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과 거짓말 / 은희경

[거울]

 


 비밀과 거짓말 / 은희경   

읍에는 '사형제 이야기'라고 부르는 이야기가 전해져온다.

고려 인종 때 새로 현감이 부임해왔는데 며칠 후 촌로가 동헌 앞에 엎드려 곡을 하는 것이었다. 
저는 이곳에서 약 십 리가량 되는 장터에서 여관을 경영하는 자입니다. 
마흔이 넘도록 소생을 보지 못하다가 무슨 은혜인지 다 늙게 아들 사형제를 얻었습니다. 
그 사형제를 키우면서 입속의 밥이라도 내주었고 
창자 속의 쓴 물까지 남김없이 쏟아부은 것은 하늘과 땅이 아는 일입니다. 
다들 씩씩하고 잘생긴 청년으로 자라 저의 눈가에 기쁨의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이름 모를 병으로 하나씩 죽기 시작하더니 
불과 수일 새에 모두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으니 
세상에 이런 변고가 있을 수 있으며 하늘의 무심함이 이에 더 할 수가 있겠습니까? 
사위가 캄캄하고 슬픔이 극에 달해 죽음만을 생각하다가 
하도 원통하여 이렇게 현명하신 원님께 호소하는 것입니다. 

원님은 한참동안 깊이 생각하더니 사령을 불러 일렀다. 
오늘밤 성문밖 행길을 지키고 있으면 삼경이 못되어 꽃가마가 지나갈 것이니 
불문곡직 붙잡아 동헌 마당에 대령하라. 
그런데 사령에게 이끌려온, 보기에도 황홀한 꽃가마에서 나온 것은 
위풍이 당당하고 몸집이 장대하여 비범해 보이는 인물이었다. 
원님이 정중히 맞아들인 다음 위엄을 갖추어 말하기를, 
그대는 염라대왕으로서 몹쓸 사람을 벌해야 하거늘 왜 억울한 사람을 잡아가는 것인가. 
염라대왕은 그 말씀이 지당하니 노인 집 마당 밑을 파보시오, 라고 대답했다. 
노인 집 마당을 파내려가자 물이 흐르고 있었고 
그 위에 썩지 않은 시체 네 구가 눈을 부릅뜬 채 둥둥 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이십여 년 전에 죽은 자들이었다. 
날이 저물어 노인의 여관에 묵었다가 
재물을 탐낸 노인이 물 속에 빠뜨려서 죽임을 당한 것이다. 
K읍 아이들을 공포로 밀어넣은 것은 이야기의 그 다음 부분인데 
바로 원님이 전하는 염라대왕의 말이다. 
노인의 네 아들은 모두 그때 죽은 사람들의 원귀로서 
원수를 갚기 위해 차례차례 아들로 태어났다가 이제 그 원수 갚음을 마친 것이오.

품안에서 재롱을 부리며 삶의 기쁨을 알려준 사랑스런 자식이 
사실은 과거의 끔찍한 비밀을 증거하기 위해 하루하루 자라고 있는 귀신아라니 
아이들의 등골이 오싹해졌을 만도 하다. 
그런데 왜 죽은 자들은 복수의 방법으로 하필 원수의 아들이 되는 것을 택했을까. 
복수의 내용은 잔혹하거나 고생스럽지 않았다. 
단지 오랜 시간에 걸쳐 지극한 사랑을 얻도록 한 다음 
한순간 그것을 잃게 만든 것뿐이었다. 
가장 처절한 복수의 수단이 될 만큼 사랑의 상실이 고통스럽다는 뜻일까. 
아니면 자식이란 언젠가는 자기 부정을 통해 
부모에게 치명적 보복을 가할 수 있는 존재라는 암시일까. 

- 은희경 (2005), '비밀과 거짓말', 문학동네  
----------------------------------------------------------------

에전에 몇 市郡의 농촌지도소에서 농촌주부를 대상으로
생활개선에 대한 주제의 강의 의뢰를 받고 얼굴자랑을 한 적이 있었다. 
워낙 부족한 사람이라 할 말도 별게 없어 딱 한번으로 끝내려했으나
여러 사정으로 삼년을 걸쳐 얼굴자랑을 이곳 저곳에서 하였다.
결과적으로 출중한 용모를 선 뵌 덕분에 
내 살던 고장에서 몸조심을 하게 되는 이유로 발전하여 
바람 한번 피워보지 못하게 되었다.
ㅎㅎㅎㅎㅎ
왜 이 이야기를 하느냐 하면, 
그 때 내 강의 첫머리에 孝를 두었기 때문이다.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들이 부모가 아닌가 생각한다.
은혜를 입은 자가 이를 모른체하면 배은망덕한자로 치부되어 상종하려 들지 않는다.
은혜 중 가장 큰 은혜가 무엇인가.
나를 이 세상에 존재케 해 준 분들이오, 헌신적 사랑으로 길러주시지 않으셨는가.
헌데 우리는 어떻게 하는가.
내 자식은 불면 날아갈듯 애지중지 감싸면서 
정작 우리가 행하듯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부모에게 반에 반이라도 정성을 기울이는가.
어리석은 부모는 자식에게 어리석음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행하는 것이 교육이다는 이야기다.


Show Me / Moya Brennan 

	 					
	

[마리]

부모자식...갈수록 그 관계에 대해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