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강풍 이어 수도권 내일까지 300㎜ 물폭탄
전국 곳곳 이례적 ‘6월 열대야’, 장맛비에 외출 힘들어 불편 가중
어제 태풍급 강풍에 화성서 1명 사망, 서울 서초구 133가구 정전 피해도
오늘도 장맛비에 후텁지근한 날씨, 초속 20m 돌풍에 우박 내리는 곳도
최근 전국 곳곳에서 이례적인 ‘6월 열대야’가 발생한 데 이어 28일에는 장맛비와 함께 태풍에 준하는 강풍까지 부는 등 이상기후가 이어지면서 시민 피해와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기상청이 28일 오전부터 전국 대부분 지역에 강풍주의보를 발령한 가운데, 수도권과 강원 일부 지역엔 30일까지 비가 300mm 이상 쏟아지는 곳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돌풍에 중앙분리대 쓰러져
이상기후는 인명 및 시설물 피해로 이어졌다. 28일 경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50분경 화성시 서신면의 호수 화성호에서 윈드서핑을 하던 50대 남성이 강풍으로 거세진 물살에 휩쓸려 숨졌다. 낮 12시 40분경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에서는 강풍에 부러져 떨어진 나뭇가지에 행인 1명이 머리를 다쳐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한국전력과 강남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36분경 서울 강남구 세곡동 야산에서 키가 전봇대 높이(약 16m)를 훌쩍 넘는 나무들이 강풍에 쓰러지면서 주변 고압 전선을 덮쳐 서초구 내곡동 일대 133가구가 정전됐다. 부산에선 이날 오전 11시 15분경 부산진구 범천동의 가로수가 강풍에 부러져 주차된 차량을 덮쳤지만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이날 오전 중구 대청동에서도 주차장 인근 나무가 쓰러져 전선에 걸리는 등 피해가 이어졌다.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에선 아스팔트에 고정된 중앙분리대가 전날 밤 강풍 탓에 편도 4차로 도로로 쓰러져 1개 차로의 통행이 통제됐다. 이 밖에도 시도 소방본부별로 수십 건의 강풍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 “열대야에 장맛비 겹쳐 나가지도 못해”
28일 오전까진 열대야로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았다. 서울과 경기 수원, 대전 등은 연일 6월 최저기온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28일 서울의 일 최저기온은 오전 4시 13분 25.8도로 전날(25.4도)보다 0.4도 높았다. 이틀 연속 열대야(오후 6시 1분∼다음 날 오전 9시 최저기온 25도 이상)가 나타난 것. 서울에서 6월에 열대야가 나타난 건 기상 관측 사상 처음이다. 이 외에도 강릉, 청주, 전주 등 24개 지역에서 열대야가 발생했다.
통상 7, 8월에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열대야가 6월에 전국적으로 발생한 건 이례적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6월 들어 28일까지 전국 62개 측정 지점에서 열대야가 도합 51일 관측됐다. 전국 평균 약 0.8일 발생한 것. 1991∼2020년 6월 열대야 발생 일수(전국 평균)는 가장 많았던 2005년에도 0.3일에 불과했다.
기상청은 29일에도 전국 곳곳에 장맛비가 쏟아지는 후텁지근한 날씨와 함께 강풍을 예보했다. 28∼30일 예상 누적 강수량은 수도권, 강원 내륙 및 산지, 충남권과 충북 중북부 지역의 경우 100∼200mm다. 수도권과 강원 일부 지역엔 누적으로 300mm 이상 비가 오는 곳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수도권과 서해안, 강원 영동 지역에는 초속 20m 안팎의 강한 돌풍과 우박을 동반한 비가 내리는 곳이 많을 것”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상환 기자, 박성민 기자, 인천=공승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