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New Life, 인생 업데이트, 영흥반점에서
반세기도 더 전으로 거슬러, 내 나이 스무 살 전후의 일이었다.
지독한 가난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군 입대를 목전에 두고 있던 시절이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군에 갈 때는 갈 값이라도 당장 먹고 살 끼니라도 때워야 했기에, 쪽팔림을 무릅쓰고 고향땅 문경 점촌 역전 저탄장에서 막노동을 해서 몇 푼 돈을 벌고는 했었다.
그때 나와 가까이 지낸 친구가 하나 있었다.
지금은 고인이 됐지만, 대한통운사무소에서 회계업무를 맡고 있던 김병채라는 내 나이 또래 친구였다.
그 친구가 허구한 날 점심때가 되면 짜장면을 사주곤 했었다.
그것도 배부르게 먹으라고 곱빼기로 사줬었다.
그때 줄창 다니던 중국집이 영흥반점이었다.
10여 년 전 일이다.
어느 날 점심끼니를 때우려고 중국집을 들렀는데, 그 집에서 우연히 우리 문경중학교 4회 동문이신 변탁 선배님을 만났었다.
선배님은 몇몇 친구들과 어울려 짜장면으로 점심을 하고 계셨다.
연세가 여든이나 되신 분이시고 꽤나 부자이신 분인데도, 그렇게 짜장면을 드시는 모습이 참 소박해보였다.
“선배님, 짜장면을 참 맛있게 드십니다. 앞으로도 여기서 쭉 맛있게 드시라고 제가 이 집에 10만원을 계산해놓겠습니다.”
선배님에게 다가가, 그렇게 내 뜻을 전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그 집 주인에게 10만원 상당의 계산을 하고, 그 계산서를 선배님께 전해 드렸다.
껄껄껄
그렇게 큰 웃음을 웃으시면서 그 계산서를 받아드시는 선배님의 손이 참 따뜻하다 느꼈다.
그때 그 집이 또 영흥반점이었다.
그 영흥반점을 또 들렀다.
지난 2021년 10월 30일 토요일 오후 1시쯤의 일로, 국민학교 동기동창 친구들 몇과 함께였다.
늘 그랬듯, 짜장면 곱빼기를 주문했다.
간간한 짜장면을 한 젓갈 입에 넣으면서, 나는 지난 날 그 추억의 순간들을 떠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