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산이 더 좋아
전주꽃밭정이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김민술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국이 섭씨 30~35도가 넘어 폭염 경보가 내렸다. 이래저래 힘들게 사는 나이 많은 사람들을 고생시키려고 작정한 더위 같다. 땀이 옷을 적시니 금방이라도 옷을 훌훌 벗고 푸른 바닷물 속으로 뛰어들고 싶을 게다. 해수욕장에 가려면 갖추어야 할 장비도 많고, 노약자들의 교통수단도 만만치 않다. 물속에 몸을 담그는 것은 순간이고, 귀로에 오르면 교통 체증 때문에 다시 더워진다. 낭만이 넘치는 넓은 바다가 그리운 것은 사실이지만 순간 포착이 아닐까?
나는 여름엔 산이 더 좋다. 밀짚모자 눌러 쓰고 스틱 하나 있으면 만사형통이다. 초록빛 짙은 나무들이 어우러져 터널을 만들고, 몸통이 굵고 붉은 소나무가 하늘을 가리는 그늘을 만들어주고 맑은 공기를 뿜어내는 걸 어디에 비유하랴.
산에 들어서면 우선 근심걱정이 없어진다. 돈이며 명예가 무슨 필요인가? 새들도 반겨주고 솔바람도 어루만저 준다. 산과 하늘이 하나 되어 여름산은 푸르다. 그 속에 묻히고 싶어서 산으로 간다. 나는 그래서 여름 산이 더 좋다. 세월이 빚어내는 자연의 조각 작품들을 마음껏 마음에 담을 수 있어서 더욱 그리운 게 여름 산이다. 청량(淸凉)한 공기와 계곡의 낙수소리가 깊은 산으로 들어가면 가득하다. 요즘 세상이 얼마나 복잡하고 시끄러운가? 눈을 감은 채 뜨기가 싫다. 눈을 뜨지 못하면 오늘은 없다. 그래서 감은 눈을 슬그머니 연다. 조용한 산을 만났으니 수행(修行)을 하고 어지러운 곳에 희석시켜 정화하라고 푸른 산은 조용히 말을 건네준다. 부자가 되는 것은 가난한 곳에 쓰기 위함이어야 한다. 부자가 되었다고 많은 것을 가지게 되면 욕심이 더 불어 설사를 하게 된다. 많이 가지고 배불리 먹는 것은 일시적으로 충족이 될지 몰라도 오래 가지 못하고, 나 아닌 가족까지 병들게 할 수도 있다고 산이 가르쳐 주는 것 같다.
오래된 소나무의 깊은 그늘에 정좌(定座) 하고 목탁(木鐸) 없는 산사에서 눈을 감으면 법정스님이 찾아오신다. 반갑게 손을 내밀며 열심히 수행하라 하신다. 법정 스님은 산에 널려있는 흙, 바위, 초목도 가지지 말고 맑은 공기와 수행만 가져가라 하신다. 그게 무소위라면서 말이다. 법정 스님은 1932년 10월 8일 우리나라 땅끝마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셨다. 2010년 3월 11일 열반하실 때까지 승려로, 수필작가로 활동하셨다. 전남대학교 상과대학 3년을 수료하고, 통영 매대사에서 효봉 스님을 은사로 만나 출가하신분이다. 법정스님의 본명은 박재철이다. 수필집으로는 무소유를 비롯해서 산림탐방, 오두막 편지, 버리고 떠나기, 서있는 사람들 등 다수의 많은 작품을 남기고 떠나셨다. 가신 님이 아쉽고 그립다. 그 임이 그리운 것은 평생을 산에서 사셨고 산을 좋아하셨기에 나도 산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산이 있어 산에 오른다. 산은 누구나 오를 수 있다. 다만 땅도 하늘도 보지 않고, 한 걸음씩 걷고걷는 걸음을 지워 버려야 산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 이것이 세상 이치가 아닌가?
부처님께 진리가 무어냐고 물었다. 한마디로 살아지는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모두 다 다투지 말고 평화를, 더 깊은 깨달음으로 열반에 이르도록 인도해 주시는 것은 뭐든지 다 진리라고 말씀하셨다. 열반(涅槃)은 완전한 소멸이다. 누구의 생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푸른 산은 말없이 넓은 가슴으로 조용히 품어 줄 것이다. 생명이 있는 한, 나는 오늘도 푸른 여름산을 오를 것이다.
(2014.7.12.)
첫댓글 저도 산을 좋아 하는데 불심은 없어요, 선생님께서는 불심도 강하신것 같군요.
그래서 부처님이 돌봐 주신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글을 쓰시니 대단 하십니다.
좋은글 잘 보았습니다. 윤동현 올림.
부족한 글 항상 읽어주시고 격려의 말씀 몸 가누기 어렸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는 무신론자 입니다.. 다만 산을 좋이해서 산에서 부처님을 만납니다. 가르침도 주시고요,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요, 고맙습니다.
김작가님! 늘 수필쓰시는모습 정말 아를답고>> 존경스러워요 수필을 쓰기위에서 태어나신것 같에요.
천부적인 재능 계속 바랍니다. 무소유 법정스님. 대단하십니다..
애정 어린마음으로 항상 수필을 쓰시니 깜짝 놀랍니다. 오늘도 저의 글방에 오셔서 분에 넘치는 격려 주시고 감사 합니다. 천부적인 소질이라이요, 그냥 나분데는것 같아요, 항상 예쁘게 보시고 읽어 주시니 고맙습니다.
박선생님 수필 너무사랑합니다. 천천히 옥고 많이 쓰시기 바랍니다. 감사,
저도 산을좋아하는데 요즘은 산에가지도못했는데 선생님의 글을 읽으니 마치 제가산정상에오른거같습니다 글을 정말잘쓰십니다 앞으로도 좋은작품 부탁하겟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