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나라 군인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죽여요?"
소설 속 초등학생인 광훈이가 아빠에게 물어본 내용이다.
올해는 5.18 민주화운동 40년이 되는 해다. 신군부의 권력을 향한 집념이 마치 고려시대 무신정권을 보는 듯 하다. 희생양으로 광주를 선택한 결과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는 무수한 시민들이 죽어나갔다. 무고한 청년들과 시민들이 대한민국의 군인들에 의해 죽음을 당해야만 했다.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지, 아이들이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해 주어야할지 난감한 일이 일어났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던진 그들의 희생의 결과로 지금 우리가 민주주의 권리를 누리고 있다. 권리는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기에 민주주의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 나가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음을 다시 상기해 본다.
광주 시내 계엄군과 시민군 간의 대립이 있었던 그날을 시간적 배경으로 한다. 광주 시내에 있는 동물원을 지켜냈던 한 사육사와 그의 아들을 모티브로 삼고 소설은 시작된다. 초등학교 학생의 시각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바라본 책이다. 사육사를 아버지로 둔 초등학생 광훈이가 본 광주 시내 한 복판에서 벌어진 살육의 장면은 꿈에서라도 다시 떠올리기 싫은 무서운 광경이었다. 아내를 하늘나라로 먼저 보내고 슬픔으로 살아가는 광훈이의 아빠도 광훈이만 아니었다면 당장이라도 시민군에 가담하고 싶어한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모두 떠나고 난 동물원에 광훈이와 아빠만 남는다. 사람만큼 동물의 생명도 소중하기에 최소한의 유지를 목적으로 먹이를 주고, 사육장을 간단히 청소하며 하루 속히 군인들이 물러가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동물원을 관리하는 일은 두 사람이 감당하기에 벅차다. 어느 날에 갑자기 공수부대 지대장 최열 중위가 찾아온다. 동물원을 수색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광훈이와 아빠는 두려움 속에 최 중위를 만났지만 동물원을 매개로 점차 서로를 알아가는 관계로 발전한다. 동물원의 먹이가 떨어지자 최 중위에게 심부름을 시키기도 한다. 저자는 최 중위를 폭악한 군인이 아닌, 우리 곁에 늘 있을법한 평범한 군인으로 묘사한다. 그리고 명령에 할 수 없이 복종해야 하는 군인의 고뇌를 담아낸다. 시민군을 향해 총을 겨눌 수 없어 허공을 향해 총탄을 날려 보내는 것으로 자신의 심정을 표현해야 하는 군인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반면, 동물원에 찾아온 시민군에 가담한 청년의 정의를 추구하는 모습도 그려낸다. 그는 수의학과 대학생으로 동물을 치료하는 수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동물원에 잠시 머물러 있는 동안에도 자신의 특기를 살려 백곰 '화이트'를 진단한다. 간암에 걸려 살 가능성이 없음을 함께 아파하며 몇 가지 도움이 될 만한 진통 처방을 남기고 떠난다. 결국 그는 전남도청에서 시민군의 한 사람으로 끝가지 저항하다 계엄군에 의해 죽음을 당한다.
같은 나이 대의 한 사람은 군 복무를 수행 중인 공수부대 중위로, 또 한 사람은 광주를 지켜내야 한다는 신념으로 시민군에 가담한 한 청년으로 각자 사건의 한 복판에서 시대의 아픔을 살아낸다.혼란스러울만할텐데도 광주 시내는 서로를 돕고 질서를 유지하며 시민군을 응원한다. 아직까지 시민들을 향해 최종적으로 누가 명령을 내렸는지 확실히 밝혀지지 않는 상황이다. 역사는 반복될 수 있다. 진실이 밝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의 역사 속에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하는 장면이다.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이하여 초등학생에게도 읽힐 만한 책들이 나온 것에 의미가 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