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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³о 개인 여행기 스크랩 남인도 기행 14일차2012. 01. 12. 목요일. 마두라이)
윤상현 추천 0 조회 60 12.09.18 14:3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2012. 01. 12(목요일. 14일차. 마두라이)

 

숙면이 되었는지 몸이 가뿐하다. 아우와 함께 아침거리를 산책하며 버스 편 등의 기본 정보를 알아내려했지만 그게 맘처럼 쉽지 않다. 역시 가이드북에 소개된 장소를 릭샤를 타고서 돌아보는 것이 최선이겠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서 다시 배낭을 꾸린다. 오늘은 이 곳 ‘마두라이’를 돌아보고서 밤에는 ‘ 폰티체리’ 행 기차를 탈 것이다. 문제는 “배낭 짐을 어찌할 것인가.”이다. 하루 밤 묵은 이 호텔은 역전에서 비교적 먼 거리에 위치해 있다. 무거운 배낭을 쌩으로 지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나절동안 이 호텔에 맡겨둘 것인가. 아니면 아예 역전의 유료보관소에 맡길 것인가. 결론은 지금 아주 들고 나가는 것이다. 여행자 신세로서 이 도시의 형편을 자세히 알 수 없으니 기차시간에 혹시라도 허겁 거릴 요인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리라.

어제 늦게 도착했으니 오전 시간을 충분히 쉬어주는 게 좋겠다. 오랜만에 티브이도 틀어보는 등 방안 누워 빈둥거리다 보니 세상 편하고 좋다. 훌쩍 열시가 넘어간다.

역전의 보관소에 배낭 짐을 맡기고 나니 어깨가 홀가분하다. 마실 물 정도의 간단한 짐과 카메라만을 챙기고서 투어에 나선다. 지도를 확인하니 이곳에서 가볼만한 곳들이 거의 역전에 가까운 곳에 모여 있어 발품만으로도 충분히 둘러볼 수 있겠다.

 

 

우선 ‘마두라이’의 상징인 ‘스리 미낙쉬 사원’을 둘러보기로 하자. ‘쉬바’ 신의 또 다른 화신인 ‘순다레스와라’와 그의 아내 ‘미낙쉬’를 모신 힌두사원으로 인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사원 중의 하나다.

역전 광장 앞에서 무질서한 황단 보도를 건너 오십 미터쯤을 간다. 왼쪽 길로 돌아드니 상가가 밀집한 거리의 끄트머리에 거대하고 화려한 고뿌람(탑)이 섰다. 바로 ‘스리미낙쉬 사원’의 남쪽 탑으로 그 높이가 사십구 미터나 되어 멀리서도 눈에 들 정도다. 느린 걸음에 천천히 다가오는 그 섬세한 모습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기단 부분을 빼고서도 대략 열 대여섯이 되는 층층마다에 신과 악마들의 전신상이 빼곡히 들어섰는데, 그 숫자가 동서남북의 네 개의 탑 위에 무려 삼만 삼천 개라니 정말 상상초월은 이를 두고 한 말이겠다. 신상(神像)의 다양한 포즈 가운데 요가에서 보았음직한 몇몇 비틀음 동작들이 더욱 눈길을 끈다. 군데군데 병장기를 비껴들고 부릅뜬 눈으로 하방(下方)세계를 굽어보는 신장(神將)의 모습은 해학(諧謔)적이기도 하다.

 

 

더욱 높아진 태양의 기세가 대단하다. 길가의 가게에 진열된 과일들이 시원해 보인다. 이름 모를 과일들 천지다. 그래도 익숙한 것이 좀 나으리라. 바나나와 파인애플 그리고 포도를 ‘래쉬’ 음료로 주문한다. 요쿠르트를 섞은 생 과일 주스쯤 된다. 얼음과 함께 갈린 그 맛이 환상적이다. 더위에 슬슬 치쳐갈 즈음에 당이 보충 되니 금방 눈빛에 생기가 돈다. 맛있어하는 이방인을 보고서 종업원은 자부심을 내보인다.

힌두사원 입장에 반바지는 안 된단다. 또한 맨발 이어야만 한다. 입구의 신발 보관소에서는 긴 옷도 대여한다. 여행자에게 빌려주는 인도 전통 옷은 거의 통치마 수준이다. 솜씨 없이 옷을 두르는 우리를 인도 아줌마들이 거들고 나선다. 이방인의 어설픈 행동과 모습에 그만 웃음보를 터트린다.

제복을 갖춰 입은 아줌마 경비원의 웃음이 상큼하다. 인도에서는 대부분의 장소를 입장할 때 공항 수준의 검색을 한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테러를 대비함이다. 여행자들로서는 왠지 위축이 되어 불편하기 짝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튀는 목소리와 미소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 만점이다. 너도나도 청하는 기념촬영 제의에도 흔연히 응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인도 아낙이라 해서 모두 사리 안에만 숨어있는 게 아니다.

돌로 지어진 거대한 사원 규모에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또한 뜨거운 바깥 날씨와는 달리 그지없이 시원하여 이렇게 좋은 피서지가 없다. 순례자와 탐방객이 섞여 수많은 사람이 복작거림에도 불구하고 동서남북으로 트인 회랑이 바람 골이 되어 청량한 기운을 전해온다.

 

 

왼편에 길게 늘어선 외줄이 좀 한가하다. 슬그머니 그네들 틈에 섞여 천천히 따라 들어간다. 하지만 그렇게 조용히 십분 여를 애씀이 헛일이 되었다. 알고 보니 이것은 힌두교인들이 참배를 위하여 차례를 기다리는 곳으로 신도가 아니면 입장 불가란다. 결국 어이없게도 사제(司祭)에 의하여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사원 내부에 따로 미술관이 마련되었다. 나무, 청동, 돌 등을 재료로 한 다양한 조각품들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눈에 띠는 것은 미술관 내부를 촘촘히 받친 천 개에 가까운 기둥이다. 기둥 자체도 놀랍지만 기둥마다 섬세하게 부조된 많은 신령들의 모습은 이네들이 문화적 자부심을 갖는 충분한 이유가 되리라.

이곳 사원들은 출입시간을 정해두었다. 경비원들이 오전 타임 퇴장시간임을 알리며 나가달란다. 밖으로 나오니 한낮의 열기가 장난이 아니다. 점식식사를 위해서도 이 태양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정보에 의하면 ‘타지 레스토랑’과 ‘마할 레스토랑’이 여행자들에게 인기란다. 지도를 펼쳐들고 물어물어 찾아가는데 그것도 만만치 않아 결국 파김치가 되고 말았다.

 

 

‘머튼 브리야니’를 주문한다. 양고기로 맛을 낸 인도식 볶음밥이다. 우리와는 달리 주문한 음식이 언제 나올지 모른다. 가만히 샌달을 내려다보니 가관이다. 달궈진 아스팔트를 견디기 어려웠던지 너덜너덜 거의 폐품 수준이다. 오던 길에 봐두었던 신기료를 찾아가 수선을 부탁하고 돌아오니 마침 음식이 나온다. 시장한 김에 적지 않은 양의 볶음밥을 쌀 한 톨 남기지 않았다.

샌달이 새것이 되었다. 삼십대의 젊은 수선공이가 해가림막 조차 없는 길가에 수선 통을 펼쳐두고서 마술을 부렸다. 흡족해하는 나의 표정에 수선공은 검은 얼굴을 활짝 펴며 좋아한다. 흥정했던 수선비용에 팁까지 얹어주고 길을 나서니 날 것만 같다.

예의 남문 앞을 통과하여 ‘타루말라이 나약 궁전’으로 향한다. 그리 멀지 않으니 슬슬 걷기로 한다. 길가의 수레 위에 열대과일이 먹음직하다. 난생 처음 보는 고깔 모양의 노란 과일이 신기하다. 과육을 입에 무니 이건 열매라기보다는 두꺼운 꽃잎에 가깝다. 맛과 향 또한 익숙하지 않지만 달콤함만은 으뜸이다. 그냥 입에 물고서 가던 길을 재촉한다.

 

 

 

‘타루말라이 나약 궁전’은 지금의 마두라이를 만드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나약 왕조’의 궁전으로 대략 사백여년 전에 지어진 웅장한 왕궁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남아있는 건물은 ‘천국의 정자’라는 뜻을 지닌 ‘스와르가빌라사’ 한 곳 뿐으로 전체 면적의 사분의 일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만큼만 가지고도 인도인들의 스케일과 예술적 감각을 가늠하는데 모자람이 없다. 18m 높이로 건물을 받치고 있는 수많은 기둥과 그 위에 새겨진 섬세한 조각들, 그리고 아름다운 돔으로 덮인 지붕. 전형적인 인도의 ‘사라세닉’ 건축물이다.

궁전의 가운데를 텅 비워낸 정원이 운치를 더했다. 낮은 목소리로 소리쳐보니 이내 사방의 벽면에 부딪혀 되돌아온다. 탐방객이 그리 많지 않은 덕분에 한 낯의 분위기가 많이 한정하다. 또한 석조 건물의 안쪽인 까닭에 더위도 엄습하지 못한다. 중앙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보니 스멀스멀 졸음이 밀려온다.

 

한숨 자고 나니 해가 조금 기울었다. 아직도 저녁 기차시간 까지는 한참 여유가 있다. 마두라이 대표 볼 것 중 하나인 ‘마리암만 떼빠꿀람 탱크’는 시 외곽에 자리한 거대한 인공호수다. 릭샤를 타고 현지에 도착한다. 별 볼일 없다는 안내서와는 달리 정사각형의 저수지가 그지없이 훌륭하다. 호수의 한 중앙에 세운 힌두사원 또한 정방형으로서 숲을 안은 모습이 아름답다. 힌두교도가 아니기에 직접 입장할 수 없음이 아쉬울 뿐이다.

때마침 중고등학교 하교시간이어서 많은 학생들과 마주친다. 확연히 차이 진 동양인의 모습에 많은 호기심으로 인사를 건네 온다. 이제 학교에서 배우기 시작한 서투른 영어를 외국인에게 시험해보며 수줍음을 안고 저들끼리 까르륵댄다. 영국풍의 교복을 단정히 갖춰 입은 그네들의 모습과 행동거지가 지구촌의 여느 청소년과도 다르지 않다.

호수의 제방에 걸터앉아 수면을 응시한다. 해는 거의 기울어 서편의 둥근 첨탑에 걸렸고 사원은 물속에 거꾸로 놓여 씰루엣을 이룬다. 한가하니까 입이 심심하다. 배낭을 뒤지니 오렌지와 사탕이 나온다. 여유를 부리며 시간을 때우는 중이다. 슬금슬금 다가온 아이들이 손을 벌린다. 한 코흘리개 여자아이는 동생을 등에 업었다. 대략 사탕하나씩 손에 쥐어주니 이제는 멀리 있던 아이들까지 낌새를 알고 몰려온다.

천천히 정사각형 제방을 한 바퀴 돌고서 다시 시내로 향한다. 이제는 퇴근시간이어서 매연이 심할 정도로 혼잡하다. 마두라이역에 내려 ‘템플 뷰 레스토랑’을 찾아간다. 하지만 지도에는 잘 표시되어있는 곳을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현지인들에게 묻기를 여러 차례, 안타까워 보였던지 한 젊은이가 친절하게도 안내를 자청한다. 하지만 자신 있게 앞장섰던 것도 잠시 뿐, 결국 그도 헤매다가 지도위의 장소를 찾지 못한다. 기차시간이 정해진 우리로서는 더 이상의 호의를 받아들이기 힘들다. 젊은이에게 고마움을 표하고서 돌려보내려니 머쓱해한다.

결국 점심식사를 했던 ‘마할’ 곁의 ‘타지 레스토랑’에 왔다. 역시 메뉴는 ‘머튼 브리야니’와 ‘치킨 브리야니’이다.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잔에 온 정신이 맑다. 식당에서 시간을 보내며 개인의 잡다한 용무들을 미리 처리해둔다. 인도 여행 중에는 훌륭한 장소를 만나기가 그리 쉽지가 않다.

밤 아홉시 십오 분에 기차가 출발되었다. 우선 배낭을 갈무리해둔 뒤 프렛홈의 수돗가로 내려와 더러워진 발을 씻다가 무심코 뒤를 돌아보니 기차가 슬그머니 떠나고 있다. 화급히 아우와 함께 움직이는 차에 올라타고서 가슴을 쓸어내린다. 만약 이 기차를 놓쳤으면 어찌 되었을꼬. 그 뒤에 벌어질 일은 상상하기도 싫다.

이제까지는 없었던 승차권 검사를 다 한다. 외국인들은 여권까지 보여 달란다. 머리맡에서 직접 돌아가는 선풍기 때문에 귀가 시끄럽고 배가 차갑다. 귀마개를 한 뒤 담요를 뒤집어쓰고 잠을 청한다. 아우의 감기기운이 한결 나아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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