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키스 - 한용운( 卍海 韓龍雲)
마셔요 제발 마셔요
보면서 못 보는 체 마셔요
마셔요 제발 마셔요
입술을 다물고 눈으로 말하지 마셔요
마셔요 제발 마셔요
뜨거운 사랑에 웃으면서 차디찬 찬 부끄러움에 울지 마셔요
마셔요 제발 마셔요
세계의 꽃을 혼자 따면서 항분에 넘쳐서 떨지 마셔요
마셔요 제발 마셔요
미소는 나의 운명의 가슴에서 춤을 춥니다 새삼스럽게 스스러워 마셔요
시적화자는 첫 키스를 받고 싶은가 보다. 하지만 상대는 모르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저러는 건지 반응이 영 시원치 않다. 먼저 확..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지만, 그건 화자에게는 고려 대상이 아닌 것 같다.
그런데 화자의 말로 추측해보건 데 시상이 전개될수록 상대방도 지금 꽤나 화자에 끌리고 있어 보인다. 게다가 상대방은 꽤나 잘난 사람이다. “세계의 꽃을 혼자 따면서”라는 말에서 비추어보건데 아마도 상대는 꽤나 인기가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웬일인지 지금 꽤나 부끄러워하고 키스 직전의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
서로 키스를 바라는 상황인건 확실하다. 그런데 상대는 화자와의 키스를 부끄러워한다. 그에 반해 화자는 키스를 원한다. “마셔요”라는 표현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 리듬감과 동시에 강렬함 그리고 절박함을 표현한다. 제발 머뭇거리지 말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나에게 다가와 달라고 한다. 아니, 저 말들마저 차마 하지 못하고 마음속으로만 되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첫 키스”라는 관능적이면서도 설레는 제목을 사용한 이 시는 연인 간의 사랑의 떨림과 간절함을 생생하게 느끼도록 해준다. 한용운의 「첫 키스」가 키스를 기다리는 사람의 감정을 노래한 시가 아닐 가능성도 충분한 것 또한 사실이지만, 일차적으로는 본인의 첫 키스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거나 또는 앞으로 있을 첫 키스에 대한 기대감을 깊게 만드는 시임은 분명하다.
정말 당신이 조금만 더 용기를 내서 내 어깨를 쥐어주면 좋겠는데……
아니면 눈 딱 감고……
만해 한용운
1879년 충남 홍성군에서 태어나 설악산 오세암에 입산했다. 백담사에서 승려가 되었고, 원종종무원을 설립했다. 중국, 만주, 시베리아 만행을 하였고, 귀국하여 불교학원에서 교편을 잡았다. 월간 '유심'을 발행하였고,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으로 3·1운동에 참여, 3년간 옥고를 치렀다. 1926년 시집「님의침묵」을 출간했으며, 신간회 참여, 중앙집행위원으로 경성지회장을 지냈다. 월간 '불교'를 인수 했으며, 불교의 대중화와 독립 사상을 고취했다. 1937년 항일단체인 만당 사건의 배후자로 검거 되었으며, 1944년 중풍으로 별세하였다. 주요 작품으로「불교대전」「님의 침묵」「박명」「조선불교유신론」「십현담주해」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