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대하여
♠ 하느님의 말씀을 종이에 글씨로 옮겨 쓴 것이 성경이라면
하느님의 손길로 지으신 자연은 모두 살아서 숨 쉬는 성경이다.
다른 책은 하루 2권도 읽는 때가 많은데 성경은 한 번에 다 읽어 본 일이 없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너무 많이 앞에 갖다 놓으면 질려 버리듯이
성경은 늘 나를 질리게 했다. 또 성경을 읽을 때마다 느껴지는 모순, 의혹, 갈등,
과장 등 전혀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 때문에 나는 많이 우울하고 고민했다.
따지려 들지 말고 무조건 믿으라는데 난 그렇게 되지를 않았다.
만인에게 읽힌 책!
하느님의 말씀인 성경을 나는 언제나 제대로 이해하며
거기 있는 모든 걸 알 수 있어질까 답답하기만 했다.
좋아하는 음식을 들고 좋아하는 부분만 뜯어먹는 아이처럼
나는 오랫동안 내 구미에 맞는 잠언과 시편만 읽고 또 읽었다.
내가 2000년 전의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읽어 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자연을 바라보고 감상만 하던 상태에서
자연이 내 피부처럼 느껴지는 것과 더불어
나는 하느님의 놀라우신 창조에 경이로움을 느끼게 되었다.
그때 읽은 창세기는 전에 눈으로만 읽던 창세기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다니엘은 거기서 뗄 수가 없을 만큼 나를 꽉 붙잡았다.
인간이 고통을 당할 때 어떤 자세이어야 하며, 고통이 왜 필요한가를
알고 난 후 욥기를 읽으니 내가 바로 욥이 되어 읽어 갈 수가 있었다.
하느님께는 무얼 더 구할 것이 없고, 그를 사모하며 경배하고
찬양하는 것 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를 알고 나서 시편을 읽으니
그건 바로 내가 하느님께 바치고 싶은 詩이고 노래였다.
새로운 약속인 신약을 마태오복음부터 요한묵시록까지 읽고 다시
마태오 1장에서 5장까지, 마르코 1장에서 5장까지,
루카 1장에서 5장까지, 요한 1장에서 5장까지를 한 번에 읽고
그 다음엔 6장에서 10장까지를 그렇게 읽으면서
네 사람이 적은 그리스도를 조금씩, 조금씩 느껴갈 수가 있었다.
그 다음에 바오로 사도의 서간문을 읽고, 요한 묵시록을 따로 읽었다.
묵시록은 본 것과 이제 있는 일과 장차 될 일을 기록하라고 하셔서 쓰신 것이니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누어 생각하며 읽었다. 다른 책들을 읽으며
내 아는 것만을 가지고 판단하며 잘 썼구나, 이 점은 잘못됐구나! 했던 것처럼
나는 성경까지도 내가 주워들은 것과 아는 그 알량한 지식 가지고
분석하고 이해해 보려고 20년을 성경을 읽는답시고 읽어 보았지만
반짝하는 구절들만 외우든가 알고 있는 것뿐이지
전체적인 모습은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성경은 지구만한 광산 같았다. 나는 지금까지는
거기서 나오는 크고 작은 금덩이만 가지고 놀라고 있었던 거였다.
이제 나는 그 거대한 금줄기가 어떻게 뻗쳐 있는가를 보게 되었다.
그것은 모든 관념을 다 털어 버리고 읽으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줄기였다.
사람은 살아오면서 누구나 자기라는 무색의 물에다 물감을 풀고들 있는 것 같다.
연한 색을 푼 이도 있고, 짙게 푼 이도 있으며, 밝은 색을 푼 이도 있고
어두운 색을 푼 이도 있다. 하여튼 누구나 무색의 물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이는 없다.
모두 색깔 있는 물을 지니고들 있다.
그러니 그 물을 받아 새 물의 색을 바로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빨강색으로 된 물을 반쯤 비우고 맑은 물을 넣어봐야
분홍은 되지만 맑은 물색은 나올 수 없는 거다.
나를 거꾸러뜨리고 나를 대청소하고
나를 흔들리지 않도록 좌정시킨 후에 읽어야 할 책이 바로 성경이었다.
다른 모든 책들이 하느님을 찬양하는 것이거나
아니면 하느님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열게 해 주는 거라면,
성경은 이스라엘의 역사이자 인류의 역사이며 창조에서부터 종말이 모두 있고
하느님과 나와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가 다 들어있다.
인간이 왜 태어나 왜 살아야 하며 무엇을 해야 하고 죽음은 무엇인가를
철학 따로 공부 안 해도, 수학 따로 공부 안 해도, 과학 때로 안 해도,
예술 따로 안 해도, 미래학 공부 따로 안 해도, 다 알 수 있게 하는 책이 성경이었다.
성경 중에서도 하느님의 새로운 약속이신 신약에 열중해 보면
여기저기에 참 신기한 보물이 감춰진 것을 찾아내게 된다.
전에 나는 하느님을 위해 순교당하는 것이
하느님을 위해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순교보다 더 하느님께 충성하고
내 스스로까지 기쁨에 넘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것은 하느님의 뜻을 인간들이 바로 아는 일이었다.
숨은 것이 장차 알려지고 나타나지 않는 것이 없다고 하셨는데,
그 숨은 것이 무엇인지를 우리가 알아야 한다.
성경엔 비유가 많은데 어디서 어디까지가 비유이고
무엇이 사실인가를 알게 되면 지금까지 희미했던 모든 것이 밝게 보이게 된다.
하느님의 말씀을 종이에 글씨로 옮겨 쓴 것이 성경이라면
하느님의 손길로 지으신 자연은 모두 살아서 숨 쉬는 성경이다.
책으로 된 성경을 알게 되고 자연을 옳게 보고 느낄 줄 알면
성경을 바로 읽을 수 있어진다.
小潭에세이
“생명 있는 것은 다 사랑을 원한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