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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코스>
오죽헌·강릉창작예술인촌 → 3.53㎞, 8분 → 올림픽홍보관 → 1.5㎞, 5분 → 초당순두부 → 3.2㎞, 8분 → 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 → 1.2㎞, 3분 → 선교장·매월당김시습기념관
강릉을 문화예술의 고장으로 칭하는 데는 신사임당의 역할이 크다. 오죽헌과 율곡기념관을 둘러보다 보면 율곡 선생의 어머니인 신사임당보다 뛰어난 예술가 신사임당을 발견하게 돼 기쁘다. 오죽헌 지척에 있는 강릉창작예술인촌과 동양자수박물관까지 이어서 보면 과거와 오늘날의 예술가를 두루 만나게 돼 예술적인 감성에 젖게 된다. 경포호를 사이에 두고 많은 볼거리가 흩뿌려져 있다. 선교장과 매월당김시습기념관에서는 우리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평창동계올림픽홍보체험관에서는 2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올림픽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현모양처의 상징이자 천재적인 화가였던 신사임당 [왼쪽/오른쪽]정면의 문성사와 왼편의 몽룡실 / 신사임당이 율곡 선생을 낳은 몽룡실
율곡 이이를 낳아 기른 현모양처의 대명사 신사임당은 시와 그림에 능해 당대에는 천재 화가로 불리기도 했다. 신사임당의 친정집으로 율곡 이이가 태어난 곳이 오죽헌이다.
신사임당의 어머니 용인 이씨는 슬하에 딸만 다섯 두었는데 그중 둘째 딸인 신사임당이 결혼한 후에도 어머니를 모셨다. 신사임당이 남편의 근무지인 평안도에서 숨을 거두자 율곡 선생은 어머니를 대신해 외조모를 모셨다. 용인 이씨는 유산으로 율곡 선생에게 서울의 기와집과 전답을 물려주고, 또 다른 외손인 권처균에게 오죽헌과 전답을 주었다. 권처균은 집 주위에 숲을 이룬 검은 대나무를 보고 자신의 호를 오죽헌이라 했는데 이후 집의 이름이 되었다.
율곡 선생이 태어난 방은 용꿈을 꾸고 아들을 잉태했기에 몽룡실이라 한다. 이 건물과 사랑채는 원형 그대로이며 나머지는 복원했다. 몽룡실 옆 600년 된 매화나무 율곡매, 마당가에 600년 넘은 배롱나무, 문성사 앞의 노송과 집을 둘러싼 대숲 등 오죽헌에서는 나무에도 역사가 깃들었다. 율곡기념관, 향토민속관, 솔향명품숍, 강릉시립박물관이 모두 오죽헌과 한자리에 있다.
[왼쪽/오른쪽]오죽헌 사랑채는 원형 그대로다 / 율곡기념관에 전시된 초충도 미디어아트
오죽헌 주차장에서 걸어서 3분 정도만 가면 강릉창작예술인촌과 동양자수박물관이 자리해 있다. 폐교를 리모델링해 1층은 작은 공방들이 모여 강릉창작예술인촌을 이루고 2층은 손때 묻은 생활자수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동양자수박물관을 꾸몄다. 동양자수박물관은 한·중·일 3국의 수준 높은 전통자수 작품과 소품을 전시한다. 한국자수전시실에서 눈여겨볼 것은 강릉 전통자수 코너다. 수보자기와 색실 누비에 눈길이 머문다. 가지런하게 쌓아 올린 베개, 신사임당의 초충도를 자수로 표현한 작품도 볼 만하다.
개성 있는 작가들이 모인 강릉창작예술인촌 [왼쪽/오른쪽]동양자수박물관의 강릉 색실누비 / 창작예술인촌에서는 다양한 예술체험도 가능하다.
강릉창작예술인촌에는 자수와 바느질을 하는 규방, 그림 그리는 화실, 도예, 아기자기한 소품이 가득한 공방 등 각기 특색 있는 공간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30분~1시간 정도 체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평창올림픽의 함성을 미리 느껴볼 수 있는 올림픽홍보체험관
2011년 7월,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게 엊그제 같은데 개최일이 내후년으로 바짝 다가왔다. 강원도 곳곳에서 경기장 공사 등이 한창인데, 강릉에서는 빙상경기가 열린다. 경포호 근처에 평창올림픽을 미리 느낄 수 있는 평창동계올림픽 홍보체험관이 있다. 다섯 개의 테마로 구성된 체험관은 중고 컨테이너를 재활용해 환경올림픽의 의미를 담았다. 컨테이너는 오륜 마크의 색깔을 본따 청색, 적색, 황색, 녹색, 흑색으로 칠해 알록달록 경쾌하다. 올림픽은 설상 경기 7종목, 슬라이딩 경기 3종목, 빙상 경기 5종으로 총 15개 종목에서 순위를 다툰다. 각 종목을 대표하는 역동적인 모양의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스틱, 고글, 헬맷 등 조형물에 부착된 장비들은 실제로 국가대표가 사용한 것을 그대로 이용해 더욱 실감난다.
[왼쪽/오른쪽]하나된 열정으로 맞이하게 될 평창올림픽 / 생생하게 꾸민 동계스포츠 경기 조형물
4D체험관에서는 스키 점프, 봅슬레이, 스노보드, 알파인 스키 등 경기 종목 가운데 몇 개를 뽑아 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스키가 슬로프에 착지할 때 의자가 흔들리고 바람을 느끼는 등 실제로 경기를 치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스키 점프를 VR(가상현실)로 체험하는 것도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져 실감난다. 방문객이 직접 스톤을 던져 컬링 경기를 체험해볼 수 있게 한 시설도 재미있다. 체험관 옆으로 경포아쿠아리움, 강릉녹색도시 체험센터, 허균·허난설헌생가 등 볼거리도 많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초당순두부
강릉의 대표음식은 초당순두부다. 경포호 근처 허균·허난설헌의 생가가 있는데 이 지역 일대 지명이 초당이다. 허균 부친의 호가 초당이었으니 거기서 지명이 유래한 것으로 추측한다. 초당마을에는 대대로 직접 두부를 만드는 식당이 30여 군데 있다. 깨끗한 바닷물을 간수로 사용하는데 집집마다 두부 맛이 조금씩 다르다. 몽글몽글하고 고소한 순두부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게 슴슴하게 끓여낸 것이 초당순두부다. 씹을 것도 없이 부드럽게 넘어가는 맛이 담백함 그 자체다. 싱겁다면 곁들여 나온 양념장을 넣어 섞으면 된다. 순두부 한 그릇이면 한끼 식사로 훌륭하고 매운 걸 잘 못 먹는 아이들에게도 딱이다.
에디슨이 발명한 전구
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은 축음기와 에디슨의 대표적인 발명품을 모아 놓은 곳이다. 미국에 위치한 에디슨박물관보다 에디슨의 축음기를 더 많이 소장하고 있다. 30여 개국에서 만든 축음기 4,000여 점 가운데 3,500여 점과 음반 15만 장 그리고 5,000여 점의 음악 관련 도서 자료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어 어떤 게 중요한 것인지 일일이 챙겨보기 힘들 정도다. 개별적으로 둘러봐도 되지만 전문 직원이 전시품에 관한 설명과 에피소드를 들려주니 전시해설을 듣는 게 훨씬 즐겁다.
참소리축음기박물관과 에디슨과학박물관으로 나뉘어 있으며 축음기박물관은 나팔축음기를 선보이는 1전시관, 캐비닛형축음기를 모아놓은 2전시관, 뮤직박스 위주로 전시한 3전시관 그리고 라디오·TV전시관 등으로 세분된다. 흔히 축음기라고 했을 때 연상되는 꽃같이 생긴 커다란 나팔이 달린 것이 나팔축음기다. 음반을 올려놓고 전원을 연결하면 금방이라도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올 것처럼 상태가 좋아 보이는 것들이 많다.
[왼쪽/오른쪽]축음기, 뮤지박스, 피아노 등 소장품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 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 전경
에디슨과학박물관은 빛에 관한 전시물, 소리에 관한 수집품, 생활용품과 발명품 등을 모아 보여준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성공한 에디슨의 전구는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발명품 가운데 하나다. 최초의 탄소전구를 비롯해 전시된 전구 개수가 5백 여개에 달한다. 에디슨이 없었다면 가사노동은 지금보다 훨씬 강도가 높았을 것이다. 커피포트, 토스터, 와플기, 오븐, 다리미, 재봉틀, 믹서, 전자레인지, 헤어드라이어 등은 에디슨이 부인을 위해 발명했다고 한다. 관람의 마지막은 편안한 좌석에 앉아 아름다운 음악을 감상하는 걸로 마무리한다. 바로 옆 건물에는 영화 관련 다양한 수집품을 갖춘 손성목영화·라디오·TV박물관이 있다.
[왼쪽/오른쪽]선교장의 너른 잔디밭 / 높은 솟을대문과 굴뚝이 눈에 띈다.
선교장은 효령대군(세종대왕의 형)의 11대손인 이내번이 지은 것으로 전형적인 사대부가의 면모를 지닌 조선시대 상류 주택이다. 300여 년 10대에 이르도록 훼손 없이 원형 그대로 잘 보존돼오고 있다. 집터를 물색하던 이내번이 족제비를 따라가다 이른 곳의 숲이 무척 마음에 들어 낙점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실제로 선교장의 배경이 되는 솔숲은 아름드리 고송이 어우러져 한참을 나무 그늘 아래 쉬었다 가고 싶은 매력적인 숲이다. 집을 먼저 둘러본 다음 마지막에 숲 산책까지 해야 선교장의 멋을 고루 맛보았다 할 수 있다.
[왼쪽/오른쪽]남자 주인의 거처였던 열화당 / 연꽃과 풍류를 즐기던 활래정
유물전시관을 먼저 둘러본다. 선교장에서 소장하거나 일상에서 사용했던 귀중한 유물 3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기품 있는 건물 가운데 이국적인 테라스를 앞에 둔 열화당은 선교장 남자 주인의 주 거처였다. 테라스는 러시아 공사관에서 선물로 준 것이라고. 선교장 앞 너른 잔디밭을 지나면 입구에 네모난 연못과 연못에 다리를 딛고 선 정자 활래정이 보인다. 연꽃이 만발하는 여름철에 특히 볼 만하지만 사철 어느 때라도 운치 있는 공간이다. 혼자 책을 읽거나 벗을 불러 술잔을 기울였을 옛 선비들의 풍류가 저절로 연상된다. 선교장은 여행객이 묵어갈 수 있도록 일부를 공개하는 한옥스테이다. 방문객이 모두 떠나고 사방이 고요해진 밤이나 이른 아침에 세월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고택의 속살을 느끼는 것도 특별한 체험이다.
[왼쪽/오른쪽]《금오신화》를 지은 매월당 김시습기념관 / 이생규장전 포토존
매월당 김시습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 《금오신화》의 작가다. 김시습은 태어난 지 8개월 만에 글을 읽고, 3세에 처음으로 시를 썼으며, 5세에 세종 임금 앞에서 시를 지어 비단 50필을 받았다고 할 정도로 영특했다고 한다. 아담한 기념관 내부에는 이생규장전 포토존과 김시습의 일생과 금오신화 내용을 영상으로 제작한 애니메이션 코너가 있다. 시와 글, 행적을 적어 수록한 책 《매월당집》과 직접 그린 묵매도가 보인다. 선교장에서 약 200m 정도 거리로 가깝다.
글, 사진 : 김숙현(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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