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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출처 = UCANEWS)
(펠릭스 윌프레드)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의 지난 50년, 그리고 이 조직이 기여한 바는 충분히 기념할 만하다. 지난해 10월 방콕에서 열린 FABC 50주년 총회에는 하느님 백성의 대표들인 많은 교회 지도자, 그리고 여러 전문가가 참석했다.
기념비적인 이 자리는 FABC가 장차 무엇을 해야 할지 비전을 세우고 이 중요한 시대에 자기 사명을 다하겠다고 다시금 다짐할 기회였다. 전에 열린 여러 총회처럼 이번 방콕 총회에서는 우애와 후의가 넘쳐났고 사목적, 문화적 교류가 있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기다려 오던 총회 최종문서가 지난 3월 15일에 공식 발표됐다.
이 문서를 보면, 전체에 일관성과 힘을 주며 통괄하는 분명한 비전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어려웠다. 통일된 비전이 없다는 것이 문서 전체에 걸쳐 뚜렷해 보였다. 성경에 나오는 세 동방박사 이야기에 의지해 이들이 여행 중 겪은 여러 일을 근거로 내용을 묶어 보려는 노력이 겉으로나마 있었다. 비유와 은유가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순전히 여기에만 의존한다면 피상적으로 보이고 문서의 부족함을 어떻게든 메워 보려 하는 데 그칠 위험이 있는 것이다.
이번과 같은 자리라면, 사람들은 FABC가 과거에 취했던 의미 있는 행동들과 그 비전, 지향을 되돌아보고 재평가하며 이미 성취한 것들을 바탕으로 나아가리라 예상할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번 문서는 FABC가 지난 50년간 걸어온 길을 헤아려 보지 않았다. 때문에 이번 문서는 뿌리가 없는 것처럼 보이고 자신의 과거에서 단절돼 버렸다. 이와 대조적으로, 다른 대륙별 주교회 조직들, 예를 들어 남미주교협의회(CELAM)는 (이런 자리에서) 과거 여러 총회에서 얻은 여러 통찰을 재확인하고 더욱 전진하려 시도하면서, 메데인 총회(1968), 푸에블라 총회(1979), 아파레시다 총회(2007) 등보다 진보한 모습을 보여 줬다.
이번 FABC 50주년 총회의 최종문서가 보고 식별한다는 방법론을 채택하면서, 시작한 것은 좋았고 이를 실행하는 배후 의도가 고상하다는 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대륙이 광대하여 삶의 영역이 서로 크게 다른 점을 묘사한 부분은 아시아 여건을 구조적으로 분석하는 초점을 결여했다.
이 문서는 포용성, 다양성 등등을 촉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근본 원인을 해결할 실제 전략을 내놓는 데는 한참 멀다. 이를 잘했다면 대담한 조치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아가, 아시아적 상황 묘사와 제안한 해결책 사이에는 전혀 실제적 연관이 없어서, 그러한 제안들은 아시아에 뿌리를 박고 있다기보다는 물 위로만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문서가 아시아 대륙의 엄중한 정치적 문제들을 적절히 다루지 못한 점은 아주 분명히 드러난다. 이 문제와 여러 중요한 문제에 대해 참석 주교들은 속을 끓이듯 침묵을 지키면서 확실한 입장이나 의견을 택하지 않는다. 이 문서는 여성, 청년, 가정, 디지털 기술 등 9가지 영역에 초점을 맞추지만, 정치 상황이 관심 주제에서 빠져 있다는 점에서 이들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기를 주저하고 있다는 것을 아주 확실히 확인할 수 있다.
이 문제는 아시아 교회 주류가 그저 안전만 구하면서 담대한 조치를 회피하는 경향이 있음을 드러낸다.
또한 아시아 대륙에서 그리스도인이 소수종교인이라는 처지와 개종(을 강요당하는) 문제는 아시아의 지역 교회들에게 중대한 우려사항인데, 이런 문제는 해당 지역의 정치와 연관돼 있다. 그럼에도 이 문서에서는 이 점을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가장 당황스러운 점은 교회 자신의 문제를 고백하는 것은 고사하고, 교회 자신의 상황에 대한 자기 성찰이나 진단이 없다는 것이다.
분석–이라기보다는 짧은 묘사-은 아시아 사회들의 여건을 말하는 데 그친다. 교회의 여러 모자란 점이나, 교회가 성직자가 저지르는 성학대 또는 교회 권력과 재산 오남용과 같은 문제들을 다룰 때 신뢰를 저버린 점을 더 솔직히 인정했더라면, 이번 방콕 회의는 더욱 신뢰를 얻었을 것이다.
2022년 10월 12-30일, 타이 방콕에서 열린 FABC 50주년 총회에 참석한 교회 지도자들과 대의원들이 단체 사진을 찍었다. (사진 출처 = FABC)
논조에 관해 말하자면, 이번 문서는 지도 원칙과 지향점을 제공하기보다는 설교하는 식이며, 구체적 행동 계획은 더욱 적다. 스타일을 보자면, 단조롭고 지루하고 축 늘어진 문장들이 내내 이어진다. 한마디로, 이 문서는 신학적 비전, 구체적 지향점, 실제적 지표가 비참할 정도로 부족해, 변화를 위한 청사진이 되기에는 효용이 떨어진다.
해방 문제에 대해 남미 주교협의회가 큰 영향을 미쳤듯이 FABC는 종교와 대화의 신학을 통해 뚜렷하고 주목할 만한 기여를 해 왔다. 더욱이 이 기여는 아시아 대륙의 한계를 넘어 확장돼 왔다. 이를 고려하자면, 50주년을 맞는 이번 문서에서는 지금까지 아시아가 해 왔던 이 구체적 기여가 더 강화되고 확장되리라 기대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문서는 깊이와 새로운 통찰력 측면에서 그에 미치지 못하여 실망감을 자아낸다.
이번 문서에는 힌두교, 불교, 도교, 유교, 이슬람과 이들 종교가 해 온 고유한 기여들을 인정하는 것도 거의 없고 아예 언급도 별로 없는데, 이러한 것은 마땅히 언급되리라 예상됐던 것이고, 특히 자연과 생태 문제에 대한 언급은 더욱 그렇다. 여기에 종교 간 협력이라는, 그간 풍성한 열매를 맺어 온 영역이 있다. 현금의 종교적 근본주의와 그 정치적 함의가 더욱 복잡하게 얽혀 가는 상황을 고려해 보면, 이웃 종교 전통들과 우리의 서로 얽힌 관계를 탐구할 필요가 있다.
역동성에 관해서 보자면, 우리는 다른 대륙별 주교 조직에서는 의견의 다양성, 관점의 갈등, 그리고 투쟁–즉 논쟁이라는 측면-이 합의로 이어지고 비전을 공유하는 결과가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번 방콕 총회 문서에서는 서로 간에 솔직 대담하게 발언하고 관점이 대결하며, 긴장이 있어서 더 큰 창조성을 낳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뒷얘기를 들어 보면 공의회 문서들은 많은 긴장과 대결, 전환점, 합의 조성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모습이 나온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번 문서로서는 이번 FABC 총회에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처럼 활발한 토의와 고민이 있었던 같지 않다.
참석 주교 대부분이 자기 자신의 의견이라 할 만한 것을 전혀 갖지 않았던 것처럼 보인다. 그 결과는 겉포장이다. 이 문서의 상당 분량은 그저 권고하고 훈계할 따름이다. 이 점에서도 이 문서는 이렇게 지루하지 않고 가슴을 뛰게 하는 쪽으로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한 사명은 아시아 지역 교회들 안의 많은 숨은 영웅이 바치는 헌신과 영웅적 행위와 더불어 기층민중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다. 스탄 스와미와 같은 아시아의 순교자들을 떠올릴 수 있다. (역자 주: 스탄 스와미 신부는 인도 예수회 소속으로 2018년에 한 폭력사태, 그리고 인도공산당과의 연관 혐의로 2020년 10월 국가수사국에 체포됐다. 파킨슨병을 앓던 그는 여러 차례 보석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고, 2021년 7월 옥중에서 사망했다. 84살.) 하지만 이 문서에는 많은 세속 사회운동이나 종교 관련 운동과의 연관, 그리고 이들의 경험을 배워 FABC의 미래 전도를 비춰 보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즉, 이 문서는 기층민중 운동과 지역 사회의 의미를 간과하고 있다. 또한 FABC의 사명을 미래를 향해 전진시키는 데 있어 상향식 접근법도 소홀하다.
진정한 진보는 대체로 지역 차원에서 일어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소리다. 지역 차원에서 개인과 공동체는 고유한 과제에 직면하지만, 또한 가치 있는 지식과 자원을 보유한다. FABC 50주년은 이러한 문제들에 직접 영향을 받고 고통받는 이들에게 힘을 줄 아주 좋은 기회였다.
남미 주교협의회와 같은 주교 조직들의 사목적 힘은 거친 땅바닥에서 땀 흘려 일하는 이들과 이러한 연계에 있는 것이니, 이는 이러한 조직들이 총회를 하기 전, 하는 동안, 그리고 그 뒤에 이런 이들과 확장된 대화를 하는 모습 속에서 찾아볼 수 있던 것이다. 때문에 이런 주교 조직들이 내는 문서가 현장을 반영하고 “양 떼의 냄새”를 풍기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아프리카/마다가스카르 주교연찬회(SECAM)는 정의, 인권, 평화, 화해 문제에 대해 폭력 갈등 상황 속에서도 대담한 입장을 취하는 한 주교 조직의 또 다른 빛나는 모범이다. 그 정신은 “나이로비 선언”(1982)과 같은 문서에 아로새겨 있다.
결론적으로, 일반 기준에 비춰 보자면, 이번 FABC 50주년 총회 문서는 전체를 통틀어 봐도 단 한 줄이라도 눈에 딱 뜨이고 기억에 남을 만한 문장이 하나도 없다고 지적할 수밖에 없는 것이 가슴 아프다. 이는 축 늘어진 그 질을 뚜렷이 보여 주는 지표다. 50주년이라는 중대한 때에 만들어진 이 문서는 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으며, 때문에 이 존경받는 조직에서 지금까지 만든 총회 문서 가운데 아마 가장 볼품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FABC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이 글의 관점은 저자의 것이며 <아시아가톨릭뉴스> 편집진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사 원문: https://www.ucanews.com/news/asian-bishops-play-it-safe-offer-no-clear-vision-for-asia/101392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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