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탕62(클리앙)
2023-08-12 11:15:41 수정일 : 2023-08-12 11:28:31
얼마 전 작은도서관 소풍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 한탄을 했었습니다.
두 번이나 우편물을 구겨서 팽개치고 쓰레기를 모아 1층 입구에 던졌던 두 녀석은 놀랍게도 며칠 뒤에 다시 아이스크림을 먹어러 도서관에 왔습니다.
사실 좀 놀랐습니다. 화가 나기도 했구요.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 보니 애잔한 생각이 들더군요.
얼마나 갈 곳이 없으면 자신들이 소위 깽판을 친 곳에 다시 오려는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싶더군요
불러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서로 책임을 미루더군요. 서글프긴 했지만 아이들이 그럴 수 있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벌칙은 있어야 하겠기에 너희 둘 때문에 도서관에 간식은 이제 폐지되었다. 앞으로 당분간은 도서관에서 간식을 제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시무룩해 하면서 돌아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만들어 가고 있는 개인적인 이기심 같은 것이 떠올랐습니다.
며칠 전 방학 중 마지막 시 쓰기 수업을 하면서 한 아이가 저에게 했던 말은 꽤나 충격적이었습니다.
시를 아주 잘 쓰는 초6 여학생인데 학교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다고 늘 고민하던 친구였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모든 가족들이 다 있는 식사 자리에서 "넌 공부를 못하니까 공장이나 가야지."라고 했다는 겁니다.
그랬습니다.
그 할머니의 말씀은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충고였겠지만 그 속에는노동자들에 대한인식이 깔려 있었지요.
제가 어릴 때 누님들은 공장을 다녔고 그것을 저희 외할머니는 계집아이들이 공부는 뭐하러 하느냐며 공장이나 다니면서
하나뿐인 남동생 뒷바라지나 하면 되지 하는 말을 늘 입에 달고 사셨지요.
해서 작은 누님은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이런저런 공장을 떠돌아 다녔고 큰 누님은 악바리 소릴 들어가면서 야간학교를 다녔습니다.
저는 그 아이이게 그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할머니의 말씀은 틀렸다.
공부를 못하기 때문에 공장을 다니는 것이 아니라 공장에 다니는 사람들 또한 세상에 아주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이다라구요.
코로나가 온 세상을 공포로 내몰았을 때, 청소하는 분들이나 배달하는 분들이 없었다면 세상은 절대 움직일 수 없었다.
코로나를 치료하는 의사가 하는 일이나 청소하는 사람들이나 배달하는 사람들의 일이 어느 것이 더 크고 소중하다고 말해서는 안된다구요.
그렇게 말씀하신 할머니가 입고 있는 옷, 드시고 있는 음식 모두 그것을 만들고 재배하는 사람이 없다면 할머니는 어떻게 되겠느냐고요.
어쩌면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 할머니의 말처럼 오로지 공부로 우열을 가리고 그것이 마치 세상을 만드는 것처럼 생각하는 우리 사회가 이런 괴물 정권을 만드는 것이지요.
오늘 도서관에서 김훈이라는 자의 책들을 쓰레기 통에 버렸습니다.
소위 지식인의 탈을 쓰고 얄퍅한 세 치 혀로 정의로운 냥 입을 놀리는 자들의 글이 어찌 글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자들로 인해 세상은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로 나뉘고 타인의 고통에 아파하는 사람들은 하찮은 존재로 만들고 있는 것이지요.
그의 이순신은 그의 안중근은 단지 그의 밥벌이 수단에 불과하기에 읽을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도서관에는 그 자와 같은 부류의 쓰레기 책들을 취급하지 않을 것이며 발견되는 순간 갈기갈기 찢어 쓰레기통에 버릴 것입니다.
젊은 날, 자동차 부품 하청업체에서 소위 위장 취업으로 일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동료가 납품 기일에 쫓겨 며칠밤을 꼬박 새우다 밀링의 드릴을 부러뜨렸을 때 관리자는다치지 않았느냐가 아니라욕을 하며 이런 것도 못버티면서 무슨 돈을 받아가냐며 화를 내더군요.
결국 참지 못하고 화를 내고 싸우다 공장에서 쫓겨났습니다.
위장취업자의 신분으로 노조도 없는 공장에서 싸우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아니 용기가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각해 보면 세상은 여전히 불온하고 다시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절망하고 손을 놓는다면 앞으로 나아가지 않을 겁니다.
분노와 연대가 지치지 않을 때 세상은 조금씩 바뀌 것이라 생각합니다.
작은도서관 소풍도 때로는 바람에 휘둘리면서 때로는 비를 맞아가면서 자리를 찾아가겠지요.
위로의 말씀과 조언을 주신 모든 분들에게 다시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은비령님 댓글
지금의 할머니 나이쯤 되는 세대는 아무래도 그런 인식이 많이 남아있죠.
할머니 뿐만 아니라 전 세대에 걸쳐 뿌리깊게 박혀 있는 인식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인식이 저출산과 국가 성장을 방해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개선의 방법은 없고 앞으로 고꾸라질만 남은거죠.
김훈 이라는 작가를 한때나마 좋아했는데, 이번에 이문열과 똑같은 인간이라는걸 알게 되고선 정나미가 떨어지더군요. 매명을 하는 지식인은 일제시대의 역사에나 있는줄 알았는데, 현재진행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