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모은 재산 2백70억원을 불우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KBS에 맡긴 실향민 강태원옹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진한 감동을 주고 있다. 2백70억원이라는 거액은 강옹이 해방 직후 월남해 막노동판에서 쉰 떡으로 주린 배를 채우는 등 50여년간 ‘남들보다 덜 먹고, 덜 입고, 더 열심해 일해’ 쌓은 재산이라고 한다. 지난해 꽃동네에 1백억원을 기부한 그가 이번에 전재산을 쾌척함으로써 자기 자녀들에게는 재산을 남기지 않았다니 부자들에게는 큰 교훈이 될 만하다.
강옹은 “자식을 위해서는 한푼도 물려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선친의 뜻이었고 자신도 그 유지가 옳다고 생각해 전재산을 사회에 환원키로 했다는 것이다. ‘부(富)의 대물림’은 자녀들에게 자칫 독약을 물려주는 것처럼 노동의 소중함을 잊게 해 방탕하거나 오만한 인간을 만들 수 있다는 그의 지적이 가슴에 와닿는다. 그런데도 서구와 달리 우리 사회에는 편법·불법까지 동원해 자식들에게 부를 세습시키려는 풍조가 만연해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맹목적인 부의 대물림을 막고 부자들의 기부행위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의 자각 못지않게 정부 차원의 과감한 동기부여가 제도화돼야 한다. 기부금에 대한 세제혜택을 외국처럼 늘리고 자선재단 설립이나 유지에 대한 정책지원, 기부자의 자녀들에 대한 특혜 등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차제에 모금액의 80%를 차지하는 기업 위주의 이벤트성, 단발성 기부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마련도 시급하다.
기부는 단순히 나눔의 의미뿐 아니라 사회통합의 기능까지 하고 있다. 진정 불우한 이웃과 더불어 사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개인 위주의 상시 기부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 근래들어 ‘소득 1% 기부하기’나 ‘유산 안남기기’ 등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국민 각자가 작은 정성의 실천으로 나눔의 기쁨을 만끽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