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 무단으로 퍼갈 수 없습니다.
천국 가는 길-광양 매화마을 글/사진: 이종원
천국 가는 길은 이런 길일거야. 매화 꽃송이는 탐스런 솜사탕이었다. 한 가지 따다 입안에 살포시 넣으면 자연이 만들어낸 달콤함에 흠뻑 빠져들 것만 같다. 미몽에서 간신히 벗어나니 이번엔 꽃터널 나온다. 터벅터벅 거닐어본다. 매화술 한잔에 흠뻑 취한 사람마냥 이리저리 흐느적 거린다. 꽃이 흐드러진 것인지 사람이 흐드러진 것인지 나는 모른다. 그저 호사만을 즐길뿐..... 바로 섬진강이 내게 건내준 봄선물이었다.
남도대교를 건넌다.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한 쪽은 경상도 하동땅이고 다른 한쪽은 광양땅이다. 태극문양을 잘라서 아치를 만들고 두 지역의 화합을 외치고 있었다. 진안 마이산에서 발원한 800리 섬진강물은 남도의 젖줄이었다. 지리산과 함께 질곡의 역사를 감내했고 지독히도 가난했던 사람들의 소금땀 흘려 흘려 가만히 음미해보면 비릿함 마져 느껴진다. 남도사람들의 따사로운 정과 슬픈 한이 녹아 있는 강. 바로 섬진강이었다. 남도대교를 건너면 861번 지방도가 나온다. 죄수번호마냥 딱딱한 이름표를 달고 가지고 있지만 하천리, 금천리, 고사리, 도사리, 신원리까지 드라이브코스는 온통 꽃구름 위를 달리게 하는 길이다. 하얀 꽃이 세상을 깔리고 지리산의 산줄기가 섬진강 물빛에 비춰진다. 가끔 왜가리란 놈이 힘껏 날개짓을 할 때면 차는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도 갈 수 없었다.
인산인해의 청매실농장 들어가기가 껄끄럽다면 도사면에 있는 매화산책로를 권해본다. 조용한 곳을 한적하게 거닐면서 매화와 터놓고 얘길 할 수 있다. 마을사람들이 일부러 산책로를 꾸며 놓았다. 창고 위 임시전망대에 올라서면 섬진강이 그윽하게 펼쳐진다. 아!
매화나무 아래에는 차나무가 심어져 있다. 차향과 매화향이 한데 어우러져 코를 자극한다. '이 냄새가 차향인가? 매화향인가?'
청산도의 황톳길처럼, S자로 굽어진 노파의 허리마냥 다압의 매화길은 이렇게 굽어 있다. 하긴 섬진강도 이렇게 굽이쳐 흘러가고 백두대간도 이렇게 흐느끼며 올라가지 않는가? '곡선의 美'야말로 남도의 정서임이 분명해.
금년 남도의 꽃시계는 열흘이나 늦어져 4월이 넘어 이 곳을 찾았건만 매화의 최고 절정기를 만나게 되었다. 기대도 하지 않았으나 로또를 당첨된 것처럼 기분 좋다.
원래 이곳 지명은 섬진마을인데 매화가 하도 많아 매화마을로 굳어졌다.백운산 자락에 자리잡은 매화마을은 그 규모만 해도 10만평에 이른다고 한다. 흰 매화만 있는 것이 아니라 홍매, 청매 , 동백까지 흰 도화지에 드문드문 물감을 뿌려 놓은 것 같이 절묘하다. 이곳은 강변에 자리잡아 습도가 높고 일조량이 높아 따뜻하기 때문에 매실이 자라기에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가장 먼저 여행자를 반기는 것이 2200개나 되는 항아리군락이다.
매실로 만든 짱아치, 된장, 매실액이 남도의 청정한 공기와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서서히 익어가고 있다.
매화마을이 유명한 것은 매화자체도 아름답지만 유유히 흘러가는 섬진강과 지리산 자락을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나도 매화 아이스크림을 먹고 잡다. '
매화만 있는 것이 아니다. 뒷편 산책로를 거슬러 올라가면 웅장한 왕대숲이 꽃밭사이에 솟아 있다. 이곳은 임권택감독의 영화 '취화선'의 배경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매화마을 전체가 영화세트장이다. 흑수선, 바람의 파이터, 다모도 이곳에서 찍어갔다. 임권택감독의 신작인 '천년학'도 이 곳에서 찍을 예정이라니 사람들의 발길이 더 잦아질 것이다.
울긋불긋 꽃대궐..
이런 황톳길을 걷고 싶겠지.
마을 뒷산 중턱쯤 올라가면 호방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매화와 섬진강..아니 섬진강과 매화.
왕대숲을 지나 언덕을 넘어서면 눈을 의심할 정도로 황홀한 매화단지가 나온다. 이 아름다운 곳을 놔두고 서울로 올라갈 생각을 하니 탄식만 절로 나온다. 매화밭에 보리를 심어 놓아 초록과 하얀색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초가집까지 서 있어 운치를 더해준다. 바람이란 놈이 살포시 불작시면 꽃비가 휘날리는데 ...그 절경을 혼자서만 보는 것이 너무나 아깝다. "정수엄마..."
요놈봐라. 강아지가 매화나무아래서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사람이 지나가는 데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눈동자만 살며시 굴릴뿐..... '강아지가 부럽기는 처음이네. '
동백은 아닌 것 같은데... 아시는 분?
꽃터널.
세상 시름을 잊으며...
꽃그늘 아래서..
영화세트장.
걷고 싶은 길
정자에서
맛나겠다.
햇살을 받아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영혼을 울리는 꽃잎
향기가 전해준 미소
섬진강을 바라보고 있는 노인 광양 매화마을 주차장에서 차를 대려고 하는데...대나무 난간에서 한 노인께서 섬진강을 바라보며 상념에 젖어 있었다. 차에서 급히 내려 셔터를 눌러댔다. 뒤에서 "빵빵" 클렉션 소리가 들리는 것도 모른채...
오늘날 청매실 농장은 여장부 홍쌍리(63세)씨의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40년전 이 곳에 시집온 그녀는 평범한 농사꾼이었다. 밭을 매다가 오물 묻은 자국이 있었는데 매실즙이 발랐더니 말끔히 지워진 것을 발견했다. '맞아.. 그렇다면 매실은 뱃속의 노폐물도 청소할 거야.' 그런 확신이 들자 그녀는 밤나무를 베어내고 매화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매화술 말고는 별 쓸모 없는 매실을 가꾼다고 주변에서 손가락질을 했건만 그녀는 묵묵히 이겨냈다. 섬진강 너머 악양벌판의 일렁이는 벼를 보고 후회도 많이 했다고 한다. 허기는 정신력으로 이겨냈다고 한다. '매화가 죽나, 내가 죽나... .한번 해보자.' 하늘은 이 아름다운 농사꾼의 지성에 감복했다. 90년대 매실의 효능이 차츰 알려졌고 급기야 매실 음료가 붐을 이루더니 하루아침에 스타 농사꾼이 된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다. 부지런히 매실을 심고 밭을 가꾸었다. 매실절임, 매실된장, 매실짱아찌, 매실 초코렛, 매실화장품까지...그녀의 손에 닿는 것은 모두 인기상품이 되었다. 우리나라 매실 명인 1호. 가운데 앉아 계신 분이 홍쌍리여사랍니다.
지금이야 매화마을이지만 원래 이곳의 이름은 섬진마을이다. 섬진강 두꺼비 '蟾' 과 나루 津자를 쓴다. 고려말 왜구가 쳐들어와 이 강을 건너가려는 찰나 한 무더기 두꺼비떼가 나타나 울자 왜구들이 놀라 달아났다고 하여 섬진강이라고 불리운 것이다. 그 전설을 말해주듯 햐얀 이를 드러내며 울고 있는 두꺼비상이 섬진강을 바라보고 있다. 그 옆에 절묘한 곳에 자리잡은 수월정(水月亭)이 서 있다. 송강 정철이 이곳의 경치에 반해 '水月亭記 ' 란 가사를 지어 칭송할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주의 모든 원고와 사진의 저작권은 저작자에 있습니다. 사전동의 없이 무단게재 할 경우 저작권법에 저촉됩니다 |
첫댓글 봄눈이 내렸네요... 아름답습니다...^^
와~~~~~~~~~~~~~아름다운 봄이다....
언제 백수가 되서 저기를 가볼꺼나.... 휴......
매화향 죄~~다 접수했음!! 온 사무실 가득히 매화향에 취해서 어지럽슴!! ㅎㅎ
좋습니다~~~ 마음만은 그 곳으로 마구마구 달려갑니다^*^
마음만 간절합니다요...매화의 그윽한 향이 느껴지는듯 눈을 감아 봅니다..ㅎㅎㅎ
ㅎㅎㅎ 전 백수가 되어서 이제 갑니다. 이틀만 있으면...아~~ 좋아라~~
봄은 너무멋있는 계절.. 매화꽃 너무아름다워요 한번가보고싶군요 완전 천국이군요....
남도사람이라설까? 섬진강이라는 말만 들어도 아련한 그리움으로 떠오르는 그곳에 흐드러지는 매화꽃 향기마저 미치도록 그립게한다. 배경음악과 함께한 눈요기에도 이리도 행복할수 있음을....너무 좋아 몇번이고 들락거린다.
하동포구 십리 벗꽃터널 작년에 갔어요, 넘좋죠, 마음에담아왔는데,매화꽃이지천에있었는데 몰라서 못받거든요 다음이곳에가면 다아둘러볼게요 좋은작품 넘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