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2월 첫날을 맞이합니다.
그제 아침 KBS2에서 진행자가 유자를 들고 "피로회복에 좋다"고 했고,
자막에는 '피로해소에 좋다'고 나오더군요.
왜 '피로회복'이 사람들 입에 붙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피로해소, 원기회복이라는 바른말을 두고 말도 안 되는 '피로회복'을 못 버리는지요.
그놈의 '피로'는 '회복'해서 어디에 쓰시려고... ^^*
뉴스에 보니 경북 안동에서 구제역이 또 나타났군요. 걱정입니다.
어제 퇴근길에는 안동을 오가는 길목마다 방역 시설도 만들어지고
길바닥에는 하얀 소독약도 뿌려두었더라구요.
이번에도 아무것도 모른 채 많은 동물이 죽어나가겠네요.
뉴스에서 '살처분'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낱말은 국어사전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네이버 뉴스에서 살처분을 뒤져보니 13,006개의 기사가 나오네요.
이 '살처분'은
죽일 살(殺 ) 자와 "처리하여 치움"이라는 뜻의 처분을 합친 낱말입니다.
게다가 처분은 處分(しょぶん[쇼분])이라는 일본 낱말에서 왔습니다.
굳이 뜻풀이하자면 "죽여 없앰" 정도 되겠죠.
정부에서 먼저 썼는지 언론에서 먼저 썼는지는 모르지만, 살처분은 좀 껄끄러운 낱말입니다.
중앙일보에서는
'살처분'이란 말보다는 '도살 매립' '도살 소각' 따위로 풀어쓰는 게 좋겠다고 하고,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2542383
농식품부에서는 '강제 폐기'로 바꾸자는 법안을 내놓은 상태라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것도 맘에 안 듭니다.
그냥 '죽여 없앰'이라고 쓰면 안 되나요?
살처분이나 도살 매립, 도살 소각, 강제 폐기...... 뭐가 다르죠?
꼭 이렇게 한자로 낱말을 만들어야 하나요?
바로 이럴 때,
우리말에 없는 낱말을 만들어야 하는 이런 경우에,
정부와 언론이 신중해야 합니다.
'노견' 대신 '어깨길'을 만들 생각을 하지 말고, '갓길'을 찾는 데 더 힘을 써야 합니다.
학자들이 머리 맞대고 알맞은 낱말을 찾거나 만들어야겠지만,
저라면,
'묻어 없앰'이나 '죽여 없앰'을 쓰겠습니다.
좀 다른 말이지만,
대부분의 의대에는 동물 위령비가 있습니다.
사람의 병을 치료하는 기술을 만들면서 실험용으로 쓴 동물들의 넋을 위로하고자 만든 비입니다.
미안한 말이긴 하지만, 그렇게 죽어간 동물들은 인간을 위해 기술이라도 발전시켰죠.
이번에 구제역이 왔다고 그 둘레 몇 km 안에 산다는 까닭만으로 죽어간 소나 돼지는......
저는 오늘 하루만이라도,
아니 편지를 쓰는 지금 이 순간만이라도 죄없이 죽어간 동물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