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김치 싼타가 있다.
2007년도 이후 해마다 11월 말경이면 김치가 한 보따리 날아온다.
아마 15년째인가 싶다. 김치를 해 주는 분이 안성시 일죽면 죽도로에서
'오다가다 가마솥 설렁탕' 이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그래 이번 내 생일에는 멀지만 그 식당을 이용하면 좋겠다고 하였다.
나의 아들 딸들이 쾌히 그러자고 하여 가게 되었다.
도가니탕이나 갈비탕 편육 등으로 식사를 하였다.
"그동안 부모님께 사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며 큰며느리가 권사님에게 인사 봉투를 드린다..
이거 받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어쩔 줄 몰라하는 권사님에게
"당연히 받으셔야지요. 그래야 서로가 편하답니다." 라고 하였다.
권사님 이것 저것 밑반찬도 챙겨주고 고구마도 한 상자 주며 나누어 잡수시란다.
아이고 배 보다 배꼽이 더 크니 어쩌지....
후식은 다른 카페로 가자고하더니 아주 어마 어마하게 크고 한옥집인데 통유리집인
아주 색다르게 짓고 내부도 색다르게 꾸민 아마 대지도 한 2천평 될듯한 카페로 갔다.
와 우~ !!!.......... 색다른 생일 파티로 행복한 날이었다.
.......다음 글은 내가 14년 전에 쓴 글이다. .......
따르릉 전화벨이 울렸다.
“사모님이세요? 안성에 오집사야요. 총각무하고 갓하고 좀 보냈어요.”
“금년에도 김장거리 드릴게요. 가지러 오세요.”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주인공 그는 작년 11월에 처음 만난 50대 여집사이다.
작년 11월 평택에 사는 홀 사모가 나의 수필집 출판기념회에 축하 해 주려고 왔었다. 남편과 사별한지 얼마 되지 않은 그는 몹시 슬퍼하고 외로워하였다. 위로도 해 줄 겸 우리 집에 가 며칠 쉬었다 가라고 하였다. 이틀 뒤 그에게 전화가 왔다. 그를 아는 오집사란 여인이 김장거리 준다고 가져가라는 전화였다. 하지만 차도 없고 남편도 없는 그가 어찌 가지러 가겠는가? 포기하고 만다.
남편과 상의해서 안성에 먼저 가 김장 배추 얻어 가지고 평택까지 데려다 주자고 하였다. 그 사모와는 오래전부터 아는 사람이란다. 전화로 길을 물어가며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어마어마한 크기에 창고가 있는 집에서 무청을 삶아서 근처 산에다가 널어 말리는 중이란다. 너무 일이 많아 이야기 나눌 새도 없다며 무밭으로 가잔다.
이미 무는 다 뽑아 팔았는데 한쪽 끝에 조금 남겨 놓았다며 같이 무를 뽑자고 한다. 한 10cm 정도 하얀 몸을 들어낸 무를 아무 연장도 없이 뽑을 수가 있다. 큰 무가 아니라 동지미 김치를 담글 만 한 무이다. 흙도 바슬바슬 모래흙이고 깊이 묻히지 않아 손만 대면 속속 잘도 뽑힌다. 5분도 안 걸려 다 뽑고는 배추밭으로 가잔다. 천 평은 돼 보이는 땅에 심은 배추가 출하를 기다리고 있다. 배추는 며칠 더 있어야 수학을 한다며 그 중 좋은 것으로 골라 우리 두 집을 준단다. 목사님댁에 첫 열매를 바친다는 것이다. 순수한 그 신앙이 아름다웠다.
배추로도 팔고 절여서도 팔려고 천일염 소금을 사 놓았단다. 그렇담 내가 도울 일이 없을까... 순간 ‘인터넷’에 띄워 파는 일에 협조를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난 그 집사에게 “배추를 절여서 팔 준비가 되면 연락 주세요. 도움을 드릴게요.”란 말을 던져놓고 왔다.
얼마 후 연락이 왔다. 절인배추 몇kg에 얼마씩 판다고 좀 도와 달라고...
난 내가 드나드는 카페 두 군데다 광고를 올렸다. 그 광고를 보고 그곳으로 연락해 사 간 사람이 연 줄 연 줄 있었단다. 파는 일이 다 끝났는지 전화가 왔다.
“제가 부지중에 천사를 만났어요. 사모님 덕분에 배추 다 팔았어요. 사모님댁에 담근 김치를 보내드릴게요. 주소 좀 알려 주세요.”
다음날 도착한 택배 무려 10kg김치봉투가 3개든 박스 이미 우리 먹을 김치는 확보 되었는데 이렇게 김치가 풍성 하다니... 내 생전 처음 있는 일, 그간 여러 사람에게 김치를 얻어먹기는 했어도 내가 줘 본 적은 없는데...
난 신이 나서 아들, 딸, 동생, 올케네 전화벨을 울렸다. 김치 준다고...
김치 잘 받았노라고 고맙다고 인사 전화하니 이럴 수가 2월 달에 또 한 번 보내 준다는 것이다.
정말로 2월에 다시 한 박스의 김치가 왔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나누어 주기도 하고 간간이 배드민턴장에 가져가면 많은 회원들이 김치가 맛있다며 좋아들 한다. 요즈음 아침식사를 하고 오는 배드민턴장에 나머지 묵은 김치를 갖다 주며 찌개나 끓여 먹자고 하였다. 돼지고기 찌개를 하였는데 무척 맛이 있어 회원들이 큰언니(이곳에선 큰언니라 부름) 덕분에 맛있게 먹었다고 행복해 한다.
남달리 30년 간 교사생활을 한 나는 항상 바쁘고 힘들어 내 손으로 김장을 해본일이 거의 없다. 게다가 사모이다 보니 교회 김치 담글 때 양념값정도 보태주면 우리 김장까지 해주니 따로 김장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럭저럭 나이 60이 넘어 자식들 분가하니 아들네는 처가에서 김장을 담당하니 구태여 김장을 해야 될 이유가 없다. 우리 내외 두 식구 먹는 것은 혹 선배가 아니면 지방에 사는 지인이 해 주어 아쉽지 않게 살았다. 남편이 은퇴하고 난 후 인천 불로동에서 4년간 살 때에는 같이 등산 다니던 친구가 해 주기도 하였다..
이렇듯 김치를 남이 해주어 먹고 사는 내가 작년 겨울에는 김치 풍년이 들어 많은 사람과 나눠 먹었다. 이러니 난 김치 싼타임에 틀림이 없다. 외로운 사모를 위로하고 돌보았더니 이런 행운이 오기도 하는구나...
오집사님은 '부지중에 만난 천사’가 되었다.
몇몇 주변 사람들에게는 김치를 나누어 주는 김치 싼타가 되었음을 작은 행복으로 받아들인다.
2008년. 10월에..
첫댓글 어머님 15년간 김장해주신 고마우신분 만나 감사의 뜻도 전하고
맛난음식먹고 덤으로 챙겨주신 고구마랑 반찬들로 오히려 신세갚으러 갔다가 신세를 진거같네요
권사님이 어찌나 따스하시게 맞아주시고 챙겨주시는지~~
권사님 덕분에 며느리로서 어머님 김장걱정은 덜었네요..ㅎㅎㅎ
어머님 생신 핑계로 이쁜 카페도 가고
오랫만에 담소도 나누니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85평생 아프지 않고 이렇게 건강 유지해주셔서 넘 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건강 잘 유지 하셔서
좋은곳 많이 다니시기 바랍니다
늘 한결같이 사랑해주시고 배려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에고 나의 큰며느리 벌써 다녀가갔구나.
수정할려고 들어오니 원 빠르기도 해라.
김장해 주던 초창기에 내가 쓴 글이 있어 올렸으니 보려무나...
한결같은 그 사랑에 나 감동 먹었지 뭐니.
이러기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말이다.
오늘도 좋은 마음으로 좋은 하루 보내자구나....
처음에 갈때만해도 왜이리 멀리까지 갈까...라는 생각을 가졌었는데..
어머님과의 인연이 이렇듯 애뜻하고 긴세월인줄은 몰랐네요~ 인연을 이렇게 길게 가져가는게 쉽지가 않은데 어머니의 자상하신 마음에 그 이유가 있는듯합니다~
저도 챙겨주신 음식들 맛있게 먹으며 어머니의 인연도 잘 새길께요~
앞으로도 건강하셔서 좋은인연 오래오래 만들어가세요~♡
에고 작은며느리 들어와 댓글 달았구나.
나도 이리 긴 세월 한결같이 김치를 해 주리라 곤 생각 안 했는데
정말 아무나 할 수 없는 사랑이지..... 15년이나 끊임없이
....
그래 이번 내 생일 모임을 이 권사님이 운영하시는 식당으로 가면 좋겠다고
큰 아들 내외에게 말 했더니 쾌히 그리하자고 하더구나...
너희도 딸네도 반대 안하니 이루어 진 거지....
암튼 자녀들의 사랑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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