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려실기술 별집 제16권
♧지리전고(地理典故)
■산천의 형승(形勝)
서울[漢都] 성 안에는 경치 좋은 곳이 비록 적으나 그 중에서 노닐 만한 곳은 삼청동(三淸洞)이 가장 좋고, 인왕동(仁王洞)이 그 다음이고, 쌍계동(雙溪洞)ㆍ백운동(白雲洞)ㆍ청학동(靑鶴洞)이 또 그 다음이다.
삼청동은 소격서의 동쪽에 있다. 계림제(鷄林第)로부터 북쪽에 어지럽게 서 있는 소나무 사이에는 맑은 샘물이 쏟아져 나온다. 물을 따라 올라가면 산은 높고 나무는 빽빽히 섰으며 바위로 된 골짜기가 깊숙하다. 몇 리를 못 가서 바위가 끊어져 낭떠러지를 이룬 곳이 있는데, 물이 낭떠러지의 허공에 뿌려져 흰 무지개를 드리운 것 같고 흩어지는 물방울은 구슬이 뛰는 것 같다. 그 아래에 물이 모여서 깊고 큰 못이 되었다. 그 곁은 평탄하고 넓어서 사람 수십 명이 앉을 만하다. 높은 소나무들이 그 위에 엉켜 덮여 있고 바위 사이에는 모두가 진달래와 단풍잎으로 봄과 가을에는 붉은 그림자가 비치어 빛이 난다. 지위가 높고 점잖은 사람으로 와서 노는 이가 많다. 그 위로 두어 걸음 올라가면 연굴(演窟)이다.
인왕동은 인왕산 아래의 구불구불하고 깊은 골짜기가 복세암(福世庵)을 에워두른 곳인데, 골짜기의 물은 합류하여 시내를 이루고 있다. 서울 사람들이 다투어 와서 활쏘기를 한다. 쌍계동은 성균관의 웃골[上谷]에 있다. 두 샘물이 산골의 실개천을 이루었는데 김뉴(金紐) 자(字)는 자고(子固)이다. 가 개천가에 초당을 짓고 복숭아를 심어 무릉도원을 모방하니 진산(晉山) 강희맹(姜希孟)이 여기에 대하여 글[賦]을 지었다. 김뉴의 문장과 풍류가 당시 세상에 드날렸으므로 호걸들이 그를 따라 노는 이가 많았다. 백운동은 장의문(藏義門) 안에 있는데 중추(中樞) 이염의(李念義)가 이곳에 살았다. 시인들이 그의 유거(幽居)를 제목으로 하여 시를 지은 것이 있으나 이염의는 글을 알지 못하였다. 청학동은 남학(南學)의 남쪽 골에 있는데 골이 깊고 맑은 개천이 있어서 활쏘기 장소를 차릴 만하다. 그러나 산이 민둥민둥하여 수목이 없는 것이 유감이다.
성 밖에 놀 만한 곳은 장의사(藏義寺)의 앞 개천이 가장 좋은데 시냇물이 삼각산의 여러 골짜기에서 흘러나온다. 골짜기 안에는 여제단(?祭壇)이 있고 그 남쪽에는 무이정사(武夷精舍)의 옛 터가 있다. 절 앞에는 겹쳐 포개진 돌들이 수십 길이나 되어 수각(水閣)을 이루었는데 절 밑 수십 보(步) 되는 곳에 차일암(遮日岩)이 있다. 바위는 매우 험하고 높아 냇물을 베고 있으며 바위 위에 장막을 쳤던 구멍이 있고, 바윗돌은 층층으로 포개져서 계단과 같다. 급한 물줄기가 어지럽게 쏟아져서 맑은 하늘에 우레가 우는 듯 귀를 시끄럽게 하는데 물은 맑고 돌은 희어서 완연히 속세를 벗어난 뛰어난 경치이므로 벼슬아치들이 와서 노는 이가 끊어지지 않는다. 물을 따라 몇 리를 내려가면 부처바위[佛岩]가 있는데 바위에 불상을 새겨 놓았다. 시냇물은 북쪽으로 꺾어져 곧게 서쪽으로 흐른다. 그 사이에 예전에는 물방아가 있었다는데 지금은 없다.
그 아래의 몇 리 되는 곳이 홍제원(弘濟院)이다. 홍제원의 남쪽에 작은 언덕이 있고 언덕에는 큰 소나무들이 가득한데 그 위에 예전에는 정자가 있었다. 중국 사신이 옷을 갈아 입던 곳이었는데 정자가 없어진 지 이미 오래이다. 사현(沙峴)의 남쪽에서 모화관까지의 사이에는 좌ㆍ우 양쪽에 키 큰 소나무 들과 밤나무 숲이 겹겹으로 서로 뒤섞이어 덮여 있다. 서울의 활쏘기 하는 이, 전송하는 이, 영접하는 이들이 많이 여기에 모인다. 그러나 쏟아지는 계곡의 급류도 맑게 흐르는 물도 없다. 목멱산(木?山)의 남쪽 이태원(梨泰院)의 들에는 고산사(高山寺)의 동쪽에 솟아나는 샘물이 있으며 큰 소나무가 골에 가득하여 성 안의 부녀자들이 빨래하러 많이 간다. 서쪽으로 가면 진관사(津寬寺)ㆍ중흥사(中興寺)ㆍ서산사(西山寺)가 있고, 골[洞]의 북쪽에는 청량사(淸?寺)ㆍ속개사(俗開寺) 등이 있으며, 골의 동쪽에는 풍양사(?壤寺)가 있고, 남쪽에는 안양사(安養寺) 등이 있다. 모두 높은 산과 큰 시내가 있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쉴 만한 곳이 한두 곳이 아니지만, 서울에서 가깝지 않기 때문에 놀러 오는 사람이 드물다.《용재총화》 ○ 개성부 : 송악이 진산(鎭山)이다. 처음 이름은 부소(扶蘇)였고 또 곡령(鵠嶺)이라고도 일컬었다. 그 아래가 만월대(滿月臺)이다. 소위《송사(宋史)》에, “큰 산을 의지하고 궁전을 지었다.”고 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만월대의 뒤가 자하동(紫霞洞)이다. 동부(洞府)는 그윽하고 막혔으며 시냇물은 맑고 잔잔하여 가장 뛰어난 절경이다. 남쪽에 있는 용수산(龍首山)ㆍ진봉산(進鳳山)이 내안산(內案山)을 이루고 있다. 진봉산에는 철쭉꽃이 많이 피기 때문에 세상에서는 진봉산 철쭉이라고 한다.
○ 천마산(天磨山) : 송악의 북쪽에 있다. 모든 봉우리가 높고 험하여 하늘을 찌르는 듯한데 바라보면 푸른 기운이 서린다.
○ 면주동(綿紬洞) : 오관산(五冠山) 밑에 있으며, 골 안은 매우 넓다. 골짜기 입구에 해를 가리는 바위가 있는데 바윗돌은 넓고 평탄하여 앉을 만하다. 돌을 파서 구멍을 만들었는데 사람들은 옛사람들이 장막의 기둥을 세운 곳이라고 말한다. 《여지승람》에는 장단(長湍)에 들어 있다.
○ 산대암(山臺岩) : 송경(松京)의 숭인문(崇仁門) 밖에 있다. 백 길이나 되는 절벽의 형상이 색을 칠한 누각같다. 화담(花潭)은 영통동(靈通洞) 입구에 있다. 못가에는 그림 병풍을 펴 놓은 것 같은 푸른 절벽이 높게 서 있고 못 곁에 작은 바위가 있는데 4면이 깎은 듯하다. 여기에도 또한 장막을 쳤던 구멍이 있다. 이 못에서부터 위는 산이 둘러 있어 길이 꾸불꾸불하여 시냇물을 여러 번 건너야 영통동에 이르게 된다. 영통동은 오관산 밑에 있다. 《여지승람》에는 장단에 들어 있다. ○ 화담은 경치가 뛰어나게 좋으며, 서경덕(徐敬德)이 은거하던 곳이다. 못가의 바위에 서사정(逝斯亭)이 있다.
○ 박연(朴淵) : 천마산과 성거산(聖居山) 사이에 있다. 형상이 돌로 만든 장독과 같아 넘어다보면 아주 검다. 못의 중심에 솟아나온 반석(盤石)이 있는데 섬바위라고 한다. 물이 절벽으로 흘러 사나운 폭포가 되어 아래로 떨어지는데 열 길은 될 것이며, 마치 흰 무지개가 하늘에 비치고 나는 구름이 높은 돌다리를 씻는 듯, 우레가 내닫고 번개가 치는 것 같아서 소리가 천지를 진동한다. 속세에 전하기를, “예전에 박 진사(朴進士)라는 사람이 이 못 위에서 피리를 불었더니 용왕의 딸이 감동하여 박 진사를 끌어들여 남편으로 삼았다. 그래서 못 이름을 ‘박연’이라고 한다. 또는 박 진사의 어머니가 와서 울다가 못에 떨어져 죽었으므로 못 이름을 고모담(姑姆潭)이라고도 한다.” 한다. 폭포 아래에 범사정(泛?亭)이 있다.
○ 대흥동(大興洞) : 박연에서 올라가면 산은 점점 더 높아지고 물은 더욱 맑아지며 바윗돌은 매우 험준하다. 관음굴 앞에 이르면 물이 깊어 못을 이루고 있다. 물 속에서 솟아나온 돌이 있는데 이를 구담(龜潭)이라고 한다. 또 몇 리를 올라가면 깊은 웅덩이가 있는데 물이 몹시 맑다. 4면이 모두 돌인데 어떤 것은 책상이나 평상 같고, 어떤 것은 담장이나 집과 같다. 그 위는 모두가 오래된 소나무이다. 또 몇 리를 올라가면 샘물이 동쪽 벼랑에서 솟아 나오는데 여기를 보현동(普賢洞)이라고 하고 또 두어 걸음 올라가면 마담(馬潭)이라고 하는 곳이 있다. 또 몇 리를 올라가면 대흥사(大興寺)가 있다. 골짜기에 수목이 무성하여 여름에는 목련화의 향기가 코를 찌르고 가을이면 단풍과 황엽(黃葉)이 물 밑에 거꾸로 비치니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다. 모두《여지승람》에 있다.
○ 장단의 석벽 : 강물의 원류는 안변(安邊)ㆍ영풍(永?)에서 나와 이천(伊川)ㆍ안협(安峽)을 거쳐 마전(麻田)에 이르러 대탄(大灘)과 합류하고 부동(府東)에 이르러 두기진(頭耆津)이 되는데 양쪽 언덕에 푸른 돌이 수십 리를 벽처럼 서 있어 바라보면 그림과 같다. 세상에서 전하기를, 고려 태조가 거둥하여 놀던 곳이라고 한다. 그 아래가 임진 나루터이다.
○ 여주의 청심루(淸心樓) : 객관(客館)의 북쪽에 있다. 여강의 동쪽 언덕인 봉미산(鳳尾山)에 신륵사(神勒寺)가 있는데 벽돌 탑이 있어 세상에서는 벽사(?寺)라고 부른다. 절 옆 강변에 강월헌(江月軒)이 있는데 낭떠러지의 돌들이 아주 기묘하다. 강의 남쪽 언덕 아래에 말바위가 있는데 전설에는 바위 아래에 여룡(驪龍)이 있는 곳이 있다고 한다.
(譯: 민족문화추진회. 원문의 내용이 길어 편의상 지방별로 나누었슴을 밝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