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 2012년 1-2월호.
4회 분재
맹문재 연작시
기룬 어린 양들
4회 연재를 하며
헌정사상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로 출범한 김대중 정권은 아이엠에프(IMF) 체제의 극복에 성과를 거두었고 남북 정상 회담을 성사시켜 평화 통일의 토대를 마련했다. 그렇지만 아이엠에프 사태의 책임이며 신자유주의의 정책을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전가시켜 구조 조정이 폭풍처럼 밀려들었다.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노동자들을 무자비한 폭력으로 진압하는 동안 실업자와 신용 불량자로 추락한 수많은 어린 양들…… 그들이 기루어서 이 시를 쓴다.
■ 제4부 김영삼 시대의 기룬 양들
임종호
봄을 동지애로
여름을 투쟁의 열정으로
가을을 이기주의의 소거로
겨울을 적개심으로 삼은 그는
창원대로 투쟁에 나섰네
굴뚝 투쟁을 벌였네
* 창원대로 투쟁 : 1989년 4월 24일부터 일주일 정도 마산 창원지역 노동자들이 노동법 개정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전개한 가두 투쟁.
* 임종호(1964~1994) : 경남 합천 출생. 통일중공업(현 S&T중공업)에서 일함.
양봉수
노동자를 사랑해서 강한 품성을 가졌네
노동자를 사랑해서 작업 강도를 낮추었네
노동자를 사랑해서 생산 라인을 중단시켰네
노동자를 사랑해서 부당해고에 맞섰네
노동자를 사랑해서 노동조합에 헌신했네
* 양봉수(1967~1995) : 전남 무안 출생. 현대자동차에서 일함.
박삼훈
회사의 신경영 전략이란
노동 강도 강화, 근무 시간 통제, 단체교섭 무시, 호봉 경쟁, 잔업 특근 경쟁, 노동조합 방해, 사원들 사생활 감시……
그의 투쟁 전략이란
공장에서 숨 쉬기, 집에서 숨 쉬기, 점심시간에 숨 쉬기, 출근 버스에서 숨 쉬기, 야적장에서 숨 쉬기, 야유회에서 숨 쉬기, 집회장에서 숨 쉬기, 노동조합에서 숨 쉬기……
* 박삼훈(1955~1995) : 경북 영덕 출생. 대우조선에서 일함.
조수원
병역 특례 노동자로 노조 활동했다고 해고되었네
무효 소송 제기해도 소용없었네
청와대로 국방부로 병무청으로 탄원서를 보냈네
병역 특례 해고자들 원상회복 특별위원회를 만들었네
야당 당사에서 농성했네
악법을 물어뜯으려고 한 달 넘게 단식했네
* 조수원(1967~1995) : 강원도 태백 출생. 경남 양산 소재 대우정밀(주)에서 일함.
김시자
작았지만 동료들을 껴안을 만큼 품이 커
노조 위원장이 되었네
작았지만 어용 노조 퇴진을 외치며
노조 민주화에 앞장섰네
작았지만 철옹성을 뚫고
노동자의 문을 열었네
* 김시자(1961~1996) : 전북 김제 출생. 한국전력 부속 병원에서 일함.
유구영
영등포 산업선교회 교육 간사, 영등포 기계공단 노조 사무국장, 대한중전기 분회장, 서울 지역 노동조합 협의회 정책실장, 민주노총 정책기획실 정책 부국장, 서울 지역 노동조합 협의회 선봉대장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여유롭게 웃던 노동운동가
그를 탄생시킨 시대는 얼마나 불행한가?
그를 죽인 시대는 얼마나 잔인한가?
* 유구영(1957~1996) : 영등포 기계공단 노동조합 등에서 일함.
홍장길
사장은 회사를 매각한다고 소문 흘렸네
노조는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고
철회 투쟁에 들어갔네
24년 8개월 근무로 최고참인 그도 동참했네
청춘을 바친 일터에 뼈를 묻기로 했네
* 홍장길(1939~1997) : 경남 밀양 출생. 부산 소재 연희교통(현재 국민캡)에서 일함.
■ 김대중 시대의 기룬 양들
최대림
아이엠에프(IMF) 사태를 악용해 사장은 임금을 늦게 지불했네 상여금을 깎았네 연차 수당을 주지 않았네 토요 격주 휴무를 중단했네 한 시간 더 일하기를 강요했네 감원 소문을 퍼뜨렸네
정직한 사장은 없어도 정직한 노동자는 있다고 목 졸린 그가 일어섰네
* 최대림(1957~1998) : 경남 고성 출생. 대우조선에서 일함.
최명아
아이엠에프(IMF) 상황을 빌미로
넘쳐나는 부당 행위에 맞서 싸우느라
두통이 왔네
다리 마비가 왔네
시력 장애가 왔네
먼 곳에서 동지들이 달려왔네
* 최명아(1963~1998) : 충북 음성 출생. 인천 소재 글로리아 가구 등에서 일함.
김윤수
전경 600여 명을 야간에 투입해
노동조합을 짓밟고
한 노동자를
이적 표현물 소지죄 위반 혐위로 수배하고
국가보안법으로 구속한 책은
『태백산맥』『무기의 그늘』『남부군』…….
* 김윤수(1959~1999) : 경남 창원 소재 대림자동차에서 일함.
김종배
전노협이 해산되어 사라질 번한 노동자들의 피와 땀과 눈물
그의 백서가 살려냈네
노동자들의 기억을 기록으로 만들었네
노동자들의 기록을 역사로 만들었네
* 김종배(1963~1999) : 강원도 진부 출생. 전국노동조합협의회 등에서 일함.
이옥순
서른여덟 살에 장기수 출신과 결혼해서
두 딸의 어머니가 되고
장기수들의 벗이 된 그녀는
열아홉 살에 원풍모방에서 일한 당찬 노동자
* 이옥순(1954~2001) : 전북 정읍 출생. 서울 영등포구 소재 원풍모방 등에서 일함.
김순조
공장에서 손가락 잘리는 사고를 당했어도 노조 활동으로 해고되었어도 노조 민주화를 포기하지 않았네
노동자 산악회를 만들었네 노동자 축구단을 만들었네 노동자 족구대회를 만들었네 노동자 글쓰기 모임을 만들었네……
사랑하는 공장으로 돌아가려고 나사못을 열정으로 박았네
* 김순조(1965~2001) : 전남 구례 출생. 안양 소재 삼양통상 등에서 일함.
안동근
전국 콘크리트 믹서 트럭 협의회를 결성하고
부실 공사 추방 운동, 불량 레미콘 추방 운동, 건설 환경 개선 운동, 환경오염 추방 운동, 레미콘 노동자의 노조 인정 투쟁……
레미콘 투쟁의 산증인이 되었네
* 안동근(1961~2001) : 경북 대구 출생. 인천 소재 삼표레미콘 등에서 일함.
김기욱
‘노둣다리’ 노래패를 결성하고
노래 부르는 노동자가 되었네
공장 밖 투쟁의 현장에서
노동 해방 노래를 불렀네
노동자의 삶이 아름답다고
강철같이 불렀네
* 김기욱(1963~2002) : 인천 소재 대우종합기계에서 일함.
유순조
가정 형편상 중학교 때부터 다녔던
가구점
합성철공소
대흥주물
군 제대 후 다녔던
신광정밀
이천전기
일신제강
풍산금속
노조 활동을 하면서
다시 보았네
* 유순조(1950~2002) : 충남 청양 출생. 인천 소재 이천전기 등에서 일함.
한경석
부천 지역 노동조합 협의회를 결성하고
밤새며 고민했네
사업장마다 뛰어다녔네
백혈병에 걸렸어도
멈추지 않았네
다시 태어나도 투쟁할 의장이었네
* 한경석(1962~2002) : 충남 논산 출생. 부천 소재 신광전자 등에서 일함.
천덕명
사장은 택시 월급제를 무산시키려고 열성 노조원인 그의 급여를 줄이고 근무 점수를 깎고 성과급을 감산하고 경력을 축소하고 징계위원회에까지 회부했네
택시 월급제는 언제 이루어질 것인가?
* 천덕명(1964~2002) : 경남 고성 출생. 인천 소재 합판공장, 영화교통(현재 경인운수)에서 일함.
배달호
노조원 징계
노조원 해고
노조원 고소
노조원 고발
노조원 구속
노조원 손해배상 청구
노조원 재산 가압류 신청
노조원 급여 가압류 신청
노조원 단체협약 해지
노조원 사택 매각
노조원 식당 용역……
잔인한 사장 앞에서
그도 호루라기를 불었네
노조원 투쟁……
* 배달호(1953~2003) : 경남 김해 출생. 경남 창원 소재 한국중공업에서 일함.