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단 1년 예산 + 입장 수입 + 매스컴 홍보... '이종범 복귀' 경제효과는?
금전 계산 힘든 기업 이미지 제고도 한몫, 돌아온 스타에 '그라운드 신바람'
'바람' 이종범이 국내 무대에 복귀한 지 열흘 남짓. 녹색 그라운드에 '태풍'이 불고 있다. 그가 출전하는 경기는 연일 만원이다. 신문-방송도 날마다 '이종범'을 다룬다. 말 그대로 신드롬이다. 구단조차 미처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다.
그렇다면 '이종범 효과'를 돈으로 계산하면 얼마나 될까.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최소한 200억원이 넘는다. 변화 요인이 많아 정확한 산출은 힘들지만, 이모저모 따져 보면 꽤 그럴 듯한 액수다.
김익환 기아 타이거즈 사장은 14일 "이종범 한 사람의 홍보 효과가 농구단 한 팀보다 낫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프로농구단의 1년 예산은 50억원 안팎. 김 사장의 발언대로라면, 이종범은 일차적으로 50억원 이상의 경제 효과를 가져왔다.
매표 수입도 상당하다. 이종범은 기아 유니폼을 입고 9경기를 뛰었다. 모두 141,596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만원을 이룬 것도 네 차례나 된다. 입장 수입만 약 8억원이다.(일반석 5000원 기준). 기존 관중을 고려한다 해도, 만만치 않은 액수다.
매스컴 홍보 효과도 고려해야 한다. 어찌 보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프로골퍼 박세리가 좋은 사례가 된다.
박세리는 지난 98년 5월 '98맥도날드 LPGA챔피언십' 대회에서 우승했다. 한국 골퍼 최초의 경사였다. 당시 삼성경제연구소는 박세리의 우승가치를 1억5000만달러(당시 환율로 2100억원)라고 평가했다. 미국 CBS, CNN 등의 중계와 보도를 합해 5000만달러로 계산했다. 또 신문 기사, 기업 호감도 증가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이종범에게도 같은 항목을 적용해 보자.
먼저 방송 중계. 이종범의 국내 복귀전을 포함, 기아 경기는 8월에만 모두 6차례 중계됐다. sbs sports30 4회, 경인방송 2회였다. 신문 기사는 말할 필요도 없다. 각 스포츠지는 지난 7월부터 거의 매일 이종범 기사를 내보냈다. 기아 타이거즈 관련 기사도 쏟아졌다. 인터넷, 종합지, 방송 보도도 엄청나다.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다.
이를 광고단가 기준으로만 계산해도, 매스컴 홍보효과는 100억원이 훨씬 넘는다. 헬멧과 유니폼에 새겨진 옵티마 자동차 로고의 노출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그 뿐일까. 아니다. 기업 이미지 제고라는 더 큰 효과가 있다. 현재 광주의 시민단체들이 벌이고 있는 '기아차 사기' 운동이 좋은 예다. 실제 판매 증가 여부와 관계없이, 기아는 이미 호남팬의 가슴에 뿌리내렸다. 기아 직원들의 사기 향상도 무시할 수 없다. 이를 어찌 돈으로 계산할 수 있을까.
한국 프로야구는 르네상스기를 맞고 있다. 구단도 희희낙락이다. 이종범이라는 걸출한 스타 한 명 때문이다. 이제 그를 지켜주고 격려해 주는 것은 구단과 팬의 몫이다.< 임정식 기자 dada@〉
호명후 한참후에 등장...공수교대후 팬 향해 인사
'이종범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거울앞에 섰을때 사람은 가장 진실해 진다고 한다. 그러나 스타들은 자신의 몸짓 하나 말 한마디가 세상으로 비춰지는 창(窓) 역할을 하기에 박수는 부담이 되고 성원은 때로 무거운 짐이된다. 요즘 한국프로야구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2001년 대한민국 최고히트 상품' 이종범(기아). 하지만 그는 명성이나 실력외에 특별한 모습으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종범 스타기질 "눈부시네", 후배 위해 배팅볼 줍는 소탈한 모습도
풍경 하나 - 지난 7일 광주에서 벌어진 기아의 홈 개막전. 장내 아나운서의 호명을 받은 선수들은 풍선으로 만든 둥근문을 통해 그라운드로 나갔다. 이종범의 차례가 되자 팬들의 함성은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이종범은 서너차례 이름이 불리고 난 뒤에야 문밖으로 나섰고 그의 발길은 1루측 관중석 앞으로 향했다. 이종범은 경기가 끝난 뒤 출구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팬들을 싫은 내색없이 대했고, 사인을 요구하는 관중들에게도 정성껏 응했다.
풍경 둘 - 지난 11일 잠실 기아-LG전. 기아의 공격이 끝나고 이종범은 3루수비 위치로 돌아가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이종범은 LG의 타자가 타석에 들어설때까지 함성이 계속되자 갑자기 모자를 벗더니 3루측 스탠드의 관중들에 고개를 숙였다. 이날 주인공이 자신이란 것을 숙지시키는 듯이. 그렇지 않아도 잠실구장을 가득채우고 있었던 이종범의 이름은 그 후 다른 모든 선수들의 이름을 잠재웠다.
풍경 셋 - 경기 시작전 배팅연습이 끝나면 운동장 사방에 흩어져있는 공을 줍는 것은 후배들 차지. 하지만 관중들은 공을 바구니에 주워답는 이종범의 모습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기아 선수들의 엄한 위계질서를 고려해 보면 상당히 이례적인 일. 이종범은 스타기질을 벗은 소탈한 모습으로 또한번 팬들의 눈길을 잡아 끄는 것이다.
이종범은 "일본으로 진출했던 것도 팬들이 힘을 실어줘서 가능했고, 지금 이자리에 서게된 것도 팬들 덕분이었다"며 "과분한 성원에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그라운드에 선다"고 말한다. 1만명이상의 팬들을 몰고 다니는 '야구 9단' 이종범에게는 분명히 특별한 무엇이 있다.
〈 민창기 기자 huel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