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억만장자 50명이 1년간 개인 전용기를 타고 다니면서 일반인이 300년 동안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 양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억만장자 50명이 1년간 개인 전용기를 타고 다니면서 일반인이 300년 동안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 양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기반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28일 발표한 ‘생명을 위협하는 탄소 불평등(Carbon inequality kills)’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11월 11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 맞춰 환경 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발표한 보고서다.
보고서에는 전 세계 억만장자 50명의 전용기·요트 탄소 배출량을 조사해 이들이 1년 동안 평균 184회 비행기를 타고 425시간을 공중에서 보내면서 일반인이 300년 동안 배출하는 탄소량만큼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담겼다. 같은 기간 이들의 요트는 일반인이 860년 동안 배출하는 양만큼의 탄소를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전용기 2대는 1년에 25일만 비행했지만 아마존 직원이 평균 207년 동안 배출하는 탄소와 맞먹는 양을 배출했다. 멕시코 재벌 총수인 카를로스 슬림은 1년 동안 개인 전용기로 92번을 여행했고 이는 지구를 5바퀴 도는 것과 맞먹는 거리다. 또 미국 소매기업 월마트 상속인인 월튼가는 요트 3대를 소유하고 있다. 이 요트는 1년 동안 월마트 매장 직원 약 1714명이 배출한 탄소량과 맞먹는 양을 배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억만장자 50명의 투자처를 조사한 결과 약 40%가 석유, 광업, 해운, 시멘트 등 오염과 연관된 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투자로 인한 한 해 평균 탄소배출량은 개인 전용기와 요트에서 배출되는 한 해 탄소량을 합친 것의 약 340배에 달한다.
옥스팜은 "부유층이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는 한 지구 온난화로 인한 비용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옥스팜은 COP29을 앞두고 각국 정부가 부유층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각국 정부는 상위 1%에 대한 영구 소득세와 재산세를 도입하고 개인 전용기와 요트 등 탄소 집약적인 사치 소비를 금지하거나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며, 기업과 투자자들이 배출량을 과감하고 공정하게 줄이도록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옥스팜은 또 전 세계 배출량이 지금의 추세로 계속된다면 탄소 예산은 약 4년 안에 고갈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탄소 예산은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남은 양을 말한다.
옥스팜은 "놀랍게도 모든 사람의 배출량이 가장 부유한 상위 1%의 배출량과 맞먹는다면 탄소예산은 5개월 이내에 소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미타브 베하르 옥스팜 인터내셔널 총재는 “슈퍼리치들의 오염 산업에 대한 투자와 개인 제트기 및 요트 등은 과잉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사람과 지구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며 “옥스팜의 연구는 부유층의 극심한 탄소 배출이 불평등과 기아를 조장하고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