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챔프는 1991년에 창간되었습니다. 당시엔 제가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을 때 였는데요, 마땅한 즐길거리가 부족하던 그 시절 어린이들에게는 만화잡지가 아주 인기가 많았습니다. 당시 월간 만화잡지 '보물섬'과 주간지 '아이큐점프'가 만화 잡지 시장을 나누고 있었고 교양서적(?) '새 벗'도 인기가 많았습니다.
* 보물섬의 추억
제가 태어나기 1년전 창간한 보물섬은 월간 잡지였습니다. 많은 인기 작가선생님들의 작품부터 신인작가선생님들의 단편도 종종 실렸었는데 워낙에 어린시절이라 보물섬에 대한 기억은 많지 않습니다. 다만 몇 몇 작품에 대한 기억은 아직도 생생한 편입니다.
보물섬에 연재된 만화중 제가 제일 좋아했던건 김동화 선생님의 곤충소년과 김영하 선생님의 펭킹 라이킹 이었습니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희재 선생님 작품이었는데 오래된 나무 뿌리로 만든 인형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고.. 단편도 많았는데 대학생들이 모아이섬으로 유적 답사를 갔다가 일어난 사건을 다룬 공포물도 생각나고, 벽을 통과하는 능력을 얻게된 사람의 이야기도 생각납니다. 결말이 참 슬펐어요. 보물섬에는 '잡지'답게 연예인 인터뷰같은 기사도 있었는데 보물섬 창간 10년 특집에 실린 당시엔 신인 스타 최진실씨 인터뷰 기사가 아직도 생각납니다. 보물섬은 흔히 말하는 순정만화에서 소년만화까지 장르를 불문한 여러 작품이 있었는데 정말..이제는 전설속의 잡지가 되었습니다.
* 소년챔프의 시작
소년 챔프는 91년 12월에 창간되었는데 그 무렵에 만화 주간지는 아이큐점프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아이큐점프에서는 20세기 최고의 히트작중 하나인 드래곤볼을 연재했었는데 그 인기가 어마어마했었죠. 소년챔프 창간호 특별부록이 아이러니하게도 그 드래곤볼 인기를 말해주 듯 천하제일 무술대회 팽이게임이었습니다. 그 후 소년챔프는 매회 특별부록을 선물해줬는데 우주인 모양 연필깎기, 카퍼필드 마술큐브, 마술케이스 등 어린이들이 정말 좋아할만한 실용적인 장난감이었습니다.
초창기 소년챔프에는 당시 인기연예인 '홍학표'씨 사인도 있었고, '반달가면'과 '호랑나비'로 인기 최고였던 김흥국씨 사인도 있었습니다. 연예인 브로마이드도 매주 첨부되어있었는데 '신애라씨' 브로마이드와 울트라맨 브로마이드는 제가 벽에 붙여놓기도 했었죠. 아마 창간호 브로마이드가 '뉴키즈 온더블록'이었을겁니다. 그 땐 이상무 선생님, 고행석 선생님, 김동화 선생님, 김수정 선생님 같은 인기 작가선생님들 작품과 신인 작가들의 작품이 같이 연재가 되었는데 지금봐도 좋은 주옥같은 작품이 많았습니다. 당시엔 음악계도 그랬고 지금처럼 천편일률적인 스타일은 아니었죠.
소년챔프는 처음부터 주간지는 아니었습니다. 격주로 연재되었는데 점점 인기기 좋아져서 주간지로 바뀌게됩니다. 소년챔프 한권의 가격은 제 기억에 당시 1500원이었는데 1500원에 책과, 부록까지 주는 그시절..당시엔 아이스크림도 100원짜리가 많았고 과자도 럭셔리한게 300원이었으니 말 대했죠. 저희 부모님께서는 제가 만화책을 사서 보는데는 정말 관대하셨습니다.
* 소년챔프의 도약
아이큐점프는 '드래곤볼'이라면 소년챔프는 바로 '슬램덩크'. 아쉽게도 둘다 일본만화지만 두 잡지의 인기를 좌우했습니다. 슬램덩크는 소년챔프가 창간되고 나서 얼마지나지 않아 연재가 시작되었는데 처음엔 별책부록으로 첨부가 되었습니다. 그 때 타이의 대모험, 고스트스위퍼같은 일본만화도 같이 연재가 되었는데 솔직히 처음 슬램덩크를 보았을 땐 이게 그렇게 재미가 있을 줄은 몰았습니다.
소년챔프에 연재되던 만화들이 하나 둘 인기를 얻으면서 고행석 석생님의 '마법사의 아들 코리' 가 애니메이션화 되기도 했었고 고등학생때 데뷔한 천재 이명진 선생님의 '어쩐지 좋은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 거기에 소주완, 지상월 선생님의 대 화제작 '협객 붉은매'까지 굉장한 인기를 얻으며 소년챔프를 견인했습니다. 특히 '태왕북벌기'와 '프리스트'의 형민우 선생님과 '어쩐지..저녁'의 이명진 선생님 같은 경우에는 소년챔프 신인 공모전을 통해 데뷔했는데 저도 이 신인공모전을 열심히 준비하던 시절도 있었죠..
- 추후 이 신인 공모전과 이명진 선생님에 대해서는 따로 포스팅을 할 계획입니다 -
여튼, 소년챔프 초창기 주간 인기투표를 하면 위에 소개된 '슬램덩크'와 '마법사의 아들 코리' 같은 작품과 늘 상위에 있던 만화가 바로 김은기, 이태행 선생님의 헤비메탈 식스.
<헤비메탈 식스 상,하 / 1993년 작품>
* 헤비메탈 식스
제 기억에 헤비메탈 식스는 소년챔프가 창간된 그 다음 호부터 연재가 된 작품인데 제목은 음악만화 같기도 하지만 SF물이었습니다.
헤비메탈 식스의 작가의 말 중 스토리를 담당하신 김은기 선생님의 글.
김은기 선생님은 여러 SF만화의 글을 쓰셨는데 신선한 소재의 이야기를 많이 만드셨습니다.
블랙코브라나 에일리언 킬러, 아웃복서 같은 작품은 정말 재미있게 봤던 만화들입니다.
주요작품 / 헤비메탈식스, 아웃복서, 에어조단, 육식동물, 에이리언킬러, 컴뱃메탈 해모수(후 '녹색전차 해모수'라는 이름으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지만..사실 전혀 다른 작품임)
헤비탈식스의 그림을 그린 이태행 선생님의 글.
이미 신인이었을 때 부터 이태행 선생님은 정말 굉장한 뎃생실력을 가지고 계셨는데 제가 학창시절 가장 따라 그리고 싶던 그림이 바로 이태행 선생님의 그림이었습니다.
물론 만화가에서 애니메이터로 꿈이 바뀌고 다시 건축대학을 진학했지만 저는 지금도 이태행 선생님께서 당시에 쓰시던 모양의 안경을 쓰고 있습니다(?).
주요작품 / 헤비메탈 식스, 타임시커스
당시 SF장르의 만화는 많지 않아서 굉장히 신선했는데, 첫회를 보고부터 매주 가장 많이 기다렸던게 바로 이 작품입니다. 헤비메탈 식스가 연재되기 시작한 92년은 원더걸스의 안소희양이 태어난 해이기도 하죠...
인류는 자신의 적대세력을 감시하고 공격하기 위한 슈퍼컴퓨터를 만드는데 이 슈퍼컴퓨터 스스로 인간이야말로 지구에서 사라져야할 종족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핵전쟁을 일으킵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인류가 사라진 지구가 이 만화의 무대입니다.
헤비메탈 식스라는 말은 '제6중장갑 돌격대'라는 의미인데 인류가 슈퍼컴퓨터에 대항하여 싸우기 위해 창설한 일종의 특수부대입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은철'은 헤비메탈 식스 A팀 팀장으로 팀원들과 힘을모아 사투를 벌입니다. 그들의 최종 목표는 슈퍼컴퓨터의 파괴.
작품의 분위기는 어둡습니다. 핵전쟁으로 인해 특수한 장치가 없다면 바깥에서 숨을 쉬는 것 만으로도 암에 걸릴 수 있는 황폐화된 지구를 정말 잘 묘사해놓았는데, 특히 박진감 넘치는 전투장면은 압권입니다. 상, 하 두권으로 되어있어 짧은 편이지만 다 읽고나면 마치 영화를 한편 본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연출이 좋은데 다만 결말은 좀..그렇지만 결말 직전까지는 정말 엄청 재미있습니다.
박력 넘치는 액션 연출
당시에는 만화에서 이런 8등신 캐릭터를 보는게 쉽지 않았습니다
이 만화에 나온 세계관은 나중에 '컴뱃메탈 해모수'라는 작품과 어느정도 겹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두 작품모두 인류가 만들어낸 슈퍼컴퓨터가 도리어 인류를 공격했다는 기본 설정을 가지고 이야기가 시작이 되는데 그 슈퍼컴퓨터와 싸우는 방식은 상당히 차이가 있습니다. 공통점이라면 역시 엔딩이 좀 흐지부지라는 점인데..ㅠ_ㅠ '컴뱃메탈 해모수'는 후에 녹색전차 해모수라는 KBS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는데 해모수라는 이름만 따왔을 뿐 전~혀 다른 작품이 되어 많은팬들이 실망했었습니다.
'컴뱃메탈 해모수'의 작화를 담당한 김재환 선생님은 데뷔 초 소년챔프에서 '레인보우'라는 작품을 연재하셨는데 깔끔한 작화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여자 주인공 의상이 상당히 므흣해서 였기도 하지만..요즘은 '마제'라는 작품을 그리고 계십니다.
*그리고 오늘
소년챔프는 지금 월2회(1일, 15일) 발간됩니다. 소년챔프가 처음 나왔을때 100원하던 아이스크림이 700원으로 무려 700%나 가격이 오르던 약 17년의 세월동안, 권당 1,500원하던 소년챔프는 딸랑 약 30%만 인상되었습니다.아직도 2,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만날 수 있는 만화 잡지 소년챔프.
그래도 한때는 만화가가 되겠다고 밤 낮 그림만 그림만 그려대던 저였지만 요즘 만화에 통 관심을 갖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소년 챔프 창간호부터 약 2년간 한번도 한빼먹고 매주 소년챔프를 구입했었는데 몇차례의 이사를 겪는 동안 부피가 작은 단행본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특히 가장 최근까지 악착같이 보관하던 창간호는 제 동생녀석이 내다 버렸었죠. 군대 입대하던 날보다 더 심란했던 저녁이었습니다.
소년챔프가 나오는 날이면 하교하자마자 문구점으로 달려가 구입하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엔 비디오가 있는 집도 많지 않았고 TV는 오후 5시 이후에나 애국가와 함께 볼 수 있었고..인터넷 같은건 듣도보도 못했었고 학원이라고 해봐야 피아노 학원이나 속셈학원이 전부였으니 만화는 많은 어린이들의 좋은 친구였습니다.
월간 만화잡지 보물섬과 팡팡은 이젠 기억속에만 남아있는 잡지가 되었습니다. 소년챔프 이름은 코믹챔프로 바뀌었어도 제 어린시절 추억이 있는 만화잡지가 아직도 발간되고 있다는 건 정말 기쁜일입니다. 내일은 오래간만에 소년챔프를 한번 사봐야겠습니다.
원출처 : rainvill.tistory.com/74?nil_no=1134&t__nil_ucc=upimg&nil_id=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