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초등학교를 방문하다

너무도 오랜만에 찾은 나의 모교 문경초등학교...   문경읍내를 지나갈 때 학교앞을 거쳐 지나가곤 했지만, 직접 교정엘 방문한 건 얼추 40년 만인 듯 함다.   작년 10월 정년퇴직하여 낙향한 이후 벌써부터 모교에나 한 번 가봤으면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에야 가게 되었네여. 그것도 읍내에 누굴 만나러 나갔다가 만나지 못하는 바람에 시간이 좀 남아서...   그 넓었던 학교 운동장은 절반 쯤으로 작아져 있는 듯 했슴다. 물론 운동장 자체야 그대로이겠지만 내 안목 치수가 달라졌겠져.   교정도 내가 다닐 땐 단층이었는데 3층으로 깔끔하게 지어져 있었슴다. 교실 유리창엔 3-1, 3-2... 6-1, 6-2 라고 정답게 씌어 있슴다. '3-3, 3-4... 반은 뒷 교정에 있나?'   나는 온 김에 어느 TV 프로에서 본 바 대로 나의 초등학교 생활 통지표를 혹시 볼 수 있을까 하여 교무실 쪽으로 갔슴다.   의외에도 현관문은 잠겨있고 어느 여선생님 한 분이 안에서 달려 나오시며 옆문으로 오라고 함다.  옆문으로 들어 가니 50세 전후 되어보이는 그 여선생님은 나를 반가이 맞아 안으로 안내해 주셨슴다.   그런데 오늘은 공휴일이 아닌데도 학교는 추석연휴 관계로 휴업이었슴다. 아~ 그래서 학교가 이렇게 조용했었구나.   "이 학교 졸업생입니다. 오랜만에 모교에 들러 봤습니다."   " 아이구! 잘 오셨습니다. 그런데, 몇회 졸업생이신가요?"   " 52 횝니다. 작년에 정년퇴직하고 낙향하여 살고 있습니다."   " 아! 그러세요? 2년 후면 개교 100 주년 기념 해인데요."   " 아니! 벌써 100주년이라고요...?"   세월이 많이도 흘렀다. 벌써 반세기가 지났다니... 그렇지. 내 나이가 벌써 얼마인가? 내가 이렇게 30 여년이나 다니던 회사를 퇴직을 하고 낙향해서 농사를 짓고 있지 않은가?   여선생님은 교감 선생님이었슴다. 교감 선생님은 너무 미안할 정도로 친절한 분이셨고, 나를 교무실로 안내하여 차를 손수 내어 주시며 학교에 관하여 이것저것 상세히 알려 주셨슴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 내가 다닐 때는 한 반에 60~70 명 씩 한 학년에 5반 까지 있었는데, 지금은 한 학급에 20~30 명 씩 3~6학년은 2개 반, 1~2 학년은 단 1개 반씩 밖에 없었슴다. 그것도 내년에 들어 올 1학년 아동은............................... 1개 반... 단 10명 ~ 15명 수준이 될 거라 했슴다.   이럴 수가... 나는 교감 선생님의 말을 듣고 입을 닫고 말을 잇지 못했슴다.   " 네? 정말이요? 아~ 그 큰 학교가...... 그 큰 학교가...... "   전교생 2,000 여명이던 문경에서 가장 컸던 학교가 내년 1 학년 신입생 전체 수가 고작 10 여명이라고...? 음... 음... -,,-   그러고 보니 당연히 있어야 했던 전면 교사(校舍) 뒤에 2선 교사, 3선 교사가 없어졌고 그 자리엔 테니스장, 사택 등이 들어 서 있었슴다. 전면 교사마저도 빈 교실이 많다고 함다.   나는 교감 선생님께 방문한 목적 중의 하나인 옛날 나의 생활 통지표를 볼 수 있겠냐고 물었슴다. 그랬더니 교감 선생님은 다짜고짜 '공부 잘 했어요?' 하셔서 '아~ 네. 그냥 그렇게 했습니다.' 라고 했슴다.   지금은 곤란하고 다음에 학교 수업하는 날에 오면 담당자가 도와 줄 거라고 했슴다. 교장 선생님 결재까지 받아야 한다며...   교정을 나서며 나는 학교 이곳저곳을 다시 둘러 봤슴다. 운동회날 달리기 하던 운동장, 동무들과 씨름하던 모래밭, 물구나무 자세로 올라가다 떨어져 얼굴에 팥을 갈았던 철봉대... 여름날 땀을 닦으며 쉬었던 플라타나스 나무는 없어지고 그 자리엔 관상수가 심어져 있었슴다.   나이가 들면 추억을 먹고 산다는데..... 교정을 떠나는 내 귀엔 그옛날 선생님의 풍금 소리가 아련히 들려 왔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