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5년 필리핀에서 처참하게 피살된 사업가 정모씨(당시 50세)가 남긴 천문학적인 유산이 8년여 만에 유가족들에게 돌아왔다.
정씨의 아내 윤모씨(48·사진)와 외아들 정모씨(25)가 최근 본지에 독점 공개한 관련 서류에 의하면 필리핀 마카티시 지역 법원은 최근
"피살된 정씨의 유산 전부는 유족 윤씨와 아들 정씨에게 귀속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정씨가 피살된 지 꼭 8년7개월 만의 판결이다. 그간
필리핀에서 외로운 법정투쟁을 벌이던 유가족들은 이제야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이번 판결로 되찾게 된 유산은 필리핀 각지에
있는 호텔·건물·대지 등 부동산과 필리핀 내 7개 은행에 분산 예치돼 있던 현금과 수표 등을 합쳐 수십억달러에 달한다. 윤씨가 판결 직후 한
은행에서 확인한 현금만도 6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필리핀의 은행들이 예금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윤씨를 비롯한 유가족들은 고인의 뜻에 따라 국내에서 사회복지사업에 쓸 방침이라고 밝혀 유산의 사용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씨는 부동산과 금융업 등으로 필리핀에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사업가다. 현지 금융가에서도 큰손으로 알려진 갑부다. 한국의 가족 외에도
필리핀 유력 인사의 딸인 '현지처' 플라나스 정씨(44)와 딸 하나양(19)을 두고 있다. 정씨는 지난 95년 3월 한 콘도미니엄에서 납치된 후
5개월여 만에 처참한 모습으로 암매장된 채 발견돼 충격을 던졌다. 유가족들은 필리핀 정부에 범인들의 조속한 검거를 수십차례
탄원했으나 아직까지 잡히지 않고 있다. 용의자는 정씨에게 빚을 진 한국인 남자와 필리핀인들인 것으로 알려졌을 뿐이다. 또
막대한 유산을 찾기 위한 법정투쟁을 시작했으나 전재산을 관리하고 있는 현지처가 만나주지 않는 등 갖가지 어려움을 겪었다. 현지처 정씨는 이미
30억원에 달하는 대지를 팔아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재판부는 한국인 모자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지루한 8년간의 싸움은 끝이 났다. 윤씨는
필리핀에서 직접 호텔을 경영하고 있으며, 아들 정씨는 부산 모 대학에 다니다 군복무 중이다. 윤씨는 기자와의 만남에서 "남편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 긴 법정싸움을 벌였다"며 "그동안 청와대와 외무부, 한국대사관 등에 수십차례 도움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자료발췌: 굿데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