길에 찬다나를 태워서 친구 집앞에 내려주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첫댓글 나그네의 빛이 되어주신 님에게 은혜가 가득하길 ~
이방땅에서 힘들었을 찬다나가 따뜻함과 포근함을 느꼈을 듯 싶네요.
8개월 만에 만남이 언제라도 계속되리라 믿습니다.
좋은 일 많이 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