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 일상생활(취미) 23-18 무사히 완주
10월 29일 새벽 1시 잠이 오지 않는다.
석 달간의 훈련을 준비했고 이제 3시간 뒤면 춘천으로 떠난다.
혹시나 늦잠을 자 회원들과 함께 출발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차라리 지금 다온빌에 가자고 생각했다.
새벽 2시
외출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무릎이 좋지 않은 남편을 아내는 배웅했다. 완주 대신 탈락을 바라면서...
새벽 2시 30분
다온빌 앞에 도착
현관에 불이 환하다.
*도 씨도 이미 마음은 춘천으로 가는 모양이다. 준비를 끝내고 직원을 기다렸다.
다른 입주자분들이 주무시는 시간이라 조용히 이야기했다.
*도 씨가 준비한 물품을 확인했다.
제일 중요한 배번표(칩이 붙어 있어 기록을 잰다)
유니폼 잠바 모자 러닝화 양말
모두 꼼꼼히 챙겼다. *도 씨는 꼼꼼히 챙겼다.
새벽 3시 30분 증평 군청
날씨가 상쾌하다.
회원들이 속속 모였고 우리를 춘천까지 데려다줄 리무진버스가 도착했다.
회원 간에 간단히 인사하고 천막이나 먹을거리를 차에 싣고 춘천을 향해 출발했다.
이제야 긴장이 풀린 탓일까? 스르르 잠이 왔다.
“잠시 후 홍천강 휴게소에 정차합니다. 화장실 다녀오시고 버스 잘 찾아오시면 됩니다. 10분 후에 출발합니다. 약 20km 가면 춘천에 도착합니다”
김병설 사무국장님이 안내를 했다.
잠결에 내린 홍천강 휴게소
안개 자욱한 휴게소
버스 외에는 시야가 흐려 잘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거라곤 약 20대 정도의 버스에 모든 사람들이 마라토너다. 족히 수백 명은 되어 보인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춘천마라톤 대회에 참여하러 가는 길이다. 새삼 큰 대회라고 느꼈다.
#1. 대회 시작 전
김병설 국장님은 능숙하게 텐트를 치고 바닥을 깔고 다른 회원들이 대회 준비를 하게 도왔다.
오늘의 자원봉사자다. 그 외 봉사자는 조근현 회원님의 사모님, 유해남 재무님이 해주셨다.
나중에 느낀 것이지만 자원봉사자들이 없었다면 회원들이 편안하게 대회에 참여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유해남 재무님은 어묵탕을 끓여 회원들의 추위를 녹여주셨다.
*도 씨와 직원은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배번을 달고 러닝화를 신었다.
최영귀 회원님이 계속 이야기를 해주시며 대회를 즐기라고 하신다.
박종건 고문님은 당신 컨디션도 좋지 않은데 계속 직원 걱정을 하신다. 박종건 고문님은 이번에 춘천마라톤 완주를 하시면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되는데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아 모든 회원들이 걱정하는 중이다.
김기철 고문님은 누구보다 *도 씨를 챙기는 분이시기 때문에 출발 전까지 *도 씨와 직원을 신경 써주셨고 주변에 경치가 좋으니 사진 많이 찍고 아픈 다리로 달릴 생각 말라고 하셨다.
지난 2주 동안 다온빌 원장님과 국장님의 당부와 다르지 않다. 달리지 말라는 당부를 내내 하셨으니까!
#2. 10km 달리기
10km 출발선에 섰다.
사람들이 개미떼처럼 많다. *도 씨와 직원은 머플러를 한쪽씩 잡고 출발 알림을 기다렸다.
사회자의 출발 신호가 떨어졌다.
이제 드디어 3개월을 기다린 춘천마라톤 대회를 즐긴다.
“막상 대회에 나가면 10km는 별거 아네요. 사람들이 개미떼처럼 많아서 밀려가다 보면 5km에요. 반환점 돌면 천천히 걸어 들어와도 될 정도예요. 가보면 알아요”
김기철 고문님이 해주신 말씀을 실감했다.
뒷사람에 밀려 밀려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자마자 시작된 경사.
직원의 무릎에 신호가 왔다.
팽팽해지는 머플러
*도 씨와의 차이가 벌어지는 순간이다. 이대로 놓치면 *도 씨 혼자 군중 속에 헤맬 수도 있다.
“*도 씨 천천히!”
“네”
사람들이 좀 빠지길 기다렸다. 하지만 그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금방 알았다.
우리 뒤를 수천 명의 마라토너가 따라오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갓길로 천천히 달렸다.
아무래도 직원의 무릎상태가 나쁘다. 좀 걷기로 했다.
그때 들려오는 경찰관의 한마디
“파이팅요! 조금 앞에 86세 어르신이 달리고 계세요. 파이팅입니다”
아! *도 씨와 조금 더 달렸다.
2km 지점 도착
메디컬 풍선이 보이고 사람들이 뿌리는 파스를 가지고 있는 게 보였다. 무릎에 파스를 뿌렸다. 조금 나았다.
“*도 씨 우리 조금 달려 볼까요?”
“네”
“파이팅입니다”
“땀나. 와! 사람. 힘들어”
*도 씨도 힘든 모양이다. 평지 훈련만 했는데 이곳 춘천대회는 시작하자마자 계속된 경사다.
걷다 뛰 다를 반복. 반환점에 도착했다. 기념사진 한 장! 지나가는 모르는 분에게 우리 두 사람의 사진도 한 장 찍었다.
#3. 도착
10km 도착했다. 1시간 32분 59초 코스 전체순위 8,466위
1시간 30분 내로 들어와야 기록이 남는다고 들었는데 컷오프 탈락 같다. 그래도 완주를 해서 다행이고 *도 씨와 함께 해서 다행이다.
다른 회원들은 풀코스를 뛰어 아직 도착하려면 멀었다. 기념품과 메달을 받고 텐트에 도착했다.
조근현 회원님의 사모님이 내내 *도 씨와 직원을 챙겼다. 어묵탕을 내주시고 간식을 챙겼다. 다른 부스에서 떡국을 나눠주는데 두 그릇을 가져다가 주셨다. 직원이 무릎으로 제대로 걷지 못해 가져오셨다.
“많이 먹어요. 고생했네. *도 많이 먹어”
“네”
“*도랑 여기저기 많이 다녔지. 대회에. 난 항상 자원봉사만 해서 짧게 뛰는 *도 *남이랑 같이 텐트에 있는 경우가 많았지. 그래서 쌍둥이를 잘 알지”
“네 그러시군요”
사모님은 그간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신다. 한참을 수다 떨었다. 직원의 아픈 부위에 대해 조언도 해주시고 조근현 회원의 걱정과 증평 마라톤 동호회의 여러 장점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셨다.
잠시 누워 쉬었다. 28일 아침부터 29일 낮 12시까지 잠을 못 자서일까? 스르르 잠이 들었다. 한참 주변이 시끄러워 일어나 보니 풀코스 완주자들이 모두 들어와 요기를 하고 계셨다. *도 씨는 그 옆에서 함께 음식을 먹고 있었다.
잠을 자고 일어난 직원에게 다들 한마디 씩 한다
“누가 보면 풀코스 뛴 줄 알겠어”
“완주는 했다며. 시간은?”
“1시간 33분요”
“걸었어? 그 정도면 걸어야 나오는 기록인데?”
“*도는 하나도 안 힘들 거 같은데 복지사가 이래서 되겠어? 무릎 나으면 더 열심히 해야지?”
기념사진을 찍고 자리를 정돈하고 오후 3시 춘천을 출발했다.
증평은 가는 길은 내내 막혔다.
#4. 광란의 버스
증평으로 오는 약 4시간의 이동 시간.
완주도 했고 몸도 풀렸고 이제 흥겨운 시간이다. 술도 한잔씩 하시고 여러 가지 오늘 있었던 이야기들로 흥이 넘친다.
김병설 사무국장님의 사회로 각자 소감을 말하는 시간.
한분 한분 사연 있는 사람을 호명하고 이야기를 들었다.
“자 오늘 *도 씨 오랜만에 이렇게 대회에 나왔으니 나와서 한마디 하세요”
*도 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마라톤 오늘 좋아요. 너무 힘들었는데 좋아요”
회원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응원과 파이팅을 해주셨다.
여러 회원들의 소감이 이어진 뒤
“오늘 *도 씨와 함께 완주한 남궁인호 복지사님 나와서 한마디 하세요”
“오늘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춘천마라톤 초대를 받았을 때 내가? 마라톤을?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렇게 대회를 즐겁게 마쳐서 감사합니다”
박종건 고문님은 계속 뒷자리에서
“아이고 인호 씨 이제 10km 그만 뛰고 이제 하프 가야지. 하프가 뭐야 풀 갑시다. 조금만 연습하면 풀코스 충분합니다”
“가겠지. 이제 발 들였으니. 가겠지.”
최영귀 회원님이 추임새를 넣는다.
다른 회원님들도 응원을 하신다. *도 씨와 함께... 20km부터...
응원과 박수가 이어진 모든 회원님들의 소감이 끝나고 남은 시간은 광란의 버스가 되었다. 어찌 나들 노래를 잘하시는지. 춤은 또 어찌나 잘 추시는지. 직원은 이런 시간이 꽤 당황스럽지만 즐기고 있었다. *도 씨도 즐겼다.
그렇게 우리는 3시간을 더 달려 증평에 도착했다.
2023년 10월 29일 일요일 남궁인호
걱정 많이 했는데 무사히 완주해서 다행입니다.
마라톤 대회를 오가는 길에 서로를 챙기고 격려해 주는 모습에 회원들의 끈끈한 정이 느껴집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 다온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