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전설의 고향
5화 - 귀신잡힌 해병 -
운전을 오래한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귀신 한두 번 안본 사람이 없는 것 같다. 대개 소복입은 여자가 택시를 타려하든지 히치하이크를 한다는 식이다.
특히 비오거나 날씨가 안 좋은 날밤에 그런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사실 멀쩡한 대낮이라도 인적 없는 곳에선 보통 여자라 해도 꺼려지긴 마찬가지일 듯 싶다.
택시 운전하던 안영종씨가 승객을 내려주고 시내로 돌아오던 길인데 밤 열한시경이었다. 인적은 물론 차도 거의 안 다니는 방죽 뚝에 위치한 차도였는데 어떤 녀성이 저 앞에서 손을 드는 것이 아닌가.
검은 색의 원피스였는데 약간 곱슬한 머리가 치렁치렁할 정도로 길었다.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나며 멈칫멈칫하다가 그냥 지나쳤는데... 과거에 그 방죽에서 여럿이 익사했다는 소문이 기억나서는 절대 아니었다.
도대체 어떤 녀성이기에 어떤 사연이기에 그 시간에 홀로 그런 장소에 있는지 궁금증을 참지 못해 차를 되돌렸다. 특공부대 제대한 배짱일 수도 있고 평소 귀신은 전혀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싸나이 된 의리도 있었다.
헌데 여인이 안보였다. 벌써 풍덩했는가 싶어 둘러보니 뚝아래 물가에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여보셔, 택시 타려면 타소" 여자가 차도로 올라왔다. 왠지 비척이는듯 한데 종이봉투를 들고 있었지만 맨발이 거슬려보였다. "어디 가소?" "...수..송..동" "읍내 수송동? 타소"
여인이 뒷자리에 타고 차가 출발했다. "이 시간에 왜 이런 데서 혼자?..술드셨수?" "슬 은 몬 머 거 집 에 가 야 해" 왠지 이상한 억양이 거슬렸지만 백미러로 보니 헝클어진 머리때문에 인상은 잘 안보였지만 귀신은 분명 아니었다. "수송동이 집이쇼?" "어 마 가 기 다 러" "나참...술은 안 취한 것 같은데 혓바닥에 문제가 있는거요?" "...추 어 무 속 은 다 듯 하 데 박 은 추 어" 목소리는 여자도 인간의 그것도 아닌 톤이었다. 갑자기 소름이 쫘악 끼쳤다. "무, 무..물속이 따뜻하다고?" "어 마 가 기 다 러" "이봐 아가씨 작작해! 나 해병대 갔다왔어, 귀신잡는 해병 몰라?" "수 송 동 어 마 기 다 러" "지,지금 가고 있잖아! 신발 이근방에 정신병원같은 게 없을건데, 재수없게 별 일을 다겪네" "자 비 원" "자비요양원말야? 저기 외포면쪽에 있는? 거기서 나온거야? 다녀오는 거야? 버스 끊기도록 왜?" "기 사 반 말 나 바 어 마 가 기 다 러" "시,신발..스, 승객이 띨띨하면 반말도 할 수 있는거지..요" "어 마 가 기 다 러" "거참! 몇번을 말하는 거야! 집에서 아무도 안기다려주는 해병 듣기 서럽게, 근데 신발은 어디다 흘렸기에 맨발차림이소?" "무 속 에 서 느 신 발 피 요 엄 서" 운전을 한동안 하는데 서로가 아무 말이 없었다. 아니 아무 말도 못했는데... "어 제 화 장 실 에 간 는 데 마 야" 초긴장했던 안영종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동 구 신 이 마 야 발 간 종 이 주 까 바 란 종 이 주 까" "그거 구석기시대 유머잖아! 다음은 크리넥스줄까 모나리자줄까였던가" 비로소 조금 환한 도시로 나오자 마음이 놓인 안영종씨였다. "그런데 똥귀신이라고?..크큭큭" "저 기 바 란 대 문" 판자촌의 파란대문앞에서 택시가 멈추고 여자가 느릿하게 내렸다. "만오천원 나왔는데 만원만 주소" "동 가 지 고 올 개 기 다 러" 집안으로 들어가는 여자였는데 휘청휘청 마치 좀비같은 모션이었다! 주변은 집도 거의 없이 허물어진 공터였다. 집주변을 감시하며 택시안에서 심란하게 담배를 피우는 안영종은 찝찝한 얼굴이다. "여긴 무허가 산동네라서 머잖아 재개발하는 지역인데....택시운전하면서 별별 일을 다 겪었지만 오늘 참 희한한" 이를 악물고 내려서 낡은 문을 신경질적으로 한동안 두두리자. 문이 열리며 머리가 하얗게 센 노파가 지팡이를 짚고 나왔는데 하얀 소복차림이었다. "누구시요? 문 부서지것소" "좀전 이집으로 여자가 들어왔을건데..검은 원피스 곱슬머리" "무신 헛소리고? 여기 찾아올 사람엄따. 오늘 물에 빠져죽은 울딸 제삿날이니 꺼지라고마!" 그러더니 문이 매몰차게 [쾅] 닫혔다. "제..제삿날?이라고?" 이상은 1992년 3월 25일 경남 화성군 내포면 삽다리 방죽에서 일어났던 실화다. 5화 귀신잡힌 해병 끝 |
첫댓글 * 혹자는 경상도에 무슨 화성군이냐, 엉뚱한 삽다리가 왜 나오느냐 할지 모르지만
노파로 분장 해병대를 홀린 물귀신의 아카데미 뺨치는 연기는 인정해주어야겠기에...
한달이 되어서야 진상을 파악하고 검거하여 자비원의 장모 장례까지 치러주며 인연이 되어설랑
오늘 결혼한 그 부부의 아들 프라이버시도 고려해야겠기에...부득 증명불가로..^
에고, 믿거나 말거나 같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