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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질문을 여러 가지 드리고 싶다. 역대 어느 선거보다 정권심판론 강할 것 예상되는 선거였는데, 어떤 가능성을 보고 출마했는지, 그리고 ‘어떤 것을 돌파했다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겠다’는 요소가 있다면 무엇인지, 득표 3% 목표를 달성한다면 녹색당을 알리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는지.
꽤 많은 역량을 투입해야하는 기초단체장 선거인데, 총선을 준비하는 연습으로 삼기에는 너무 많은 역량을 투입해야한다는 점에서 의문이 들었다. 강서양천이 몇 년 동안 운영위가 없었고, 지역당 활동을 안하는데 단일화를 제안하는 명분이 없다고 봤다. 이에 대해서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고, 강서양천 당원들과 사전에 충분한 협의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보궐선거를 나가기로 했다면 총선 등 다음 선거에도 강서양천에서 출마하는 걸 염두에 두셨는지.
이 정도 결과라면 사과를 하고 직에서 물러나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녹색당을 아는 사람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일반 국민들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후보에 이어 총선 선대본부장을 맡았는데 일반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고, 녹색당의 안 좋은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김유리: 강서에서 봤던 가능성에 대해선, 오는 12월 서울녹색당 운영위원회에 강서양천 녹색당 총회준비위원회 승인 안건이 올라갈 예정이다. 다섯 분 정도가 모였다. 선거가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지역의 에너지협동조합, 제로웨이스트샵, 마을카페, 공동육아 등 활동하는 당원들이 있어온 지역이다. 그런 기반을 확인했다. 재건이 된다면 지속가능한 활동을 하기에 좋은 곳이고, 서울녹색당의 중요한 기초지역이 될 것 같다. 은평과는 조금 다르게 시민사회가 활발하지 않아서 그런 움직임을 시작하기에 좋은 곳이기도 했다. 그런 점이 강서의 가능성이 아닐까 생각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 돌파했어야할 요소에 관해서는, 단일화에 성공하는 게 목표달성을 위한 요소였다. 선거를 하며 만났던 지역 시민사회 등도 단일화가 성공해야함을 강하게 어필하는 분들이 많았다.
많은 역량을 투입할만했느냐에 관해서는, 내부에서는 너무 무리하지 않고 해볼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총선으로 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되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밖에서 봤을 때 부족하고 지쳐보일 수 있지만, 내부의 평가는 그렇다.
단일화 관련해서, 당내 후보로 선출되기 위해 강서 당원들께 전화를 드렸는데, 그 과정에서 저도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지역에 우리 후보가 나온다는 점에서 반기는 분들,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강서 선거는 전국위원회 결정으로 시작된 선거이기 때문에 지역에서 시작된 선거가 아니기는 하다.
다음 총선에서 강서 지역구 출마 관련해서는, 국회의원 출마를 갑자기 할 수는 없다. 현재 강서양천 지역 재건 과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는 강서구에서 계속 활동할 예정이다.
이번 보궐선거는 전국에서 강서구청장 선거 하나만 열린 선거였기에, 당 인지도 향상을 위해 좋은 계기일 것이라 봤다.
사과 및 사퇴에 관해서는, 그 전제에 관한 서로의 이해가 다른 것 같다. 다른 당 후보들도 계속 열심히 활동을 하고 있다. 녹색당 성적이 자주 좋지 않았는데 매번 사퇴를 해야한다고 생각하시는 것인지 궁금하다.
박대신: 책임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왔다. 책임질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강서구에서의 이전 선거결과를 보니 거의 비슷하다. 0.2% 언저리다. 강서 자체가 그런 상황이었고,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정권 심판 성격이 강한 선거였다. 그렇기 때문에 정의당 같은 경우 2020년에 강서구에서 9%를 넘겼는데 이번에 1.8%를 받았다.
녹색당은 2020년 전국에서 0.21%, 서울에서 0.27%밖에 안되었다. 단순히 우리가 3%를 목표로 했는데 결과가 0.21%니까 책임져야한다거나 참담하다고 이야기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하다. 고생하셨다.
조찬경: 발표에서 언급했듯이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직업정치인이 굉장히 필요한데, 또 그것이 굉장히 어렵다. 급여, 생활 면에서 쉽지 않다. 자기 기반을 갖고 있었던 당내 정치인들이 더러 있었는데 그런 분들이 다시 당에서 정치인으로 활동하는 것은 어려운지?
김영준: 강서 선거 메시지와 관련해서, 기후구청장을 주요하게 이야기했다. 2020년 총선에서도 그랬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을 정하는 것과 메시지를 정하는 것은 서로 다른 일인데 우리는 그걸 일치시키려는 게 있다. 기후위기라는 것도 낯설어하는 분들이 많다. 주민들의 필요와 우리의 방향이 만나는 지점에서 공약을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게 아니고 우리가 생각하는 1순위를 메시지화시키려고 한다. 2020년 총선에서도 기후위기를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전국위에서 판단했고 그걸 그대로 메시지화시켰다.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서 선본에서는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2. 2024 총선 기획안 발표에 대한 토론
박대신: 위성정당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자꾸 나오는데, 선거연합정당과 위성정당은 완전 다르지 않나. 모행성이 있어야 위성이 있는데, 선거연합정당은 모행성이 없다. 지난 선거의 위성정당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계속 그런 우려가 나오는 것 같다.
얼마전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양향자, 금태섭 등 다른 정치세력과 접촉하던데 지금 여전히 정의당 의원이다. 연합은 어떻게 진행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박제민: 연합에 관해서 정의당의 책임있는 기구에서 결정한 내용이 있고, 우리도 전국위의 결정을 통해 내리는 결정이 있다. 다른 정당은 그런 공식 절차를 하고 있지 않다. 지금 정의당에서 추진하는 방향에 동의하지 않는 정의당 내 분들 중에는 다른 움직임을 하고 계신 분들도 있을 것 같다.
김영준: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기후운동하는 쪽에서도 정치와 관련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비상행동은 어떤 정당도 지지한 적이 없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이렇게까지 왔다. 그런 곳에서는,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지 않으면 안되는 선거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역대 어느 선거보다 정권심판 구도가 강한 선거가 될 것인데, 기후위기 의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우리를 지지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진보정당이 하나로 가지 않고서는 어렵다. 진보정당이 하나로 간다면 통합진보당 이후 처음으로 진보정당들이 연대하게 되는 것이기에 의미가 있다. 그 연합에서 공유할 가치가 기후위기라고 할 때 그 파급력이 있을 것이고 국민들도 감동을 받을 수 있다. 그런 판이 만들어지면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고 움직여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녹색당의 최근 결정이 반가웠다. 연대하지 않으면 잡음은 계속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전체 판을 봤을 때는 적어도 진보정당이 연합해서 원내교섭단체를 만들 정도의 기획이 필요한 것 아닌가, 하는 점이다. 1~2석으로 나쁜 법안을 막아낼 수 있는 여지는 있지만, 지금 기후위기 상황이 그렇게만 해서 될 상황은 아니다. 티핑 포인트를 넘어가는 순간 약육강식의 사회로 바뀔 거라고 본다. 그걸 막으려면 이번 선거를 건너뛸 수는 없고, 그럴려면 녹색당이 1~2석 얻는 것으로는 안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원내교섭단체 형성 정도의 기획이 있어야 할 것 같다. 기후시민들의 가슴이 뛰는, 선거운동 뛰어보겠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선거를 만들어주시면 좋을 것 같다. 저도 제 역할을 다하겠다.
박대신: 다른 진보정당과는 이야기가 안되고 있는지?
김서린: 기후시민의 가슴이 뛰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는 말에 공감이 많이 된다. 한편으로는 기후시민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의 마음을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든다. 여러 복잡한 고민이 생기는 시간이었다.
조찬경: 녹색당만해도 월 1회 모이는 것도 힘들다. 종로, 중구, 용산 같이 모여서 이야기나눠보는 이런 자리는, 온라인으로 하는 것보다 훨씬 필요한 것 같다. 지역 안에서의 모임이 월 1회라도 있으면 좋겠고, 그게 잘 되면 지역의 다른 정당과도 공통 주제로 만나고, 그렇게 활발해지면 기운이 날 것 같다.
남동희: 앞으로 밝은 녹색당의 미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영준: 몇몇 당원분들이 왜 기후운동과 이야기 안하냐는 이야기를 하시기도 한다. 저도 비상행동에서 활동하지만 동의가 안되는 부분도 있다. 처음부터 정당을 집행위에서 제외했었고. 평소에 소통할 수 있는 끈이 별로 없었다. 지금부터 소통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너무 개의치 않으셔도 되겠지만, 앞으로 접촉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것이 없으면 선거 때만 만나서 뭔가 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서로 간의 신뢰를 만들면 좋을 것 같다. 기후운동하는 쪽에서 정치와 관련된 논의들이 시작되면 당에서도 적극적으로 응답해주시길 바란다. 녹색당은 잃을 게 많지 않으니까, 뭔가 희생하더라도 판을 깨지 않고 잘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유은강: 최근 당과 좀 거리를 두다가 이런 자리에 오랜만에 와서 어색하기도 하고 좋기도 하다. 왠지 모를 부채감, 내가 더 잘했더라면 하는 생각도 들면서, 한편으로는 다시 뭔가 해볼 것을 찾아봐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이민영: 여러 생각이 드는데 말이 잘 안나오더라. 영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판을 키워서 그렇게 갔으면 좋겠다는 것도 동의가 된다. 연합정당을 할 때, 어떤 타이밍에 판을 만들어야 되는데 그게 너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또 한편으로는 그래도 해야겠지 하는 생각까지 여러 생각이 든다. 어쨌든 시도는 해야겠다.
박대신: 내년 4월 이후에는 녹색당 국회의원을 티비를 통해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박제민: 우리가 함께 녹색당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되게 독특한 사람들이다. 2020년을 겪은 사람으로서 녹색당에 남아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들은 상당히 겹쳐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또 녹색당이기 때문에 작은 차이들도 정치적으로 토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녹색당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여러분과 저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은, 우리는 왜 녹색당을 하고 있는가, 라는 것이다. 저는 ‘녹색당은 태양과 바람의 정당이기 때문에’, ‘녹색당은 체제를 넘어 문명을 전환하는 정당이기 때문에’라고 답하고 싶다. 힘든 길이지만 도전해보고 싶고 이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