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집중 폭탄을 퍼붓는 우크라이나 제 2의 도시 하르코프(하르키우)의 TV 타워가 반으로 꺾였다. 이 지역 '디지털 TV'의 전파 송수신이 한동안 마비될 전망이다. 러시아가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디지털 인프라'를 폭파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와 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하르코프 상공을 향해 우뚝 서 있던 TV 타워가 22일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윗 부분이 부서졌다. 인터넷에는 TV 타워의 윗부분으로 반으로 꺾인 영상이 올라왔고, 하르코프 지역 당국도 피해를 인정했다. 그러나 희생자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으로 꺾인 하르코프 TV 타워/텔레그램 영상캡처
하르코프 지역 군사청의 올레그 시네구보프 청장은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오늘 오후 TV 인프라 시설이 적의 공격을 받았다"며 “공습 경보에 따라 직원들이 대피소로 대피했지만, 타워 피해로 디지털 TV 신호가 중단됐다"고 말했다.
러시아 군 텔레그램 채널은 이 타워가 우크라이나 방공군의 통신 센터로 사용되었으며, 전자 정찰 장비도 그곳에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은 이날 kh-59(러시아식 표기로는 X-59) 공대지 순항 미사일로 TV 타워 등 인프라를 공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완전히 부서진 하르코프 TV 타워. 순식간에 사라진 TV 타워 윗부분(위)은 처참한 모습으로 땅위에 뒹굴고 있다/텔레그램 영상 캡처
러시아군은 2022년 특수 군사작전 초기에 수도 키예프(키이우) TV 센터를 공격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키예프 TV 센터가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러시아에 대한 심리전을 펼치는 중추시설"이라고 공격 이유를 설명했다. TV 인프라는 전쟁 혹은 쿠데타 시 가장 먼저 표적이 되는 시설이다. 파괴하든 장악하든 대국민 소통 창구를 막기 위해서다.
키예프 TV센터는 러시아군의 폭격에도 불구하고, 방송 장비 일부가 파손됐을 뿐, 곧 방송을 재개했다. 러시아군의 TV 장악 시도는 실패한 셈이다.
이번에 파괴된 하르코프 TV 타워는 소련시절인 1981년에 세워졌는데, 높이 240m로 우크라이나에서 5번째로 높은 시설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