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 뒷이야기, 그 마지막 편입니다.
오늘은
양계장집 딸, 상국이 엄마, 야매의 달인,
세계에서 계란을 제일 좋아하는 양정순 간호사를 만나봅니다.
다섯명 주인공 중에서 사실 가장 먼저 마음속에서 캐스팅을 결정한 인물은 홍지민입니다.
그리고 그 캐스팅의 시작, 저와 홍지민씨와의 원초적 만남은 5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민씨를 보고, '저 배우 꼭 캐스팅해야겠어!'하고 결심한건,
뮤지컬 넌센스를 본 날이었습니다.
지민씨의 뮤지컬 무대 연기를 보고 반했다...기 보다는,
실은 공연 뒤 연기자들 뒷풀이 술자리에 우연히 참석했다가 홀라당 반해버렸답니다. (?)
제가 술자리에서 버릇이, 썰렁한 걸 못참는다는겁니다.
항상 웃기고, 개인기하고, 말장난해서, 어떻게든 분위기를 띄워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입니다.
그런데, 그날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한 여자 연기자가 술자리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분위기를 주도하는데
어찌나 웃기고 유쾌하고 즐겁던지, 제가 감히 나설 필요가 없더란 말입니다.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다음에는 꼭 저 웃기는 여자랑(?) 작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그러고나서 처음 만난 작품이, '조선에서 왔소이다'라는 시트콤이었습니다.
조선시대에서 시간여행을 통해 양반과 노비가 현재로 오게되는데,
늘 빈둥대던 양반 도령(이성진 분)은 현재에 와서 할 줄 아는게 없어 거지가 되가고
조선시대 노비는, 짚신을 꼬으면 인간 문화재가 되고, 택견을 하면 전통무술전승자가 되어
점점 양반과 노비의 신분이 역전되어간다는... 그런 이야기였는데...
좀 허무맹랑했던지, 시청률 저조로 조기종영하고 말았다는...흑흑.
그런데, 그 비운의 걸작(?)에서도 빛나는 연기자가 있었으니
바로 홍지민이었습니다.
'좀 한다하는 것들은...'이라는 멘트로 대사를 시작하는 요리선생이었지요.
'조선에서 왔소이다'가 망하고,
분루를 삼키면서, 홍지민씨와 서로 다짐했죠.
우리 다음 작품을 기약합시다...
드라마국으로 옮기고 첫 작품을 기획하면서
홍지민이 가진 매력, 그 넘치는 에너지를 보여줄 새로운 캐릭터를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작년 홍지민씨가 출연한 뮤지컬 '스위니 토드'를 봤습니다.
뮤지컬 계에서 실력파로 소문난 홍지민씨의 무대위 공력이 절정에 달했더군요.
인육을 이용해 고기만두를 빚는 식당 주인, 러빗 부인.
병원 약품을 이용해 미용실을 돌며 야매행각을 일삼는 수간호사, 양정순.
어때요, 홍지민과 양정순의 만남, 딱이지 않나요?
늘 유쾌하고 열정적인 홍지민의 자연인으로서의 캐릭터를 십분 살린 캐스팅이었습니다.
본격적인 TV 드라마 나들이가 첫 작품이었는데도
코미디와 드라마 연기, 둘 다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지민을 보며
가슴 벅찬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그래도 연출가로서 사람보는 눈은 아직 살아있구나 (ㅎㅎㅎ)
이번 작품을 통해,
첫번째 목표는 이루었습니다.
홍지민이라는 걸출한 뮤지컬 배우를 TV 브라운관에 처음 소개한 연출가!
이제 다음 목표는,
홍지민이라는 걸출한 코미디 배우를 정상의 드라마 연기자로 만든 연출가!
가 되는 것입니다.
'조선에서 왔소이다'가 조기종영했을때
속앓이로 8킬로가 살이 빠지고, 흰머리가 늘고, 쪽팔려서 회사도 못나갈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살아있다는 건 즐거운거다.
갚아줄 내일이 있으니까.
전작에서 저의 연출 미스로 지민에게 상처를 안겨준 일에 대한 미안함은,
이번 '비포 앤 애프터 성형외과'에서 조금 갚았습니다.
물론 아쉬움은 여전히 남습니다.
편성 시간이나 제작상의 여건상 문제로 제대로 지민의 실력 발휘를 못보여준듯한...
여전히 살아있다는건 즐거운 일입니다.
갚아줄 내일이 있으니까요.
저의 다음 작품에서도 홍지민씨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뮤지컬 무대에서 불세출의 연기자로 평가받는 홍지민씨가
이제 TV 드라마 판에서도 제대로 실력발휘를 보여줄 겁니다.
첫댓글 요즘 홍지민씨가 비엔에이를 시작으로 옆동네 S본부에서도 맛깔나는 연기로 주가를 높여가는 중이여서 앞으로도 많이 기대되는 배우에요. 다음작품에서는 더 멋진 모습으로 만났으면 합니다~~~ ^^
홍지민씨의 선택은 진짜 탁월했음....
이런 캐스팅 비화가..하핫 보통 인연은 아니었네요^^ 배우 홍지민씨는 그냥 딱 양정순간호사에요! 요즘 홍지민씨 잘되서 티비에서 볼때마다 비포앤애프터 양간이 보고싶어요 ㅜㅜ 참 맛깔나는 연기자?!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