舊有佳友遠遠所(구유가우원원소)-오래된 좋은 친구 있지만 멀리 떨어져 있어
歎息世事遇不頻(탄식세사우부빈)-탄식스러운 것은 세상일 때문에 자주 만날 수 없네
上元酷寒四方凍(상원혹한사방동)-정월 대보름에 혹한으로 사방이 얼어붙으나
流時寒離春朋復(류시한리춘붕복)-시간 흐르고 추위 떠나면 봄도 친구도 다시 올 것을
농월(弄月)
시간 흐르고 추위 떠나면 봄도 친구도 다시 올 것을
요즘 정월 대보름을 가운데 두고 며칠사이로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고
체감추위가 –16,7도의 혹한(酷寒)이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서는 겨울이 추워야 제격이다.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더워야 관련된 장사가 잘되고
계절상품이 잘 팔려야 “이코노믹 서큘레이션(economic circulation 경제순환)”
이 순조롭다.
필자 직장 시절에는 한해의 사업계획을 세우는데 1년의 일기예보가
필수자료였다.
올해 겨울은 얼마나 추울 것인가
여름은 얼마나 더울 것인가를---
지금보다 난방 수단이 부실했던 옛 사람들은 겨울이 따뜻하면 좋아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겨울이 따뜻하면 나라에서 추위가 오기를 비는 “기한제(祈寒祭)”를 지냈다.
조선 제9대 성종 17년(1486) 12월조에
“겨울이 따뜻해서 얼음이 얼지 않자 추위를 오게 해 달라고 “기한제(祈寒祭)”를
지내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국조보감(國朝寶鑑)
성종의 아들 연산군은 왕이 된 5년(1499) 겨울에 춥게 해달라고 “기한제(祈寒祭)”를
지낸 후 시(詩)를 짓기를
祈寒初畢澟風吹(기한초필름풍취)-기한제(祈寒祭)가 끝나니 센 바람 불어오네
天感微誠報片時(천감미성보편시)-하늘이 작은 정성에 감동하여 곧 보답하시리
我以醪殽欣意諭(아이료효흔의유)-내 술과 안주로 기쁜 마음 표하노니
不妨沈醉謹賡詩(부방침취근갱시)-얼근하게 취하여 내 시(詩) 화답하오
연산군(燕山君)
춥지 않은 겨울보다 더 큰 문제는 눈이 없는 겨울이다.
눈이 많이 와야 땅이 기름져서 보리와 밀이 잘 자라기 때문이다.
또 눈이 와야 겨울 가믐이 해소된다.
눈이 오지 않으면 눈을 비는 “기설제(祈雪祭)”를 지냈다.
(국조보감(國朝寶鑑)
사계절에 익숙한 우리국민의 건강도 겨울이 춥지 않으면 병이 많이 생긴다.
모기 애벌레가 얼어 죽지 않아 여름에 모기가 창궐(猖獗)한다.
춥다고 호들갑 떨지 않아도
2월 14일 사랑을 나누는 밸런타인데이를 지나면 2월 18일이 우수(雨水)다.
春水滿四澤(춘수만사택)-봄물은 연못에 가득하고
夏雲多奇峰(하운다기봉)-여름 구름 기이한 봉우리 많다
는 봄이다.
어쩌면 혹독한 추위를 오리털 외투에 몸을 감춘 겨울이 그리울 때가 있을 것이다.
The winter is cold and the flowers bloom in spring !
겨울이 추워야 봄에 꽃이 핀다 !
이것이 자연의 이치(理致)다 !
농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