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신동엽
봄은
남해에서도 북녘에서도
오지 않는다.
너그럽고
빛나는
봄의 그 눈짓은
제주에서 두만까지
우리가 디딘
아름다운 논밭에서 움튼다.
겨울은,
바다와 대륙 밖에서
그 매운 눈보라 몰고 왔지만
이제 올
너그러운 봄은, 삼천리 마을마다
우리들 가슴 속에서
움트리라.
움터서,
강산을 덮은 그 미움의 쇠붙이들
눈 녹이듯 흐물흐물
녹여 버리겠지.
-<한국일보>(1968)-
해 설
[개관정리]
◆ 성격 : 상징적, 의지적, 주체적, 현실 참여적
◆ 표현
* 기승전결이라는 전통적인 의미 맥락의 구조
* 단정적인 어조를 통해 통일에 대한 의지와 확신을 강하게 뒷받침해 줌.
* 외세를 의미하는 시어(남해, 북녘, 바다, 대륙)는 추상적 지명으로, 우리 민족의
주체성을 의미하는
시어(제주, 두만, 삼천리 마을)는 보다 구체적 지명으로 제시함으로써 주제를
뒷받침하는데 매우 효과적임.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봄 → 진정한 통일과 화해의 시대
* 남해에서도 북녘에서도 / 오지 않는다.
→ 통일은 우리를 둘러싼 그 어떤 외부 세력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표현
* 너그럽고 / 빛나는 / 봄의 그 눈짓 → 통일에 대한 신념과 염원
* 제주에서 두만까지 / 우리가 디딘 / 아름다운 논밭에서 움튼다
→ 통일의 싹(기운)은 '이 땅'에서 움터야 함을 강조한 표현.
* 겨울 → 분단의 현실, 냉전시대
* 바다와 대륙 밖에서 / 그 매운 눈보라 몰고 왔지만
→ 분단의 원인이 우리 민족 내부가 아닌 외세에 의한 것이며, 그것이 얼마나
매서운 고통이었는지에 대한 표현.
* 우리들 가슴 속에서 / 움트리라
→ 통일의 기운은 민족의 주체적 역량을 지닌 우리의 가슴으로 성취해야 함을
강조한 표현.
* 강산을 덮은 그 미움의 쇠붙이들
→ 분단 조국의 현실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시구로, 분단을 만들어낸 총체적 원인과
증오로 가득찬 군사적 대립과 긴장을 가리킴.
◆ 주제 : 분단 현실에 대한 인식과 통일에 대한 주체적 의지 및 염원
[시상의 흐름]
◆ 1연 : 통일의 주체 제시
◆ 2연 : 자주적 통일의 기반
◆ 3연 : 분단의 원인과 해결책
◆ 4연 : 통일된 조국의 미래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분단 현실에 대한 인식과 통일에의 염원을 노래한 작품이다. 분단의 현실을 '겨울'로 통일의 시대를 '봄'으로 상징적으로 표현하면서, 통일은 그 어떠한 외부 세력(예컨대, 한반도 주변 정세의 변화나 강대국들의 작용)도 아닌, 바로 우리 민족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야만 한다는 의지와 염원을 노래하고 있다.
'봄'과 '겨울'이라는 상징적 어휘를 중심으로 시상이 전개되어 오다가, 그것이 '미움의 쇠붙이'를 녹여 버린다는 대목에서 이 시의 사회적 · 역사적 의미가 명료해지고 있다.
분단 조국의 통일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 민족에게 있어, 이 한 편의 시는 오늘이라는 시대적 상황에 대한 예언적 진단이라고도 할 수 있다. 1연에서는 한반도의 진정한 통일은 결코 외세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음을, 2연에서는 우리가 바라는 진정한 통일은 우리가 딛고 살아가고 있는 이 땅에서 싹터야 함을 말하며, 3연에서는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을 노래하고 있다. 즉,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분단이라는 고통스러운 현실은 우리가 원해서가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의 상황, 더 자세하게 말하면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한반도에 들어온 미·소 사이의 긴장과 대립에 따른 결과였다. 그러므로 우리가 기다리는 그 봄을 밖으로부터 바란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따름이다. 4연에서는 언젠가 찾아올 통일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오늘의 우리를 뒤덮고 있는 증오와 불신의 대립·긴장은 없어지고, 새로운 세계가 반드시 찾아올 것이라는 염원과 확신이 담겨 있다.
[작가소개]
신동엽 : 시인
출생 : 1930. 8. 18. 충청남도 부여
사망 : 1969. 4. 7.
가족 : 아들 신좌섭
데뷔 : 195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
작품 : 도서, 기타
충청남도 부여(扶餘) 출생. 단국대학교 사학과를 거쳐 건국대학교 대학원을
수료하고 195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장시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大地)》가
당선되어 데뷔하였다. 이후 1961년부터 명성여고 야간부 교사로 재직하면서
사회의 부조리를 폭로하고, 허구성을 비판하는 시를 짓기 시작한다.
그 후 아사녀(阿斯女)의 사랑을 그린 장시 《아사녀》, 동학농민운동을
주제로 한 서사시 《금강(錦江)》 등 강렬한 민중의 저항의식을 시화(詩化)하였으며,
시론(詩論)과 시극(詩劇) 운동에도 참여하였다. 시론으로는 《시인정신론(詩人精神論)》
등이 있고, 시극 《그 입술에 파인 그늘》은 시극동인회에 의해 상연되었다.
특히 4·19혁명의 정신을 되새기며, 인간 본연의 삶을 찾기를 희망한
시 <껍데기는 가라>를 《52인 시집》(1967)에 간행하며 그의 시적 저항정신은
더욱 확고해졌다. 1969년 4월 간암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약 20여 편의 시를
발표했으며, 사후 유작을 모아 간행된 《신동엽전집》(1975)이 있다.
주요작품으로 《삼월(三月)》 《발》 《껍데기는 가라》 《주린 땅의 지도원리(指導原理)》
《4월은 갈아 엎는 달》 《우리가 본 하늘》 등이 있고, 유작(遺作)으로
통일의 염원을 기원하는 《술을 마시고 잔 어젯밤은》 등이 있다.
첫댓글 우리들 가슴에 움트리라
감사합니다
무공 선생님
댓글 주심에 고맙습니다. 오늘도 건필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