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 src="http://kr.asiamusic.net/imgdata/news/gayo/20010813042004-dbace.jpg" align="left">90년대 초반, 서태지와 아이들을 필두로 H.O.T., 젝스키스 등의 출현과 함께, 가요계의 '대박' 보증 수표는 남성 댄스 그룹, 소위 보이 그룹이었다. 하지만 최근 각종 차트를 비롯한 가요계 전체 구도를 살펴보면, 그간 계속되던 보이 그룹들의 가요계 러시가 다소 주춤해진 듯 보인다. 그 원인이라면, 엇비슷한 컨셉에 질려 버린 가요 팬들, 조성모 같은 솔로 가수의 성공, 중견 싱어송 라이터들의 선전 정도를 들 수 있을 것.(이도 저도 아니면 멤버 수많은 그룹의 사후관리 속앓이가 심하다는 소문이 제작자들 사이에 널리 퍼진 탓인지도 ^^;)<br><br><br><br>헌데, 이런 와중에 출생의 비화(?)를 안은 두 팀, 그것도 젊은 남성들로만 구성된 댄스 그룹들이 가요계에 도전장을 던져 눈길을 끈다. 그 주인공들은 92년부터 95년까지 가요계 최고의 댄스 듀오로 활동했던 'DEUX'의 이현도가 키워 낸 'D.BACE(디베이스)'와 DEUX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하면서 '날개 잃은 천사' 등 국민적인 히트넘버를 낳았던 혼성그룹 룰라의 리더 이상민이 데뷔시킨 'X-Large'. 아직 신인들인지라 눈에 설기도 하고, 공교롭게도 의상 컨셉이나 분위기도 비슷한 이 두 팀을 구별하기에 가장 쉬운 방법은 아무래도 멤버 수 헤아리기다. D.BACE(사진 위)가 5인조, X-Large(아래)가 4인조.<br><br><br><br>두 팀 가운데 송지훈, 김환호, 남현준의 보컬 3인방과 랩을 맡고 있는 제드, 오수안으로 구성된 D.BACE가 '모든 것을 너에게'로 먼저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95년 가을, 아까운 나이에 요절한 김성재를 연상시키는 김환호의 보컬이나 데뷔 앨범에 수록된 '상처'까지 DEUX의 색이 짙게 느껴지는 이들은, 팀을 구성하고 수록곡 대부분의 작사, 작곡, 편곡을 맡았고, 앨범 전체의 프로듀서이기도 한 이현도가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DEUX의 스타일과 닮아 있다"고 언급했을 정도. 타이틀 곡 '모든 것을 너에게' 역시 DEUX의 데뷔 시절을 연상시키는 -힘있고 멜로디 라인이 살아 있는- 뉴잭스윙 댄스 넘버다.<br><br><br><br>고재형, 배동일, 엄상혁, 최준호로 이루어진 4인조 X-Large는 여성 4인조 샤크라를 키워 내며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이상민이 공들여 만든 팝 댄스곡 'You'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다소 근질거리는('앙탈부리는...') 가사가 있긴 하지만,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후렴구로 '대중의 기호를 잘 읽어 내는 이상민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의 음반에는 세계적으로 내노라 하는 스태프가 참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홍콩에서 2억 원의 예산을 들이며 촬영한 싱거운 홍콩 누아르 액션, 'You'의 뮤직비디오는 머라이어 캐리의 뮤직비디오를 기획한 데이비드 대니얼이 맡았으며, 안무는 아무로 나미에와 스피드 등 일본 최고의 가수들의 안무를 도맡았던 고하라 가쓰히로가 담당했다고.<br><br><br><br><img src="http://kr.asiamusic.net/imgdata/news/gayo/20010813042004-dbace5.jpg" align="right">신인 가수들 중에 팬 동원 능력이 뛰어난 축에 속하는 이들의 공통점이라 한다면(스타 선배의 후광을 제외한), 여론에 떠밀려 재능이 있건 없건 너도나도 아티스트를 표방하던 이전의 소위 '과도기적' 보이 그룹의 고민스런 숙명을 벗어난, 본격적인 '2세대 보이 그룹'이라는 점이다. 저마다 최고의 그룹이 될 것을 자부하는 D.BACE와 X-Large들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진솔하게, 혹은 노골적으로 상업성, 대중성을 지향하고 있다. 3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친 이들은 어느 정도 훈련된 수준의 노래와 랩을 섞어, 세련되고 귀에 거슬리지 않는 사운드를 들려주며 멋진 무대를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예술적 성취나 실험성으로부터는 한 발짝 떨어져 있는 것이다.<bbr><br><br><br>한편, 이처럼 공통점이 많은 두 팀도 활동 방식 면에서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D.BACE의 경우 각 멤버의 각개 전투로 방송 현장에서 얼굴을 익히는 전통적인 방식에 '비교적' 충실하고 있다면, X-Large는 그 동안 가요계에 소개된 새로운 마케팅 전략들을 총동원하는 모습이다. D.BACE는 현재 김환호를 제외한 전 멤버가 각 방송사의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하는 활동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무대를 날아다니는 안무로 눈길을 끄는 송지훈은 이미 '스타양성소' 드림팀의 멤버로 활약하고 있으며, 오수안과 제드 역시 주말 오락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고 있는 것.<br><br><br><br><img src="http://kr.asiamusic.net/imgdata/news/gayo/20010813042004-xlarge.jpg" align="left">반면 X-Large는 실체를 확인하기 전인 작년, MC 해머가 미국쪽 활동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졌고(물론, D.BACE도 박찬호와의 친분으로 '모든 것을 너에게'가 입장 주제가로 쓰인다는 뉴스가 주요 스포츠 지에 실리는 쾌거를 맛보기는 했다), 활동 시작 직전에는 의상 협찬비로 2억 원, 뮤직비디오 제작비 조로 1억5000만원, 광고 모델 비로 2억 원 등 5억 5000만원이라는 신인으로서 유례없는 거액의 협찬을 받은 사실과 스타 커플인 이상민-이혜영이 프로듀서와 코디네이터를 맡는다는 뉴스가 전해져 홍보효과를 톡톡히 얻었다. 또한 올 가을 개봉하는 화제의 영화 「킬러들의 수다」의 영상을 후속곡 '인연'의 뮤직비디오로 쓸 계획이라고 하기도.<br><br><br><br>그 누구보다 화려한 탄생 과정을 거친 두 팀이라곤 하나, 이제 걸음마를 뗀 이들이 과연 '성공의 계기'를 맞이할 수 있을지, 정말 '될성부른 나무'인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90년대 이전에는 전무했던 '댄스' 싱어송라이터(물론 한 사람은 힙합이라는 명제가 있었다)로 가요계에 등장하여 지금의 자리까지 이른 이현도와 이상민,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두 사람이 각자 심혈을 기울여 세상에 내놓은 분신(分身)인 D.BACE와 X-Large가 각각 가요계에 어떤 흔적을 남기게 될지, 흥미로운 관찰 대상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